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둔화에도 인상 위험 완전히 못 걷어내
2년물 4.18%로 하락…8월 물가가 최종 시험대
2년물 4.18%로 하락…8월 물가가 최종 시험대
이미지 확대보기물가가 다시 급등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고용시장 약화가 금리 동결론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아직 높은 기조적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변동 위험 때문에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에 대비한 헤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채권 트레이더들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에도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약 50%로 반영하며 관련 헤지 포지션을 유지했다고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7월 C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각각 0.2%, 2.5% 올랐다. 모두 시장 전망에 부합하면서 당장 연준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력은 약해졌다.
◇ 물가 둔화에도 인상 베팅 사라지지 않아
블룸버그에 따르면 채권시장의 반응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연준 정책 전망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CPI 발표 이후 약 3bp(1bp=0.01%포인트) 하락한 4.18% 수준을 나타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비슷한 폭으로 내려 4.65% 수준에서 거래됐다.
CPI가 예상보다 낮았다면 금리 인상 전망이 크게 후퇴하면서 단기 국채 금리가 급락할 수 있었지만 실제 지표가 시장 전망에 정확히 부합하면서 움직임은 제한됐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금리시장에서는 CPI 발표 뒤에도 9월 인상 가능성이 대략 동전 던지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남았다. 물가 지표가 인상 가능성을 낮추기는 했지만 인상 논쟁 자체를 끝낼 정도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다른 시장 지표에서도 방향은 같지만 확률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CME 페드워치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CPI 발표 전날 48.4%에서 발표 직후 40.4%로 낮춰 반영했다. 이후 시점에 따라 약 38%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는 금리 파생상품 종류와 계산 시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지만 시장이 9월 인상 가능성을 아직 상당한 수준으로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흐름이다.
◇ 고용은 동결, 물가는 인상 쪽 압력
연준이 마주한 문제는 고용과 물가가 서로 다른 방향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2만3000명 감소했다. 고용 감소가 확인되면서 경기와 노동시장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는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약해졌고, 9월 인상 전망도 한 차례 크게 후퇴했다.
반면 물가 수준은 연준이 안심하기에는 여전히 높다.
7월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2.5%로 낮아졌지만 연준이 물가 목표로 삼고 있는 2% 수준을 웃돈다. 연준이 더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역시 2% 목표와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남겨놓는 요인이다.
특히 7월 CPI에는 최근 국제유가 움직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7월에는 휘발유 가격이 전월보다 2.9%, 전체 에너지 가격이 1.5% 떨어지면서 CPI 상승률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어 에너지 가격이 다시 물가를 끌어올릴 위험은 남아 있다.
◇ 국채시장도 '확신 없는 대기'
이날 미국 재무부가 실시한 42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10년 만기 국채 입찰도 채권시장의 주요 관심사였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국채 공급과 높은 장기 금리는 최근 채권시장의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CPI가 완만하게 나오더라도 연준의 정책금리 전망뿐 아니라 미국의 국채 공급과 재정 상황이 장기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PI 발표 당일에도 장기 금리는 단기물만큼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장중 10년물 금리는 4.65% 안팎에서 움직였고 2년물 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하락했다.
단기물 금리가 연준의 정책 전망에 직접적으로 반응한 반면 장기물에는 인플레이션과 재정, 국채 공급 위험이 함께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결국 8월 CPI가 9월 결정 가른다
7월 CPI가 연준에 제공한 것은 금리 인상론을 끝낼 결정적인 신호라기보다 추가 지표를 기다릴 여유에 가깝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지만 12명의 정책 결정권자 가운데 3명은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연준 내부에서도 물가 위험에 대한 판단이 갈리고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9월 FOMC 전에는 8월 고용보고서와 8월 CPI를 비롯해 추가 물가·고용 지표가 발표된다.
7월 CPI가 예상에 부합하면서 9월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채권시장이 인상 헤지를 크게 거둬들이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8월 물가까지 확실한 둔화를 나타내고 노동시장 약화가 이어진다면 9월 동결론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반대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물가에 다시 반영될 경우 현재 약해진 금리 인상 베팅이 빠르게 살아날 여지도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7월 CPI 발표 뒤에도 채권시장이 선택한 것은 어느 한쪽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양쪽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9월 연준의 선택을 둘러싼 '동전 던지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유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