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누리꾼이 이 부회장의 ‘빨간 패딩’에 주목했지만 기자는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조용히 역사(驛舍)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수행원들도 뒤로하고 은밀히 어디론가 향하는 그의 뒷모습은 복잡한 최근 심경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법원은 지난 17일 ‘노조 와해’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의장은 ‘삼성그룹 2인자’로 불리는 인물임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은 사실상 이 부회장 수족을 자른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 자신도 지난 8월 대법원 파기환송심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재판에 불려 다니고 있다.
지난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부는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기업들에 무리한 청구서를 들이밀었다. 그룹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항목들이 대거 포함됐지만 삼성은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무노조 원칙을 폐기하는 등 시대적 요구에 순응하며 ‘선진 경영문화’ 정책에 발을 맞췄다.
그러나 유독 기업을 노리갯감과 탄압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권력의 인식은 국정농단을 일으킨 지난 정부 모습에서 한 걸음도 바뀌지 않았다. 정권에게 기업은 아쉬울 때 손 벌리는 물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 난다’는 말이 있다. ‘선진 기업문화 정착’이라는 대의도 정부도 협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 기업은 정책 동반자이지 정권 노리개가 아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