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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전통춤의 현대적 양식화의 전범(典範)…김주빈 안무의 '새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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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전통춤의 현대적 양식화의 전범(典範)…김주빈 안무의 '새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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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 안무의 '새다림'
최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주빈 컴퍼니(Jubin Company) 주최·주관, 서울문화재단·서울특별시·포이어 프로덕션 후원, 김주빈 안무의 「새다림」이 공연되었다. ‘새다림’은 제주굿 ‘초감제’를 동인으로 한다. 이 부정털이 의식은 신(神)길에 놓인 모든 부정을 물리치고 몸속의 액을 털어낸다. 한국 창작춤 안무가 김주빈은 새(부정)를 쫓는 감각적 정화의식을 선보인다.

원형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형식을 통한 현대성을 견지한 춤 작가 김주빈의 창작 정신이 분출된 「새다림」은 1983년 창작무용의 새로운 ‘몸 언어’ 창출을 책무로 주창한 ‘창무회’ 대표 무용가 임학선의 세계 초연작이 원전이다. 세기가 바뀌어 지난 사월, 창작무용의 진흥을 고무하는 춤의 제전에서 창작 당시 엄청난 화제작이었던 이 작품을 초대하여 조망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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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 안무의 '새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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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다림」은 대각선의 흰 플로어를 제의적 성소(聖所)로 삼는다. 청신(請神), 영신(迎神), 오신(娛神), 송신(送神)의 틀 속에 인접 구성 요소들은 안무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약화(略化)된다. 현대화의 단색 풍경을 닮은 의상과 플로어, 악기와 장단은 타악을 넘어 간결한 의식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구(巫具)와 무복(巫服)에 대한 사유는 일상적 몸짓으로 맑은 아침을 몰아온다.

군웅 기세의 회전이나 솟구치는 디딤은 정제된다. 달팽이 같은 느린 진전(進前)이 출생에서 현재적 사자탈에 이르기까지 긴장감을 불러오며 플로어의 백색이 주변의 부정을 몰아냄을 상징한다. 일상의 사람들이 깃발처럼 모이고 흩어지면서 사방의 부정을 물리친다. 그들의 행위는 터와 인간에 대한 무탈 기원이다. 그 의식은 지극히 차분하며 금방 희극으로 번질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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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 안무의 '새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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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다림」은 예술적 전통무용으로 양식화한 ‘부정놀이춤’을 재해석한다. 제(祭)의 중심 의식은 춤을 중심에 두지 않기 때문에 춤사위의 구조는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새다림」은 ‘부정놀이춤’의 부정한 것을 물리치고 신을 즐겁게 한다는 사전식 구성과 사위를 정리·압축하여 단순미 부각의 미적 질서를 구축한다. 김주빈의 「새다림」은 여전히 정제된 역동을 발산하고 있다.

38년 전의 느낌을 이은 「새다림」은 외형적 ‘부정놀이’를 넘어 극성을 강화하고 춤연기자 스스로 몸을 다스리고 맑은 기운을 소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전통춤에 대한 재인식과 변주의 대표작이 된 「새다림」은 전통춤 동작의 원리인 들숨·날숨·멈춤의 호흡 중심의 춤기법을 선보였다. ‘응축과 이완’의 기를 이용하여 맺고 어르고 풀어내면서 공연예술의 양식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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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다림」의 의도적 반복과 탄성적 흐름은 리듬감을 생성하며, 한국적 정서에 부합되는 의식을 포착하여 극적 기교를 입히고 창작무용의 전범(典範)을 보인 작품이다. 초연 당시, 군무로의 확장과 전통춤 재인식의 계기가 되는 무용사적 가치를 소지하였었다. 「새다림」 이후 창무회 중심의 집단적 창작무용 1세대 구축은 양적·질적 우위를 보임으로써 세를 확장해 나갔었다.

「새다림」은 임학선 안무로 ‘한·일 창작무용제’(1983)에 상제된 뒤, 연도를 달리하며 여러 공간에서 공연되었다. 1983년·1998년에는 문예회관 대극장, 2021년에는 아르코예술극장, 호암아트홀(1996), 포스트극장(1998), 독일부퍼탈 아다극장(2005)을 비롯한 공연장에서도 「새다림」은 진가를 발휘했다. 대학로예술극장에서의 김주빈의 「새다림」은 앞선 공연의 현재적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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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 안무의 '새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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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 안무의 '새다림'

김주빈 안무의 「새다림」은 평화와 공존의 ‘굿’(good) 문을 열었다. 전통 대작의 인상적 창작 춤꾼이면서도 창의력 번뜩이는 안무작을 생산해온 김주빈은 파도소리를 바라와 연결시켜 어린 시절을 기억해 내듯 전통을 기억해낸다. 굿을 현대인의 삶에 빗대고 춤벗들과 북청사자놀음처럼 활기차게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모습의 춤 행위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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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