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UAE 보안훈련, 사우디는 수도 학교 원격수업…이란 무차별 보복 경고
트럼프, 중간선거 후 공습 검토 속 외교에 기회…카타르 중재안도 교착
트럼프, 중간선거 후 공습 검토 속 외교에 기회…카타르 중재안도 교착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 11·3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공격을 재개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동의 걸프 국가들이 자국의 공항과 에너지시설 등 주요 기반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비상 대응에 나섰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경제 기반시설을 공격할 경우 이란이 미국뿐 아니라 걸프 지역 동맹국의 민간·경제 시설까지 보복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는 공항을 포함한 주요 시설에서 보안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도 리야드의 학교 수업을 이번 주 원격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대이란 추가 공격 가능성과 이란의 강력한 보복 경고가 맞물리면서 걸프 국가들이 새로운 군사적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고 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카타르·UAE 보안훈련…사우디 수도 학교는 원격수업
걸프 국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미국의 추가 공습이 이란의 대규모 보복을 불러오면서 자국의 민간시설과 경제 기반시설까지 전쟁에 휘말리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카타르와 UAE 정부는 공항을 포함한 주요 시설을 대상으로 보안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아부다비에서 열린 대규모 에너지 관련 행사에 참석한 일부 인사들은 자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 일정을 단축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학교들은 이번 주 원격수업을 유지할 예정이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중동 지역 대사관들도 지난달 29일 현지 안보 상황이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UAE 대통령의 외교정책 수석고문인 안와르 가르가시는 지난 주말 안보회의에서 외교적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회의에 참석한 바드르 압델아티 이집트 외교부 장관은 새로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향후 며칠 또는 몇 주간의 외교적 노력이 추가 확전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란, 미국 공격 땐 걸프 기반시설까지 보복 경고
걸프 국가들의 비상 대응은 이란이 미국의 추가 공격에 제한 없이 보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란 당국자들은 지난 주말 미국이 군사공격을 재개할 경우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공개적인 경고뿐 아니라 외교 경로를 통해서도 미국과 걸프 지역의 다양한 시설을 보복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WSJ는 “걸프 국가들이 지난 3월 전쟁이 격화했을 당시보다 더 파괴적인 이란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막아낼 군사력이 충분하지 않은 이란이 상대적으로 방어에 취약한 주변 국가들을 공격해 충돌의 수위를 빠르게 높이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베남 벤 탈레블루 이란 프로그램 선임국장은 “미국이 단기간 강력한 공습을 실시하더라도 이란이 이를 일방적으로 감수할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의 기반시설을 집중 공격하면 이란도 미국의 걸프 지역 협력국 기반시설을 겨냥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부 아랍 국가는 이란에 자국 기반시설을 공격할 경우 개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지난봄 이란을 공격했지만 다른 걸프 국가들은 대부분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새로운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걸프 국가들의 대응 범위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미군, 취약 기지 병력 재배치…이스라엘 방공망도 보강
미국은 대이란 추가 공격에 대비한 군사적 선택지를 마련하면서 중동 지역 방어 태세도 강화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군은 중동 지역의 탄약을 보충하고 방어체계를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란의 보복 공격에 취약한 일부 기지에서는 병력을 다른 장소로 옮기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패트리엇 미사일방어체계 1개를 추가로 배치하고 있다.
미군의 중동 지역 최고사령관인 브래드 쿠퍼 제독은 지난달 29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관련 군사적 선택지를 직접 설명했다.
WSJ는 “중동 지역 최고사령관이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브리핑하는 일이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이 대규모 군사작전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도 새로운 공격계획을 준비하고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중간선거 직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이후 이란의 기반시설과 핵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격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외교적 해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에 먼저 기회를 주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당국자도 이같은 통화 내용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문제에 관한 모든 선택지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 카타르, 신뢰구축 기간 7일에서 2일로 단축 제안
걸프 국가들은 군사적 충돌에 대비하는 동시에 미국과 이란의 협상 교착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중재안도 마련하고 있다.
카타르는 당초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제한을 7일간 완화하는 신뢰구축 방안을 제안했다.
이후 협상에 진전이 없자 신뢰구축 기간을 2일로 단축한 수정안을 마련해 지난달 30일 테헤란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가 제시한 방안 가운데 하나는 이란이 합의된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공격을 중단하면 미국이 해상봉쇄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이후 이란이 국제 핵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하고 농축우라늄 보유량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도록 하는 단계적 절차가 포함됐다.
핵사찰이 완료되면 미국이 일부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그러나 양측은 어느 쪽이 먼저 양보해야 하는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 문제에서 뚜렷한 진전이 나타나기 전에 해상봉쇄를 완화하는 데 소극적이다.
봉쇄가 풀리면 이란이 그동안 수출하지 못한 원유를 걸프 지역 밖으로 신속하게 운송하면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먼저 제약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2일 핵 문제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교부 차관도 카타르 도하에서 협상을 진행한 뒤 1일 테헤란으로 돌아갔지만 미국 협상단의 방문으로 이어질 만한 충분한 진전은 확보하지 못했다.
◇ 후티 반군 사우디 공격 지속…걸프 국가들 외교·안보 양면 대응
중재 노력의 어려움은 카타르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외교적 접촉에서도 나타났다.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 튀르키예 당국자들은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과의 지역 안보협정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들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 관련 협상에 참여한다면 지역 안보 문제도 협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에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억제하는 데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회담이 열린 지 몇 시간 만에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와 걸프 지역의 주요 석유시설인 라스타누라 등을 겨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실시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이란이 통항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 속에 선박을 겨냥한 공격이 이례적으로 높은 강도로 지속되고 있다.
영국 버밍엄대의 우메르 카림 걸프 안보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이 전쟁의 전략적 목표와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서로 다른 입장에 있다”고 분석했다.
양측 모두 이번 충돌에서 승리한 것으로 인정받으려는 정치적 요구가 있어 중재국들이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 이란 담당 전문가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 실질적인 견해차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군사적 긴장이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외교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2일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6% 넘게 하락했다.
그러나 WSJ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된 가운데 군사적 위협은 오히려 커지고 있어 걸프 국가들이 경제·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보복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