이란 전쟁 뒤 금리 인상 전망에 약세
중앙은행 수요·연준 불확실성은 가격 지지 요인
중앙은행 수요·연준 불확실성은 가격 지지 요인
이미지 확대보기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금값 하락이 가팔랐지만 금의 위험회피 기능까지 훼손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21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 이란 전쟁 시작 뒤 금값 22% 하락
국제 금값은 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난 2월 28일 이후 22% 떨어졌다. 지정학적 충돌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불안의 방어 수단으로 여겨지는 금값이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금값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꼽힌다. 시장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은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현금이나 채권과 비교해 상대적 매력이 낮아질 수 있다.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UBS 최고투자책임자실 원자재 전략가는 “금값은 역사적으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금리가 하락할 때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튀르키예 중앙은행 상반기 금 81t 매각
중동 지역 중앙은행들이 전쟁 기간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을 매각했다는 소문도 금값을 압박했다.
스타우노보 전략가는 “실제 매각이 확인된 곳은 튀르키예”라고 밝혔다.
다만 WSJ는 “중앙은행들이 위기 상황에서 금을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했다면 오히려 준비자산으로서 금의 효용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값은 최근 수개월 동안 크게 떨어졌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21% 올라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률을 소폭 웃돌았다.
◇ 중앙은행 금 매입 수요 지속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방 진영 밖에 있는 국가들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제재에 노출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 매입은 러시아와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을 가장 많이 순매입한 중앙은행은 폴란드였다.
WSJ는 금 수요가 특정 국가에 집중되지 않았다는 점이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 연준 금리 향방은 여전히 불확실
금값의 향방을 좌우할 또 다른 변수는 연준의 통화정책이다.
이란과의 휴전 기간에는 유가 상승세가 한때 진정됐지만 최근 전투가 재개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지만 실제 인상 여부는 불확실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9월까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약 50%다.
지난 5월 취임한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은 물가 안정 의지를 강조했지만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신호를 내놓지 않고 있다.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인공지능(AI)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하는 여러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연준이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유가 충격에 늦게 대응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AI 투자 붐이 약해지면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두 경우 모두 실질금리가 낮아질 수 있어 금값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 증시 낙관론 속 위험회피 수요 주목
미국 증시는 이란 전쟁 기간에도 대체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투자자들이 AI 성장 전망에는 높은 기대를 유지하는 반면에 이란을 비롯한 지정학적 위험에는 상대적으로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주식시장이 경제와 기업 실적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상당 부분 반영한 상황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충격에 대비하는 자산으로서 금의 역할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