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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장사'로 배불리는 은행에 '수수방관'하는 금융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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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장사'로 배불리는 은행에 '수수방관'하는 금융 당국

9월 예·대금리차 3%p 육박…대출금리 증가 폭 예금금리 4배 이상
불거진 이자장사 논란…은행 “대출 총량 맞추기 위한 것” 주장
정은보 “금리는 시장 자율에 ”vs 안용섭"금리에 대한 감독기관 감시 필요"

#서울 다가구 주택의 전세 세입자인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고민이 많다. 몇 달 뒤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데 집주인이 들어와 살 예정이다 며 나가 달라고 통보한 탓이다. 다른 전세 집을 구하기엔 최근 전세 가격이 너무나 올랐다. 월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전세 대출을 받거나 집을 사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5% 중반까지 치솟은 대출 금리때문에 주저했다. 특히, 지난해 들어 놓은 적금 통장의 금리를 들여다보다가 고작 2.3%인 점을 보고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격차도 실감했다. A씨는 자신이 맡긴 돈으로 '은행이 너무 편히 돈을 번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화만 치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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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에 대출 안내 문구가 걸려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은행권이 역대 급 실적을 거두자 이의 비결이 높은 예· 대마진을 통해 ‘이자장사’를 한 데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는 5% 중반까지 치솟은 반면, 예·적금 금리는 1~2%대에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금리의 상승이 예상되면서 이자 부담감에 피로를 호소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여전히 수수방관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감독 기관이 감시 의무마저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금리는 평균 연 3.18%다. 지난해 9월 대비 0.5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특히 신용대출금리는 4.15%로 전년 대비 1.26%포인트나 폭증 했다.

최근 2년간 정기예금 및 신용대출금리 추이 [자료=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2년간 정기예금 및 신용대출금리 추이 [자료=한국은행]

반면, 9월 기준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금리는 1.16%로 전년 대비 0.29%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신용대출금리 증가폭의 1/4에도 미치지 못한다. 9월 기준 정기예금과 신용대출 간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2.02%포인트에서 올해 2.9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예대금리차 확대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곳은 단연 시중은행이다.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5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총 영업이익은 26조 422억 원이다. 전년 대비 7.02% 늘었다. 이 중 이자이익은 23조8376억 원으로 같은 기간 11.48%나 증가했다. 이자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91.53%로 전년 대비 3.66%포인트 커졌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은행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높은 이자 대출'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은행이 이른바 ‘이자장사’로 자기 배만 불린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기는 예금 금리, 나는 대출 금리…“가계대출 축소 위한 것”


문제는 대출금리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9월 이후 가계대출총량규제를 비롯한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각 은행들은 대출 상품의 대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일부 은행의 대출 상품의 금리는 상단이 5% 중반 대를 넘어 6%로 향하고 있다.

주담대 변동금리도 올랐다. 지난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1.29%로 전월 대비 0.13%포인트 상승했다. 다음날인 16일부터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평균 3.63~4.49%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이달 25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 시 되는 등 대출금리 인상의 시그널이 무수히 나오고 있다.

반면, 수신금리는 제자리다. 16일 기준 시중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는 연 0.85~2.1%, 예금금리는 0.55~1.65%였다. 이 마저도 적금금리 상단이 2%에 미치지 못한 상품이 대다수였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 대출이 너무 불어난 만큼 당국으로부터 자율적인 대출 축소를 주문 받았다”며 “기준금리 인상 영향도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 대출 실수요 대신 가수요를 줄이고자 우대 금리 위주로 금리 조정에 나서면서 높은 대출금리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예· 대율적 측면이나 예금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이 적어 예금 금리를 기준치 이상 올리지 않은 것”이라며 “현재 예·대 마진 차가 벌어지는 것은 수익성을 위한 것이 아닌 '가계 대출 축소'를 위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자장사 논란에도 방관하는 당국…“일관성 없다”


예·대 금리 차 확대 관련 금융 당국은 방관하는 입장이다. 지난 9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시장 자율 결정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금융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한 것.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지방은행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미지 확대보기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지방은행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지난 3일 간담회에서 “최근 금리가 많이 올라가고 있고 대출금리에도 반영되면서, 전체적으로 예·대마진이 좀 더 벌어지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생각하면 그런 시대는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행보가 일관성 없다'고 비판했다. 전 수장 시절 직·간접적으로 금융사에 개입한 전례가 있지만 '지금의 당국은 아무것도 안 하려 한다는 것이 문제다'고 꼬집었다. 당장, 금리 인상부터 가계 대출 규제의 영향이 큰 데 '감독기관으로써 현재 금리수준이 적정한지 여부에 대한 점검부터 응당히 나서야 할 때다'며 감독당국의 의무 이행을 촉구했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 부원장도 “현재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의 끝에 근접 했다 지만, 경제적 부담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쏠려왔다”며 “공공기관 성격을 지니며 자금여력이 충분한 은행이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에 대해 일정 부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금리 산정을 시장 흐름에 맡긴다는 말도 옳겠지만, 과거 금융당국은 행정지도 등을 통해 적정 수준의 금리를 산정하고자 개입한 전례가 있다”며 “포용 금융적 측면에서 은행이 적절한 선에서 자율적 금리를 산정할 수 있도록 감독 기관이 감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