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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10년물 4.711%…18개월 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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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10년물 4.711%…18개월 만에 최고

미·이란 교전 재개와 유가 반등에 인플레 우려 확산
주택담보대출·기업 자금조달 비용 상승…증시에도 부담
미국 달러화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화 지폐. 사진=로이터
미국과 이란의 교전 재개로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1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채권시장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3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이날 장 초반 4.711%까지 올라 지난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장중 수준을 기록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과 학자금대출을 비롯한 소비자 대출금리뿐 아니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채권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서 상승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 반등에 연준 금리인상 전망 부상

미국 국채 금리는 연준이 결정하는 단기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전망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시장 참가자들이 기준금리 상승을 예상하면 기존 국채의 투자 매력이 떨어져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오른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최근 국채 금리가 오른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미국과 이란의 교전 재개가 꼽힌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했고 이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했다.

투자자들은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경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최근 수개월 동안 국제유가와 국채 금리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무너지기 전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이전인 지난 2월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국채 금리는 전쟁 이전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전쟁 이전에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미국의 월간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오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졌다.

인공지능(AI) 서비스 수요 급증도 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보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기업 조달비용 동반 상승

미국 국채 금리는 경제 전반의 자금조달 비용을 결정하는 기준 역할을 한다.

기존 국채 금리가 오르면 미국 정부가 새로 발행하는 국채에 대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금리도 높아진다. 미국 국채가 다른 채권과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만큼 기업과 소비자의 차입 비용도 함께 상승한다.

현재까지 금리 상승이 경제성장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기술기업들은 금리 상승에도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 채권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도 자동차 부품과 전자제품 등에 대한 지출을 지속하고 있다.

증시에 미친 영향도 아직 제한적이다. 주요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지만 최근 상승세는 둔화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이달 들어 대체로 보합권에 머물다가 23일 장중 1.5% 하락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는 동시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주식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을 선택할 가능성도 커진다.

◇10년물 5% 돌파 여부 주목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10년물 금리가 종전 올해 최고치인 4.687%를 넘어서면 시장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과정에서 상승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년물 금리는 이날 이미 종전 최고치를 넘어섰다.

국채 금리는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과 물가,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을 반영해 비교적 질서 있게 움직인다. 그러나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경제 기초여건과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이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에 도달한 것은 2023년 10월이 유일하다.

당시 10년물 금리의 급등은 주가를 끌어내리고 경제적 충격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다만 금리가 5%를 웃돈 시간은 하루 오전 중 일부에 그쳤다.

금리가 5%에 이르자 국채 매수 수요가 몰리면서 같은 날 오후 4.9% 아래로 내려갔고 그해 말에는 4% 밑으로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5% 부근에서 채권 매수세가 유입될지 주목하고 있다. 반대로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될 경우 국채 금리가 추가로 오르면서 소비와 기업 투자, 증시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