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馬雲) 회장도 자긍심과 사명감을 강조한다. 그는 알리바바를 단순히 돈만 잘 버는 기업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키우려고 했다. 마윈 회장은 기업인의 자긍심에 대해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바로 돈을 버는 장사꾼,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하는 사업가,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진 기업인이다”고 말한바 있다. 자긍심 없이 사업을 영위할 경우 장사꾼 또는 장사치에 불과할 수 밖에 없을 꼬집은 것이다. 알리바바는 그렇게 전세계가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기업이 됐다.
바레인산 H형강이 처음으로 수입됐다. 중국 일본 보다 낮은 수출가격이 제시됨에 따라 3만톤에 육박하는 물량이 계약됐다. 문제는 바레인산 H형강이 KS BS JIS 등 제품인증을 아무것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수입되었다는 점이다. 수입 주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수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일본 보다 월등히 낮은 가격에 수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국민의 안전은 뒷전이 돼버린 것이다.
다만, 수입업체는 시험성적 의뢰 결과가 KS에 준하는 제품으로 판명 났기 때문에 50톤 마다 시험성적서를 첨부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산업표준(KS)의 커다란 구멍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하나 더 안타까운 것은 바레인산 H형강 수입에 종합상사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K상사 이름으로 신용장(LC)이 개설됐다. LC 개설에 따른 수수료가 목적이었을 것이다.
과거 종합상사는 70~80년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핵심이었다. 상사맨의 이야기가 불과 얼마 전에도 드라마로 제작된바 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상사맨의 자긍심은 그 누구 못지 않았다. 그러나 어는 순간 종합상사가 인증도 제대로 받지 않은 제품을 수입업체로 전락한 것이다.
철강 오퍼상의 자긍심은 종합상사 보다 더 바닥이다.
오퍼상은 우선 가격이 저렴하니 구매하면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 있는 뜻은 문제가 발생하면 알아서 처리하고 커미션(수수료)만 챙기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을 알선하는 오퍼상이 초자라면,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물량을 오퍼한 곳은 언론사에 기고도하고 강연도 하는 철강업계 최고 베테랑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인지 알만하신 분이다.
경주에 이어 포항까지 지진으로 피해를 입으면서 건축물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국민 안전을 위해 건축물 안전과 품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즉,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안전’이다.
그러나 종합상사가 KS 인증도 없는 제품의 신용장을 개설해주고 오퍼상은 국내에서 팔기 어려운 제품이지만 가격이 싸니 수입하라고 말한다. 돈 앞에서 철강관련 종사자의 자긍심은 바로 엿 바꿔 먹어도 되는 건지 물어보고 싶다.
윤용선 기자 y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