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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 "NFT·P2E 새로운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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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 "NFT·P2E 새로운 것 없다"

밸브 전속 경제학자로 '스팀' 디지털 경제 연구
"메타버스·P2E는 10년 전에 이미 있었던 개념"
암호화폐, 기존 디지털 경제 환경 연장선에 불과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 사진=바루파키스 공식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 사진=바루파키스 공식 홈페이지
그리스 재무장관, 국회의원 등을 역임한 경제학자 야니스 바루파키스(Yanis Varoufakis)가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 웹 3.0, 암호화폐 경제 등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비영리매체 더 크립토 실라버스(The Crypto Syllabus)가 진행한 인터뷰서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은 "내가 밸브 코퍼레이션에서 일하던 10여 년 전, 그들이 운영하는 게임 플랫폼 '스팀'은 이미 디지털 경제고 메타버스였다"며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은 전혀 새롭지 않고, 디지털 경제화의 연장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2012년 3월 밸브 전속 경제학자로 취임, 약 1년 동안 공식 블로그를 통해 '스팀' 내 디지털 경제에 대한 기고문을 꾸준히 작성했다. 그는 당시 게임 이론, 가상 경제와 환율 경제 간 상관관계 등에 대해 연구했으며, 밸브 코퍼레이션 측을 위해 향후 게임 트렌드에 대한 자문 역을 맡기도 했다.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에 대해 바루파키스는 '10년 전에 비해 새로운 것이 거의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특히 NFT(대체불가능토큰)에 대해 "기술적으로 한 단계 진보해 보다 자유롭게 가상 환경에서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수집품일 뿐"이라며 스팀 유명 게임 '팀 포트리스 2' 속 모자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게임 속 모자가 디지털 수집품으로 각광받아 이베이 등에서 수 천달러에 거래돼자, 밸브는 게임 내 거래소를 설립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며 "NFT가 블록체인 기반 거래소를 통해 판매된다는 차이점은 있으나, 디지털 상품 제작자의 공급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구조를 본질적으로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엑시 인피니티로 대표되는 P2E(Play to Earn) 게임에 대해서도 "필리핀 등 제3세계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며, 이 역시 과거에도 있었던 현상"이라며 "디지털 상품으로 연 6만달러를 벌던 중국 소년, 게임 2차 창작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받던 카자흐스탄 개발팀 등은 10년 전 스팀 커뮤니티에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사진=Getty이미지 확대보기
사진=Getty

밸브에서 일하던 시절 관찰했던 스팀에 관해 바루파키스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법적 규제가 없는 디지털 세계였음에도 불구, 스팀 커뮤니티는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이용자들의 장이 되는 대신 암묵적 합의·익명 선물·기부 등이 이뤄지는 '사회'처럼 움직였다"며 "게이머들에게 있어 스팀은 이미 하나의 메타버스였다"고 술회했다.

'메타버스'는 최근 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의 핵심 비전으로 제시됐다. 바루파키스는 "메타를 예시로 들자면, 마크 저커버그 대표의 야망은 수십억달러를 투입해 페이스북 등의 비 게이머들을 스팀 같은 소셜 디지털 경제의 이용자로 바꾸는 것"이라며 "제프 베조스·일론 머스크 등 '테크노 군주(Techno-lord)'의 반열에 오르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바루파키스의 이러한 지적은 잭 도시 전 트위터 대표의 '웹 3.0'에 관한 의견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도시 전 대표는 지난해 말 SNS를 통해 "기존의 인터넷이 알파벳·애플·메타 등 빅테크의 지배를 받고 있는 가운데 '웹 3.0'조차 대형 벤처 캐피털의 손에 좌우되고 있다"며 "웹 3.0은 결국 기존과 다름 없는 중앙집권적 인터넷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웹 3.0은 최근 IT업계에서 블록체인 기반 경제와 메타버스의 결합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바루파키스는 "블록체인은 분산화된 저장 시스템 등 기술적 진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면서도 "빅테크 등 일부 리더가 주도하는 자본주의라는 지금의 디지털 환경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NFT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가스 등 환경 문제에 관한 질문에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막대한 환경 손실을 낳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그보다는 암호화폐가 디지털 환경을 바꿀 새로운 키워드라거나, 기존 경제 체제를 혁신할 수단 등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바루파키스는 "암호화폐가 어느 나라에서 인기를 얻는다는 것이 곧 그 나라의 경제가 위험해졌음을 반증하는 지표가 된 것이 현실"이라며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미래에 유용해질 수는 있으나, 암호화폐나 NFT는 결국 기존 디지털 경제의 연장선일 뿐"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