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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테슬라 쇼크’와 현대차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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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테슬라 쇼크’와 현대차 노조

실적 호조와 시총 1위 거머쥔 ‘게임체인저’...현대차 노조, ‘포디즘’ 퇴조 따른 변화 주시해야

요즘 전 세계 자동차 업계 최대 화두가 ‘테슬라’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최근 4분기 연속 흑자를 일궈내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에 따른 매출 급감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는 전 세계에 보란 듯이 ‘깜짝’ 성적표를 흔들어 보이고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세계 자동차기업 시가총액 1위를 지켜온 일본 도요타를 밀어내고 왕좌를 차지한 업체도 테슬라다. 지난 110여 년간 전 세계를 호령해온 내연기관 자동차를 제치고 테슬라가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은 자동차산업 질서를 뒤흔드는 세계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파안대소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모습이 그려진다.

머스크 CEO는 자동차업계에서 ‘이단아’로 불린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전기차만 바라보지 않고 광활한 우주를 응시했다. 그는 2030년 화성에 우주식민지를 건설해 그 곳에 8만 명이 살도록 하겠다는 터무니가 없는 계획을 내놔 사람들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또라이가 따로 없다.

특히 지난 15년간 그가 내민 테슬라 경영성적표를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2003년 처음을 문을 연 테슬라는 16년간 흑자를 한 번도 낸 적이 없다. 창업 이후 수북이 쌓여있는 적자만 해도 8조 원을 훌쩍 넘는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도산 위기 직전까지 갔다. 더욱이 테슬라는 뉴욕증시 상장기업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주주총회에서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CEO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드높았을 것이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무능한 경영인’ 머스크가 CEO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전기차 보급에 주력한 경영전략과 신(新)기술을 인정하는 미국 기업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국 전기자동차 테슬라가 캘리포니아주(州) 프리몬드 공장에 주차 중이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전기자동차 테슬라가 캘리포니아주(州) 프리몬드 공장에 주차 중이다. 사진=뉴시스

자동차 산업사(史) 관점에서 보면 테슬라의 급부상은 ‘포드주의(Fordism)’로 점철되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이제 무대에서 쓸쓸하게 퇴장하는 시대를 맞았음을 웅변한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1913년에 고안해 적용한 포드주의는 웅장한 컨베이어벨트 생산라인을 활용해 자동차 등 공업제품을 효율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아이콘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체계는 때로는 공장 근로자들이 컨베이어벨트를 볼모로 삼아 자동차 생산을 위협하는 ‘무기’로 전락했다.

생산성에 비해 턱없이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노조에 맞서 자동차 회사는 공장을 저임금 국가로 옮기고 정치권은 노조 눈치를 보며 이들 요구를 수용하는 ‘포퓰리즘’ 수렁에 빠져들었다.

전기차 등장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는 ‘게임 체인저’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기존 차량 엔진, 변속, 배기체계를 대체한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가 3만개 부품이 필요했지만 전기차 부품은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자동차가 이제 거대한 컴퓨터에 바퀴가 4개 달린 전자제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지각변동을 겪고 있지만 현대차 노조에게는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컨베이어벨트를 움켜쥐고 회사와 임금인상 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또다시 파업의 머리띠를 두를 수 있는 노조는 시대 변화를 애써 외면하는 퇴행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다.

테슬라판(版) 자동차혁명이 뿜어내는 거대한 물줄기 속에서 국내 자동차 노조는 방심하면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회사 생존자체마저 위협하는 천 길 낭떠러지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얘기다.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