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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반도체업체 ASML CEO, EU 반도체 주권 계획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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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반도체업체 ASML CEO, EU 반도체 주권 계획 거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네덜란드 ASML의 CEO는 유럽에 자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진=컴퓨터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네덜란드 ASML의 CEO는 유럽에 자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진=컴퓨터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네덜란드 ASML의 CEO(최고경영자) 피터 웨닝크는 하노버에서 열린 포럼에서 “유럽이 자체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유럽에서 반도체 주권은 달성될 수 없다. 한국과 대만 등에만 초현대식 공장을 세울 수 있다. 반도체 기술 생태계는 격차가 크고 투자액은 많다”며 유럽에서의 반도체 공장 설립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고 컴퓨터블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속산업 초청으로 "스마트 산업과 유럽 경제의 회복"에 대해 강연하면서 웨닝크는 “3나노미터 반도체의 공장에는 2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만의 TSMC는 새로운 칩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향후 3년 동안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 웨닝크는 "EU조차도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ASML은 반도체 장비 중에서도 가장 기술적으로 어려운 극자외선 노광장비(리소그래피)를 만드는 회사다. 이 회사의 노광장비 없이는 5나노미터 공정 이상의 고급 칩을 생산할 수 없다. 단가도 대당 2000억 원을 호가한다.

ASML은 미국의 대중 제재와 지정학적 영향력에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과 중국의 2년간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디커플링으로 ASML, 트럼프f, 자이스 등 공급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역 제한은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f와 자이스는 극자외선 분야에서 ASML과 협력하는 기술기업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초정밀 초음파 기계를 만드는 회사로서, 이들이 없었으면 오늘날의 ASML도 존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웨닝크는 무역 규제가 비용을 증가시키고 혁신을 감소시킬 것이으로 우려했다. 전체 반도체 생태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반도체에 대한 무역 금지는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모든 칩의 60%를 수입한다. 만약 수입이 중단된다면, 800억~1000억 달러의 매출이 줄어든다. 미국에서 적어도 2만 5000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게 웨닝크의 주장이다.

매출 손실로 인해 혁신은 중단된다면서 웨닝크는 "전략적 수출 규제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가 아닌 사업적 관점에서는 대단히 비합리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에 다른 가치를 가져오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면 개방된 국경선이 오히려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구 기업들이 중국에서 활동하면 중국 직원들은 개방된 문화와 투명성을 통해 자동적으로 혜택을 보게 된다는 논리다.

웨닝크는 미중 갈등이 해소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유럽 자체적인 반도체 공장 설립은 기술적이나 투자 규모 면에서 적절치 않으며 오히려 정채적 갈등을 해소하고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