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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니, 유저 존, EV 라이드...Kia360은 ‘외국어 체험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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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니, 유저 존, EV 라이드...Kia360은 ‘외국어 체험공간’?

[고운 우리말, 쉬운 경제 18] 기아 브랜드 소개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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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지난 12일 서울 압구정동 브랜드 체험공간 ‘Kia360 (구 BEAT360)’이 리뉴얼을 마치고 새롭게 개관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 속에는 많은 외국어가 들어있다. 모빌리티, 라이프스타일, 드라이빙, 파트너십, 브랜드, 비전, 리뉴얼, 솔루션, 컬러, 콘텐츠, 언택트, 키오스크, 가이드 QR코드 등은 약과다.
미드나이트 블랙, 폴라 화이트, 디자인 존, EV 라이프 존, 유저 존, 뉴 저니(New Journey), 인스파이어링 유니버스(Inspiring Universe),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EV 차지(EV Charge), EV 라이드(EV Ride), 커넥티드 하우스(Connected house), EV 탭&팁(EV Tap & Tip), AI 스테이지(AI Stage) 등 알수 없는 외국어가 수두룩하다.

기아가 글로벌 기업이라서 이럴까? 꼼꼼히 살펴보며 ‘해석’해 봤다.

‘미드나이트 블랙(Midnight Black)’은 자동차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색상이다. 미드나이트는 자정, 심야, 한밤을 나타내고 여기에 블랙(검정)이 조합됐다. ‘폴라 화이트(Polar White)’는 새하얀 북극을 뜻한다. 역시 차량에 많이 사용되는 색상이다.

체험 공간을 설명하는 ‘디자인 존’, ‘EV 라이프 존’, ‘유저 존’이 있다. 디자인은 우리말로 된 외래어다. ‘EV 라이프’는 전기차라는 EV(Electric vehicle)와 지역이라는 존(Zone)이 합쳐졌다. ‘유저 존’에서 유저는 사용자(User)를 의미한다.

이어 등장하는 외국어들이 ‘뉴 저니(New Journey)’, ‘인스파이어링 유니버스(Inspiring Universe)’,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이다. 이 용어들은 기아가 신규 브랜드로 거듭났다는 것을 표방하며 내세운 ‘브랜드&디자인 존(Brand&Design Zone)’에 담겨 있다.

기아는 ‘뉴 저니’가 신규 차종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인스파이어링 유니버스’가 고객들이 자신만의 영감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고객 참여형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라고 밝혔다.
문제는 ‘오퍼짓 유나이티드’다. 기아가 지난 3월 발표한 차량 디자인 철학이다. “오퍼짓 유나이티드는 대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자 대비(Contrast) 개념을 결합해 만들어 내는 시너지(상승효과)이다. 서로 대조되는 조형, 구성, 색상 등을 조합함으로써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미래지향 디자인을 창조한다”라고 의미를 밝힌 바 있다.

‘EV 라이프 존(EV Life Zone)’은 체험 공간이다. 충전기를 살펴보는 ‘EV 차지(EV Charge)’와 가상 주행을 해보는 ‘EV 라이드(EV Ride)’ 가 보인다.

아직 더 많다. ‘커넥티드 하우스(Connected house)’, ‘EV 탭&팁(EV Tap & Tip)’, ‘AI 스테이지(AI Stage)’ 등은 쉽지 않다. 기아는 커넥티드 하우스(Connected house)에 대해 미래 커넥티드 시대에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EV 탭&팁(EV Tap & Tip)에서는 전기차와 관련된 유용한 실생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아가 ‘글로벌 기업’이라서 일까.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용어가 많은데도 외국어를 남용한 느낌이다. 문제는 보도자료를 읽은 독자들이 이를 비판 없이 수용한다는 것이다. 대중에 영향이 큰 기업이 고운 우리말을 두고 외국어를 남발하는 것은 ‘허세’로도 보일 수 있다.

감수:황인석 경기대 교수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