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가 10일 경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개표 상황표를 분석한 결과 특정 전자개표기의 미분류율이 최대 63.2%로 나타났다.
1122번 기기가 1개함(안강읍제2투)을 분류한 결과 1329표 중 828표(63.2%)가 미분류로 넘어갔다.
특히 일부가 아니라 대부분의 전자개표기에서 많은 미분류표가 발생했다. 1369번 기기는 1개함(강동면제2투)을 분류하며 1327표 중 192표(14.4%), 779번 기기는 1개함(건천읍제1투)을 분류하며 1865표 중 111표(5.9%)를 각각 미분류로 내 보냈다.
육안 상으로 선을 넘지 않는 등 아무 이상이 없음에도 해당 번호에 가지 않고 미분류표로 나온 게 문제로 지적됐다.
이날 오후 9시 48분 경북 경주시 하이코에 설치된 개표장에서 미분류표가 속출하자 많은 참관인들이 경주선관위 사무국장을 찾아가 수개표를 요구하며 항의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참관인 A씨는 “기계로 하는데 미분류가 이렇게 많이 나오면 차라리 수개표를 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경주선관위 관계자는 전자개표기(투표용지 분류기-선관위 용어)의 미분류표 원인에 대해 “도장이 진하게 찍거나 습도가 높으면 미분류로 가게 된다”며 “기계가 비정상이 아니고 투표용지에 뭐가 묻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미분류표가 많이 나온 것에 대해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난색을 보였다.
경주시민 김모(50·충효동)씨는 “800만원이나 하는 전자 기기가 습기, 이물질 때문에 인식을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 성능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2년 대당 860~900만원을 주고 전자개표기 1523대를 구입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수개표된 선거(15대 대통령)의 평균 개표시간은 7시간 30분이다. 반면 전자개표기가 투입된 선거(16대 대통령)의 평균 개표시간은 3시간 50분이다.
그러나 경주시선관위가 전자개표기로 진행한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9일 오후 9시 경부터 10일 오전 4시48분까지 개표에 9시간이나 소요됐다.
일부에서는 “빠르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전자개표기를 도입했는데 일부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늦고 답답해 수개표하는 것이 불신을 없애고 예산을 절감할수 때문에 더 낫다”고 입을 모았다.
서성훈 기자 00489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