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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는 CEO인가?’ 美 법정서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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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는 CEO인가?’ 美 법정서 가려진다



일론 머스크가 최근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자신의 트위터 계정 프로필에 올린 직함 ‘최고 트윗’. 사진=시넷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가 최근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자신의 트위터 계정 프로필에 올린 직함 ‘최고 트윗’. 사진=시넷

‘트위터 최고 트윗(Chief Twit)’

트윗(Twit)은 트위터(Tweeter) 사용자를 뜻하는 것으로 우리말에서는 통상 트위터리안으로 표현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대한 인수를 완료하자마자 트위터 계정 프로필에 자신의 직업으로 적시한 표현이다.

그러나 머스크는 타이틀을 수시로 바꾸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겸영하는 기업이 워낙 많기 때문에 한 직함이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현재는 ‘트위터 불만처리 핫라인 운영자(Twitter Complaint Hotline Operator)’로 표현을 바꾼 상태.

지금까지 보지 못한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인물답게 트위터 최고 트윗이 됐든, 트위터 불만처리 핫라인 운영자가 됐든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말과는 매우 거리가 먼 표현이다.

머스크 입장에서는 이같은 행보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경제계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테슬라 CEO’라는 직함을 그에게 쓰지만 정작 그 자신은 자신의 타이틀을 ‘테슬라 테크노킹(Technoking)’으로 변경해 지난해 3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했을 정도.
그러나 머스크의 직함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바꿔 말하면 그가 CEO라는 직함을 거부하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머스크를 과연 통상적인 CEO로 봐야 하는지의 문제가 미국 법정에서 가려져야 할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성과급에 테슬라 소액주주가 제기한 소송 14일 개시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가 지난 2009년 트위터에서 사용한 공식 직함 ‘테슬라 테크노킹’. 사진=트위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트위터 새 총수가 지난 2009년 트위터에서 사용한 공식 직함 ‘테슬라 테크노킹’. 사진=트위터


2일(현지시간) 미국 경영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미국 델라웨어주 형법법원 캐슬린 맥코믹 판사의 주재로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맥코믹 판사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계약 파기에 맞서 트위터 경영진이 제기한 소송을 맡았던 판사.

머스크가 막판에 인수 계획 번복을 다시 번복하면서 지난 28일까지 트위터 인수 작업을 완료할 것을 명령했고 머스크는 이에 따라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공방을 둘러싼 법정 싸움은 일단락된 바 있다.

다가오는 재판에 머스크가 출석하는 이유는 테슬라 이사회가 지난 2018년 머스크 CEO에게 558억달러(약 79조2000억원) 규모의 파격적인 성과급을 허용한 것 때문이다.

테슬라 소액주주들을 대표해 머스크와 테슬라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리처드 토네타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면 “인류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성과급을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 CEO에게 승인해준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법률상 상장기업의 이사와 지배주주는 소액주주에게 수탁자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는데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머스크에게 이같은 역대급 성과급을 챙겨주는 일을 강행한 것은 수탁자로서 충실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는게 원고의 주장이다.

토네타는 특히 “테슬라 CEO이면서 최대 주주인 머스크가 이같은 성과급을 받은 것은 이해충돌을 피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문제 삼고 있다.

상법 전문가인 질 피시 펜실베이니아대 법학 교수는 포춘과 인터뷰에서 “이번 재판은 최고경영자에 대한 보상 문제의 관점에서 머스크에 대한 성과급이 과연 타당한지를 가리는 재판이라는 점에서 머스크와 트위터간 법정 공방에 못지 않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중요한 재판”이라고 밝혔다.

◇머스크 변호인단 “머스크는 일반적인 CEO가 아니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과연 머스크가 당시 테슬라 지분 22%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이라는 두가지 지위를 함께 갖고 있는 상태에서 이같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성과급을 받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여부.

즉 당시 머스크의 입장은 최고경영자의 지위와 소액주주의 수탁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였으므로 적법하지 않았다는게 원고의 주장이다.

앤 립튼 털레인대 법학 교수는 “머스크의 경우는 최고경영자로서 많은 이사들과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었다는데 있다”면서 “이해충돌의 염려가 있는 결정에 대해서는 주주들의 찬성만 얻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이해 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위원회를 꾸려 심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머스크 측의 입장은 다르다.

그 핵심은 머스크가 엄청난 성과급을 챙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통상적인 CEO’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해관계 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머스크 측 변호인단은 아울러 머스크만의 혁신적인 리더십이 없었다면 테슬라가 오늘날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로 올라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므로 파격적인 성과급은 정당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변호인단은 지난 1일 재판부에 제출한 변론서에서 “지난 2018년 이사회가 승인한 머스크에 대한 보상안은 머스크라는 특정인을 위해 마련된 것이지 통상적인 CEO를 염두에 두고 마련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미 조직이 안정된 기업를 경영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CEO에게 주는 성과급이 아니라 테슬라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으키는 작업을 독려하기 위한 특별한 성격의 보상안이었다는 것.

변호인단은 그러면서 “머스크는 일반적인 CEO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