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근 임원에 흥청망청 ‘억대연봉’… 관·금융권·정치권 줄줄이 ‘낙하산’
[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 기자]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의 대형 부실이 드러났지만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이나 정부측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현실이다.산업은행은 올해 6월말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31.5%인 6021만7183주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금융위원회도 2대주주로서 12.2%인 2325만577주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나머지 주식은 48.71%인 9322만8181주는 소액주주들이 갖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이 즐겨 찾는 종목이기도 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7월 중순 분식회계 설과 워크아웃 설이 증권가에 나돌면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미청구공사를 집중 파헤쳐 온 한 회계사는 “올해 1분기 대우조선해양의 미청구공사 금액이 9조원이 넘게 급상승하는 등 이상징후가 나타났다”면서 “몇몇 증권사에서 초청강연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문제를 짚어준 바 있다”고 전했다.
미청구공사의 문제점을 어느정도 알고 있는 회계사라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만 봐도 부실을 어느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의 보고서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다루는 기폭제가 됐다.
이재원 연구원은 지난 7월 14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자산계정 내 미청구공사 증가로 이익·재무안전성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2분기 연속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7월 15일에는 한국거래소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채권은행 등의 관리절차 개시 신청설 또는 워크아웃 추진설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하면서 주가가 하한가를 맞게 됐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전날의 1만2500원에서 3750원 떨어져 8750원으로 주저앉았다. 한순간에 시가총액 30%가 사라진 것이다.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2대주주인 금융위원회도 막대한 손실을 봤을 뿐 아니라 무방비 상태에 놓여져 있던 개인투자자들도 이른바 ‘날벼락’을 맞게 된 셈이다.
이재원 연구원은 미청구공사로 인해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영업이익이 122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 432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7월 29일 실적공시를 통해 2분기 매출액이 1조 654억원, 영업적자가 3조 318억원에 달했다고 공식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3조원이 넘는 부실은 커다란 파장을 가져왔고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국감에서는 산업은행 홍기택 회장에게 산업은행 출신들을 대우조선해양에 재무책임자로 보내면서도 어떻게 부실을 인지하지 못했느냐고 질타했지만 “보고를 받기 전에는 몰랐다”는 알맹이 없는 변명으로 일관됐다.
대우조선해양의 미청구공사를 지켜본 회계사들은 부실을 어느정도 내다보고 있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일해온 대우조선해양의 문제점조차 모르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경영을 해왔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자리가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이 넘는 부실을 숨겨오면서도 지난 2000년 이후 60여명을 고문 등의 비상근 임원으로 위촉하고 억대 연봉을 지급해온 것으로 국정감사 결과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조전혁 전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사외이사들은 통상 한달에 한번 이사회에 참석하는데 월 보수가 50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의 근본적인 적자 원인에 대해서는 눈감은 채 대우조선 노동조합에 파업포기와 임금동결 등을 주장하며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탓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채권은행의 4조원대 지원 계획이 보류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스스로의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지원해도 도루묵”이라며 자구노력에 나설 것을 압박한 바 있다.
회계사나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적자를 가져온 가장 큰 요인으로 미청구공사를 꼽고 있다. 미청구공사에 대한 정밀 조사가 실시되지 않은 채 대우조선의 부실을 구조조정으로 몰고 가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 식의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김대성 기자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