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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DNA로 무장…대한민국 해외 영토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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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DNA로 무장…대한민국 해외 영토 넓힌다

■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 인터뷰
공감과 배려, 도전이 일상화된 조직문화 만들 것
해외건설 촉진법 근거로 설립 '팀 코리아' 구심점
방글라데시·파라과이 등서 우선사업권 확보 쾌거
국내 기업 해외진출 위해 공·금융기관 가교 역할도

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 사진=KIND이미지 확대보기
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 사진=KIND
"공감과 배려의 조직 문화와 실패가 용인 되고 도전이 일상화 된 스타트업 DNA를 뿌리내리도록 하겠다."

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Korea Overseas Infrastructure & Urban Development Corporation) 사장은 '악착같이, 이길 때까지, 살아남을 때까지'의 정신으로 한국도로공사에서 불모지로 여겨지던 해외 건설 사업 분야에서 성공을 이끈 해외 사업 전문가다. 이강훈 사장은 1988년 도로공사에 입사 후 해외사업팀장·해외사업처장·사업개발처장을 거쳐 2019년 부사장으로 재임했다. 지난해 9월에는 창립 4년차를 맞은 신생 공공기관 KIND의 2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국내 기업·기관 등과 '팀코리아'를 꾸려 해외 수주 '국가대항전'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이강훈 사장을 서울 여의도 KIND 본사에서 만났다.
△KIND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데 공사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는 해외건설 촉진법에 근거해 2018년 6월에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우리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액이 2010년 716억 달러를 정점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정부는 우리 기업의 해외 인프라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KIND를 설립했다. 투자개발형 사업의 발굴부터 개발·금융지원까지 사업 전 단계를 지원한다. 초기 설립 자본금은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출입은행 등 9개 기관의 출자를 통해 마련됐으며 현재까지 자본금 3936억원을 확보했다.

공사는 우리 기업·공공기관·금융기관 등으로 구성되는 팀 코리아의 구심점이자 전략적 투자자로서, 해외 투자개발형사업 개발에서 금융 조달 지원·직접투자 등 우리 기업을 위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외 건설사업 수주에 직접 기여하고 있다. 2018년 공사 설립 이후 10개국에 걸쳐 총 16개 사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실시했다. 투자 규모는 2억9000달러로, 이를 통한 우리 기업의 EPC 수주액은 약 36억달러(4조3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정부 정책펀드인 PIS(Plant Infra Smartcity)펀드와 GIF(Global Infra Fund) 펀드를 관리하고 있다. PIS펀드는 국내 최대 규모(1조5000억원 목표)의 해외건설 특화 펀드로, 현재까지 모펀드 4924억원에 민간자금 6076억원을 매칭해 4개의 하위펀드 1조1000억원을 조성했다. 이를 활용해 해외 투자개발형사업을 추진하는 우리 기업의 투자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현재 KIND는 대부분 장기적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당장 눈에 띄는 투자금 회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투자해 놓으면 다음 세대에서는 자산 가치가 올라가고, 또 그 다음 세대까지 계속 회수가 되는 구조다. 다음 세대에서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외 인프라 영토'를 늘려간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는 기관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KIND와 국내 기업들이 팀 코리아를 구성해 다양한 해외 건설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KIND는 해외 인프라 및 도시개발 분야에서 G2G협력의 선도 주체로서, 우선 사업권 확보를 위해 정부 간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기업과 경쟁력 있는 팀 코리아를 구성, 해외 건설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점사업으로 방글라데시와 파라과이 사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2019년 4월 KIND와 방글라데시 민관협력청 간 MOU 체결을 시작으로 4차에 걸친 한-방글라 민관협력사업(PPP) Platform 회의를 개최했다. 올해 3월 푸바찰 배전선로사업의 우선사업권을 확정하면서 도로·철도·송전선로·교량 등 5건의 사업에서 총 109억달러 규모의 우선사업권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향후 지속적인 한-방글라 PPP Platform 운영으로 매그나대교사업 등 추가 사업 발굴도 추진중이다.
다음으로 파라과이 경전철사업(6억달러 규모)은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과 으빠까라이라는 도시를 연결하는 약 43km 연장의 경전철 사업이다. 한국 최초로 한국형철도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는 사례로 우리 기업들이 철도를 건설하고 30년간 운영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5번째로 고속철도를 독자적 기술로 건설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철도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한 실적이 전무하다. 이번 프로젝트로 설계, 차량·시스템 공급, 건설과 운영이 하나의 패키지로 엮여 해외에 진출했다는 데 의미가 깊다.

