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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기 직면 생보업계, 생명보험 본연의 가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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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기 직면 생보업계, 생명보험 본연의 가치부터

"글쎄요. 요즘 생명보험사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어떤 계획을 지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딱히 눈에 띄는 상품이나 전략도 안 보입니다." 보험 이슈에 관한 취재를 하던 중 취재원이 무심코 내게 던진 화두다.

현재 생명보험업계는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계속된 금리 인상과 주식시장 하락 탓에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보험 가입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저조한 출산율 등으로 종신보험, 변액보험 등의 주력 상품 판매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3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생명보험업은 올해 3.8%의 역성장 기저효과 속에서도 0.3%의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3.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손보업계와 대비되는 모양새다.

영업시장도 그만큼 많이 어려워졌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던 2021년까지만 해도 생보사들은 저축기능을 높인 단기납 종신보험(5~10년 완납 시 원금 도달) 판매에 몰두했다. 주식시장의 활황은 변액보험 판매 증가에 불을 붙였다.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달러 보험의 인기도 높았다.

하지만 2022년 들어 금리가 인상되면서 종신보험의 예정이율보다 시중 금리가 높아지면서 보험의 저축기능 메리트가 떨어졌다. 주가가 폭락한데다 환율마저 급등했다.

실적을 견인했던 상품들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생명보험사는 위기에 봉착했다.

영업 현장에 있는 취재원들은 위기에 봉착한 현재의 생명보험산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생보사들이 생명보험 고유의 가치인 '사망보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잘 팔기 위한 세일즈에만 더욱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는 불완전 판매로 이어져 '저축성 종신보험' 같은 경우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

설계사 조직 내에서도 상품이 복잡하고 어려운 '사망보장'에 관해 체계적으로 교육하기보다 당장 판매고를 올리기 쉬운 저축 보험 상품의 저축기능만 강조해 보험 판매에 나서게 한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종신보험마저 이른바 '나쁜 보험', '해약해야 하는 보험'이란 잘못된 오명이 덧 입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들어 생보사들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거나 고능률 설계사를 양성하는 데 집중해온 과거의 모습과 달리, 제3보험인 운전자보험 시장에 진출하거나 펫보험 시장을 노크하는 등 손보사의 파이를 더 쪼개기에 몰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취재원들은 이미 손보사가 강점을 보여온 제3보험 시장에서 생보사들이 과연 얼마나 경쟁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란 입장이다. 소위, 자기 밥그릇 개선할 생각은 않고 남의 떡만 노리고 있다는 것.

물론, 생명보험의 상품이 설계사나 고객에게 모두 어렵게 인식되는 것도 사실이다. 상품 구조가 복잡해 비대면으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그만큼 과거에 생보사 설계사가 지닌 가치나 자부심도 대단했다. 억대 연봉자나 고능률 설계사가 대부분 생보사에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융시장이 변하고 생·손보 간 교차판매가 가능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변화에 민감한 손보사들이 발 빠르게 업계 내 파이를 키워나가는 동안 생보사는 과연 얼마나 생명보험 본연의 가치를 알리고 노력했는지 물음표가 따른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은 각기 다른 보험 영역이고 추구하는 가치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취재원들이 입을 모아 말한 것처럼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이 가지는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가계가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큰 울타리가 되어주는 보험이 그것들이다. 그만큼 서민들에게 더 중요하고 필요한 보험이 생명보험인 것.

새로운 한 해가 밝았다. 신년사에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한 문구처럼 올해만큼은 생보사들이 '소비자 신뢰를 제고'하고 발전하는 한 해, 또 생명보험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고 위기를 타개하는 그러한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