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파이어 KSB 에너지/KSB 박종복 대표

대담=노정용 글로벌콘텐츠 담당 국장 대우
— 한국 중소기업으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15GW브라질 태양광 사업을 투자해 내년부터 1단계 사업에 착수하는데, 그 규모가 엄청나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태양전지 1GW로 매일 1시간씩 한 달간 전기를 생산하면 월 300kw의 전기를 1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습니다. 1GW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1000만평의 면적이 필요한데, 따닥따닥 붙여서 15GW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도 1억5000만평이나 되는 엄청난 규모이지요. 브라질과 같이 광활한 땅과 풍부한 일조량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 브라질에서 태양광 사업을 투자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 사업이 어떻게 전개됩니까?
그 후 PM사인 인스파이어 KSB(대표 김춘열)에 브라질 태양광 프로젝트에 협력업체 선정과 자재선정을 지시하였고, 엄격한 사전 심사와 본 심사를 통해 모듈/인버터/구조물/전기자재/보안 등 경쟁력 있는 6개 기업을 확정했으며, 추가 기업을 선정 중에 있습니다.
15년간 15GW 중 우선 1단계로 5GW를 진행합니다. 2022년 2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계약(발주)을 하고, 6월부터 공사에 착공할 예정입니다."
— 중소기업이 두바이의 인스파이어그룹과 손잡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지요. 인스파이어그룹 입장에선 일본이나 네덜란드나 중국의 대기업을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한국의 중소기업을 낙점한 것은 KSB가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높이 산 덕분입니다. 풍부한 자금을 보유한 인스파이어그룹은 돈은 없지만 거짓말 안하고 기술과 마케팅 능력을 가진 KSB에 후한 점수를 주었어요. 가진자의 여유라고 생각됩니다."
박종복 대표는 인스파이어그룹과의 인연이 '기적'이라고 표현했지만 알고 보면 기적이 아니다. 10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자세로 부단히 문을 두드린 그의 노력의 산물이다. 박 대표는 인스파이어그룹과 접촉하기 위해서 수십 번 두바이 본사를 찾아갔고, 사전에 약속이 안 된 관계로 본사 로비에서 그저 인사만 하고 귀국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 중소기업으로서 사상 최대 15GW 브라질 태양광 투자
"최소 10시간 이상 비행을 해서 본사 로비에서 1분도 채 안되는 짧은 만남을 가진 후 귀국해서도 실망하지 않았어요. 사전에 약속을 잡지 못한 탓이니까요. 브라질에서 LED 가로등과 태양광 사업에 대한 사업타당성 조사를 바탕으로 자료를 만들어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인스파이어그룹을 설득하기 위해 보낸 자료가 1500페이지가 넘습니다. 나중에 4권의 책자로 제작해 인스파이어그룹에 제출했고, 인스파이어그룹도 이를 토대로 꼼꼼히 사업성을 검토해 투자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 대기업이 하기도 힘든 일을 중소기업이 해냈다는 점에서 혹시 '뻥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던 같습니다만….
"인스파이어그룹으로부터 투자를 확정지은 뒤 여러 건설사들과 잇따라 접촉을 했지만 제 말을 믿지 않았어요. 현재를 보지 말고 미래를 보며 현장 확인만 해도 사실여부를 알 수 있는데,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저를 사기꾼 취급하더군요. 오히려 어떻게 알았는지 유럽의 EPC 업체들은 저를 만나기 위해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촉을 해왔어요."
— 브라질 태양광 사업이 BTO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BTO방식은 민간 사업자가 시설을 직접 건설한 뒤 정부 등에 소유권을 양도하고 일정기간 직접 시설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거두는 방식입니다. 인스파이어그룹이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한 다음에 SPC(특수목적법인)에 사업을 넘겨 일정 기간 동안 시설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거두게 됩니다. 그러나 인스파이어그룹은 자금을 투자하지만, 무엇보다 자기들이 운영하는 펀드가 투자한 나라의 발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일반 자산운용사들은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데 반해 인스파이어그룹은 인스파이어 KSB 에너지를 통해 기술을 전수해주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데 큰 비중을 두고 있어요. 수익이라기보다 은행 이자를 챙기는 정도로 마진이 1%도 안 됩니다."
— 인스파이어그룹의 접근 방식이 독특한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투자는 보통 이익을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상식이지요. 특히 국부펀드가 한 나라에 투자를 하면 투자한 나라의 기업들이 기술력에 관계없이 싹쓸이 하다시피 합니다. 그러나 인스파이어그룹은 자기들이 운영하는 펀드로 훌륭한 기술을 만나게 하고, 그 나라의 발전 등 상호 윈윈하는 접근을 하고 있어요. 이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지요. 물론 참여기업들은 적절한 이익을 창출하겠지만, 그 나라 발전을 위한 투자인데, 우리가 다 이익을 가져온다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박종복 대표는 이번 브라질 태양광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 9월 19일 출국해 3개월 만에 귀국했다. 브라질 현지에서 자재와 부품을 납품할 한국 중소기업들과 합류해 1차 태양광 사업을 시행할 주들을 직접 시찰했다. 브라질 수도 상파울루에서 비행기로 3시간 반 거리에 있는 670개의 시, 총거리만 6700㎞를 시찰하는 강행군이었다.