2021년 11월 우리 기업들은 사업 제안서를 파라과이 정부에 제출하고 협상을 진행했다. 현재 사업 수의계약 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파라과이 국회에서 통과를 앞두고 있다. 향후에는 KOICA와 협업해 파라과이에 철도교육센터를 건립해 철도 인재 육성 및 일자리 창출을 할 예정이다. 고객 국가의 발전에도 기여해 해외 인프라 시장에서 팀코리아의 명성과 경쟁력을 쌓아 나갈 방침이다.

△KIND보다 앞서 해외사업 지원 기관을 운영 중인 나라도 많다. KIND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가까운 일본 '조인(JOIN)社'를 보면 자국 기업의 해외 사업 활성화를 위한 컨설팅·투자·사후관리 기능 수행에 그치고 있다. 해외 인프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원 기능이 필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진 않다. KIND는 좀 더 친절하고 세심한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해외 건설사업에 대한 투자 및 사업지원 기능은 물론 정부 예산을 활용한 F/S 지원·국제입찰서 작성 지원 등으로 우리기업의 초기 사업개발 비용 부담도 줄여주고 있다. 2021년말 기준 우리기업을 위해 F/S지원에 242억원, KCN 및 EIPP 수행에 102억원이 집행됐다. 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F/S 건당 지원 금액을 상향하는 등 사업 개선도 추진한다. 또 올해부터는 국제입찰서 작성 지원 기능을 추가 수행한다. 민간의 제안서를 접수하고 있으며 옥석을 가려 지원 대상 사업도 확정한다. KCT(한국형 스마트시티 수출)·EIPP(인도네시아 수도이전)와 같은 정책사업을 정부로부터 위탁 수행하면서 그와 연계한 팀코리아 사업 발굴을 위해 노력중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을 거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나라다. 인프라 개발이 필요한 나라에서는 한국이 모든 노하우를 갖춘 나라로 본다. 우리도 힘든 과정을 겪어 그들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각 나라의 실정에 맞춰 투자 하고, KOICA를 통해 무상 원조 형태의 프로그램도 만든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중국·일본도 해외 수주는 이제 단순히 기업 입찰 경쟁이 아닌 국가경쟁의 형태로 간다.

△사업 진행 시 국내외 공공기관·기업·금융기관 사이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제도적 개편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KIND는 기업·공공기관·금융기관의 중간자 적 위치에서 우리 기업의 해외 수주 활성화를 위해 팀코리아를 주도하기도하고 때론 지원 한다. 다행히도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고자 하는 정부와 민간기업·공기업·금융기관들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으므로 역할의 어려움은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만, 현 법정 자본금 한도가 5000억원인데 KIND 출범 이래 활발한 투자 활동으로 조만간 한도액을 거의 다 채우게 된다. 사업 수요는 증가하는데 사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법정자본금 부족으로 적기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해외 인프라·도시개발사업 지원을 위해 공사의 법정자본금을 2조원으로 상향하는 해외건설촉진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각계각층의 많은 관심과 응원이 절실하다.

