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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볼리바르 폐기·달러화 추진…“성사 가능성 5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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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볼리바르 폐기·달러화 추진…“성사 가능성 50~80%”

물가상승률 400% 잡으려 중앙은행 폐지까지…유로 이후 최대 통화전환 전망
지난 2021년 3월 16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버스 운전기사 보조원이 20만볼리바르 지폐를 들고 있다. 이는 당시 환율로 약 10센트에 불과한 가치였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1년 3월 16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버스 운전기사 보조원이 20만볼리바르 지폐를 들고 있다. 이는 당시 환율로 약 10센트에 불과한 가치였다. 사진=로이터
물가상승률이 무려 400%에 달하는 베네수엘라에서 자국 통화인 볼리바르를 폐기하고 미국 달러를 공식 통화로 채택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중앙은행까지 없애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화폐를 찍어내는 통로를 차단하자는 구상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베네수엘라 국회의 특별고문으로 임명된 스티브 한케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경제학 교수가 볼리바르와 중앙은행을 폐기하고 달러를 전면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한케 교수는 달러화 전환이 의회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을 50~80%로 평가했다.
그는 실제로 성사될 경우 1999년 유로 출범 이후 자국 통화를 다른 통화로 바꾸는 가장 큰 규모의 통화 전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케 교수는 세계 각국에 통화정책을 자문해 ‘머니 닥터’로 불리는 경제학자다. 1999년 몬테네그로의 독일 마르크화 채택을 설득했고 2000년에는 에콰도르의 달러화 전환을 감독했다.

이번 구상의 핵심은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을 막는 것이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면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다시 오르는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이미 사실상의 달러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볼리바르 가치는 지난 1년 동안 달러 대비 78% 폭락했다. 정부에서 급여를 받거나 연금·지원금에 의존하는 계층을 제외하면 상당수 소비자가 일상적인 거래에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
한케 교수는 이를 ‘자발적 달러화’로 규정하고 이미 달러 사용이 광범위하다는 점이 공식 통화 전환 가능성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 중앙은행 없애면 통화정책도 포기


포춘에 따르면 달러화에는 부담도 따른다.

중앙은행이 사라지면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금융기관에 긴급 자금을 공급하는 ‘최종 대부자’ 역할도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가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포기하고 사실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도 문제란 지적이다.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역시 대선 과정에서 달러화를 공약했지만 취임 뒤에는 이를 추진하지 않았다.

한케 교수는 그러나 물가 안정이 베네수엘라 경제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달러화가 이뤄지면 통화 불안이 줄어 해외 자본이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으로 다시 유입되고 원유 생산도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네수엘라가 안고 있는 부채는 약 2500억달러(약 347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150%에 달한다.

한케 교수는 석유 생산 확대를 통해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초인플레이션이 끝나 금리가 내려가면 소비자와 기업의 대출이 늘고 주택시장과 국내 투자도 살아날 수 있다며 달러화가 조기에 이뤄질 경우 올해 마이너스인 경제성장률이 내년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