— 인스파이어그룹은 사업계획서에 몇 가지 원칙을 꼭 포함시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원칙인가요?
"간단하지만 지키지 않으면 바로 계약이 해지되는 조항입니다. 첫 번째는 정직해야 하고, 두 번째는 거짓말 하면 안 되고, 세 번째는 약속을 지켜야 하고, 네 번째는 부정부패해서는 안 되고, 다섯 번째는 그 나라의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을 하나라도 지키지 않으면 바로 파트너 관계가 종료됩니다."
LED 가로등 시장 개척 사업타당성 조사에만 1600만 달러나 투입
— 박종복 대표를 보면 한국인의 강한 DNA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가진 DNA가 있다면….
"정직, 신속 대응, 희생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 기업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정직을 기본으로 고객이 원하는 대로 신속한 대응과 함께 기업을 위해서, 직원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희생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외국 기업들이 자기 회사만을 위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요."
— KSB의 기업철학은 무엇인지요?
"기업철학이라고 하면 거창한 느낌이 들지요. 다만 회사 경영이념으로 '기술혁신 하자' '자기혁신 하자' '글로벌로 가자'고 강조합니다. 기업이 오랫동안 존속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자기부터 바뀌어야 하고, 그렇게 해서 글로벌 시장으로 가야 하지요. 직원 12명 모두 석‧박사급의 연구원으로 3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두바이 인스파이어그룹에서도 저희 회사의 기술가치로만 1억8000만 달러로 평가했어요."
— 천안 향토기업으로서 해외진출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압니다.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습니까.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기업 규모가 작고, 백그라운드가 없기 때문에 정식, 신속 대응, 희생의 마인드로 어려움을 극복했어요. 인스파이어그룹에게 저희 같은 마인드가 먹혔지요."
박종복 대표는 일화 하나를 들려주었다. 브라질 LED 가로등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사업타당성 조사에만 1600만 달러를 투입했다.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는데, 투자자를 못 구해 허탕을 친 것이다. 인스파이어그룹을 만날 당시 거의 거지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는데, 있는 척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기술은 있지만 사실 돈이 없다'며 정직하게 접근했더니 인스파이어그룹에서 밥도 사주고 호텔비도 대주었다고 한다.

— KSB는 이제 중소기업이 아니라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다면….
"상대방을 이해해야 발전할 수 있어요. 중소기업을 만나보면 의심이 많아요. 그런데 마음을 열고 의심하는 것과 마음을 닫고 의심하는 건 다릅니다. 마음을 열고 접근해야 기회가 오지요. 인스파이어그룹이 천안의 중소기업인 KSB를 파트너로 선정할 때 그런 마음으로 했다고 봅니다. 이번 브라질 태양광 사업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에도 경쟁을 통해서 와라, 그래야 글로벌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어요. 제가 아는 선배 기업도 있지만 선정에 관여하지 않고 철저히 경쟁에 붙였습니다. 볼트 하나만 납품해도 큰 부자가 되는데, 우리와는 관계가 없어요. 저도 일 주고 싶은 기업 많습니다. 그러나 그건 욕심이지요. 정직해야 합니다. 그래서 서운한 사람이 생기더라도 어쩔 수 없지요."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브라질에 이어 캐냐,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러시아, 베트남 등에서도 태양광 사업과 인프라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씨앗을 다 뿌려놓았어요. 180억 달러 규모의 스마트시티 사업이 진행됩니다. 인스파이어그룹도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난 후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다가 오미크론 등 변이가 계속 나오면서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코로나와 함께하는 생각으로 사업의 방향을 틀었어요. 그룹의 방침이 바뀐 만큼 인스파이어 KSB 에너지도 사업에 속도를 낼 작정입니다."
■ 인스파이어 KSB 에너지/KSB는 어떤 기업?
KSB는 일본계 공장자동화 업체에서 근무했던 현 박종복 대표가 지난 1999년 1월 11일 창업한 천안의 향토 기업이다.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해 창업 초기에는 공장자동화 기술개발 컨설팅으로 돈을 벌었고, 이후 2004년부터 로봇 자동화 기술과 LCD 광고패널 사업 등으로 회사 규모를 키웠다.
직원이 12명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석‧박사 인력으로 LCD와 LED 관련 특허만 30여 건을 보유하고 있다. LED 가로등, 방열시스템, 영상디스플레이 장치 등의 사업을 전개하다, 두바이 투자회사인 인스파이어그룹과 인연이 돼 인스파이어 KSB 에너지를 설립하고 아세아, 걸프, 중남미, 아프리카 등 24개국에서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SOC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공학석사와 경영학박사를 취득한 박종복 대표는 인스파이어그룹의 에너지 사업부 대표로 취임, 인스파이어그룹의 태양광, 풍력, 화력, 수력, 지열, 원자력 등 글로벌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