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 사진=KIND이미지 확대보기
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 사진=KIND

△이강훈 사장은 한국도로공사 입사 후 해외 건설사업 분야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해외 사업 전문가로 꼽힌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1988년 도공에 입사 후 내부적으로는 불모지로 여긴 해외사업에 뛰어들어 해외사업팀장·해외사업처장·사업개발처장 등을 거쳐 2019년 부사장으로 재임했다. 당시 해외사업 중장기 추진 전략 수립 등 해외사업 진출 기반 마련 및 해외사업과 교류 협력 분야에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악착같이, 이길 때까지, 살아남을 때까지'란 슬로건을 내걸고 2014년에는 세계 유수의 기업을 제치고 방글라데시 파드마대교 컨설팅사업(513억원)을 수주했다. 당시까지 한국 최대 규모의 해외 컨설팅 사업 수주였으며 수주가 결정되는 순간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해외 인프라 사업은 관련 국가·우리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핵심이다. 각국의 발주처·ODA기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우리 기업과 함께 팀코리아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도공에서의 민관협력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KIND에서 다양한 사업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다. 방글라데시·파라과이 등 관련국과의 협력 관계를 지속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경쟁력 있는 팀코리아를 구성하고 더 많은 투자로 해외 인프라사업 수주를 견인하는 등 든든한 동반자 KIND를 만들고 있다.

△호텔·복합시설 등 브라운필드사업을 추진 중인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인프라·도시개발 분야 투자개발형 해외사업의 경우 단순 도급과 달리 사업 발굴, 개발, 투자, 금융 자문·주선, 운영·관리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참여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짧게는 10년, 길게는 20~30년 이상에 걸쳐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투자비 회수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조기 성과 확보가 어렵다. KIND가 설립 5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기관의 성과와 실적을 현금 흐름·수익 구조 등 재무상태와 연계해 지속가능성관련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단기적 관점에서 수익 실현이 가능한 브라운필드(Brown-field) 사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며 1호 사업으로 롯데호텔과 미국 시카고 '킴튼 호텔 모나'에 대한 지분 투자도 했다. 브라운필드 투자는 이미 존재하는 기업의 지분 또는 시설을 인수하거나 합작하는 방식의 투자로 투자와 동시에 수익이 실현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KIND의 단기 수익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EPC 기간이 짧은 신재생에너지·부동산 개발 등으로 투자를 다각화해 단기 현금 흐름도 개선하고 있다.

△조직문화 개선에도 관심이 많다고.
KIND 사장을 맡은 지 9개월이다. 신생 조직이다 보니 업무 방식이 자리 잡지 않은 부분도 있다. 다양한 출신으로 채워진 KIND를 하나로 묶는 공감과 배려의 조직 문화와 실패가 용인 되고 도전이 일상화되는 스타트업 DNA를 심고 싶다. 요즘 가장 큰 관심사이자 과제다. 누구나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고자 화요일마다 CEO와 직원들이 자유롭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CEO와 점심'을 시행하고 있다. 조직 문화 TF를 구성하고 조직 진단을 실시하는 등 전사적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향후 KIND의 모든 직원은 상호존중·양방향 소통·열정적 업무 태도의 '스타트업 DNA'를 가지고 역동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동료와 조직을 배려하는 KIND만의 열린 기업 문화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또 KIND가 성장하는 만큼 직원들의 가치도 올라가길 바란다. 젊은 사람들은 한 직장에만 머무르려고 하지 않는다. 어디를 가도 KIND 출신이라면 충분한 몸값을 받도록 직원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 같은 조직을 만들겠다.

△KIND의 하반기 주요 경영방향은?
올해 KIND는 10개국 12개 사업 4억5000달러 이상 투자 승인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른 우리 기업의 EPC 수주액은 47억 달러다. 주요사업으로 G2G협력으로 방글라데시 메그나 교량사업·조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브라운필드사업인 괌 호텔 리노베이션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반기 중점 계획은 첫째로 G2G 협력 활동을 강화해 방글라데시·파라과이 등에서 추가적인 우선 사업권 확보에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다. 둘째로 GIF·PIS 펀드의 투자 가이드라인 완화·통합 투자 플랫폼 활성화 등 정책 펀드 투자를 촉진하겠다. 셋째로 호텔·주택·복합시설 등의 증개축 또는 분양형 시장에 우리 기업들과 공동 진출해 단기 수익 창출 기반을 조성토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투자개발형 사업을 위해 자본금 한도를 2조원으로 상향하기 위한 해외건설촉진법 개정도 추진하겠다.

대담=이상민 산업2부 담당 부국장
정리=박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