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셜미디어(SNS)에서 최근 '조용한 사직'이라는 신조어가 큰 화제가 됐다. 조용한 사직은 직장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면서 봉급을 타는 것을 뜻한다. 직장인들이 주어진 일만 간신히 하면서 버티는 게 조용한 사직이다.
갤럽이 1만 5091명의 미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올해 6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자기 일에 열정적이라고 한 응답자는 3분의 1에 불과했다. 의도적으로 태업한다는 직장인은 20% 미만으로 나타났다. 두 그룹의 사이에 있는 사람들은 주어진 일을 최소한만 하면서 심리적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서 멀어져 있다. 갤럽은 줄잡아 미국 직장인의 50%가량이 ‘조용한 사직’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 직장인의 열정 지수가 팬데믹 이후에 급락했다. 갤럽은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여름부터 직장인의 일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갤럽 조사에서 팬데믹 이전에 직장에서 자기 일을 열정적으로 수행한다는 사람의 비율이 40%에 달했었다.
갤럽은 35세 이하의 젊은 층 직장인들이 자기 일에 대한 만족도가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짐 하터 갤럽 직장 연구 책임자는 “고용주와 고용인 간의 관계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관리자들은 노사 간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직장인들에게 대면 근무를 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직장인이 대면 근무에 부정적이다. 또 출근을 강요하면 퇴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ADP 리서치가 전 세계에서 3만 20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풀타임 대면 근무를 종용하면 퇴사를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의 ‘조용한 사직’의 반대편에는 기업과 경영진 측의 ‘조용한 해고’(Quiet firing)가 동전의 양면처럼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서 직장인을 해고하기가 쉽지 않다. 사용자는 해고 대상자의 소송 가능성 등에 대비해 철저히 해고가 불가피한 사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