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민 10명중 7명 "강제징집 때문에 불안"

그러던 러시아 국민의 시각이 최근 전황이 러시아에 불리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할 병력을 충원하기 위한 전국적인 부분 동원령이 내려진 것을 계기로 최근들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데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이는 푸틴 대통령의 초강경 드라이브가 러시아 여론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뜻이어서 푸틴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된 여론에도 기존 행보를 고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러시아 국민 69% “불안하다”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푸틴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 민심이 동원령 선포 이후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러시아 3대 여론조사기관에 속하는 국민여론재단(POF)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핵심은 러시아 국민의 69%가 동원령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대되고 있는 최근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더 중요한 사실은 POF가 1주일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동원령 이후 불안하다’는 응답률보다 무려 34%포인트나 급증했다는 점이다. 동원령이 선포된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뉴스위크는 “POF가 지난 4월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여론을 살폈는데 이처럼 불안하다는 응답이 높게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POF는 러시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서도 조사해왔는데 일주일전 조사에서는 34% 수준이었던 것이 이번 조사에서는 4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분쟁전문 싱크탱크 ICG의 올레그 이그나토프 선임 애널리스트는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국민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이처럼 크게 확산됐다는 것은 러시아 사회 전체를 전선에 끌어들리는 푸틴의 행보에 대한 국민적인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20만명 징집, 러시아 주변국들로 탈출행렬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러시아 전역에 선포한 부분 동원령에 따라 졸지에 강제징집 대상이 된 사람은 군복무 경험이 있는 18~60세 사이의 예비역 남성 30만명이다.
부분적인 동원령이라고는 하지만 동원령이 내려진 것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인데다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투입했던 러시아 정규군 병력이 15만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규모의 징집령이어서 러시아 국민 사이에 불안감이 퍼지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4일 밝힌 내용에 따르면 동원령이 내려진 이후 지난 2주 동안 강제징집된 예비군은 20만명에 달한다. 푸틴이 언급한 30만명에는 아직 모자라는 규모다.
이는 최근 러시아군의 강제 징집 과정에서 군대 경험이 없어 동원 대상이 아닌 시민에게도 징집 통지서가 발송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징집 가능성이 있는 남성들을 중심으로 러시아 주변국으로 피신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이 크다는 지적이다.
폭스뉴스는 “동원령 선포 이후 현재까지 카자흐스탄으로만 10만여명의 러시아 남성이 탈출했고 이밖에 몽골과 그루지야로도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루지야 정부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에서 넘어오는 남성이 하루 5000~6000명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1만명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4일 밝혔고 몽골로 들어가는 출입국관리소들은 입국 절차를 밟기 위해 대기 중인 러시아 남성으로 북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