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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지지부진'…게임업계 '빅딜'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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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지지부진'…게임업계 '빅딜' 무산?

미·영·EU 규제기관 반대, 소니·구글 등 경쟁사도 반발
게임업계 "독과점 아니다"…인수성공 여부는 '미지수'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사진=AP통신·뉴시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거래인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합병을 공식 발표한 후 1년이 흘렀다. MS는 당초 올 6월까지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미국·유럽 규제당국과 소니·구글 등 경쟁업체들의 반발에 막혀 장기간 협상을 이어가야 할 전망이다.

MS는 지난해 1월 18일, 687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82조원)에 액티비전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MS의 엑스박스와 직접 경쟁하는 플레이스테이션 제조사 소니 외에는 크게 반발하는 이들이 없었고 브라질·사우디아라비아·세르비아·칠레 등이 연달아 이를 승인하며 계약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9월 들어 영국 경쟁시장국(CMA), 다음 달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도 1차 심사 결과 승인을 거부하고 2차 심층조사에 나서며 제동에 걸렸다. 12월 8일에는 MS의 본사 소재지인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독과점 문제를 걸고 넘어지며 인수를 취소할 것을 행정법원에 요구, 법정 공방까지 시작됐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FTC의 이러한 움직임에 구글과 엔비디아도 동조, "이번 인수가 MS의 게임·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의견과 근거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도 FTC를 따라 이번 인수를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전망이다.

소비자들 중에도 MS의 인수에 반발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방법원에는 지난해 12월 20일, MS의 액티비전 인수를 반대한다는 게임 이용자 10명의 소장이 제출됐다. 이들은 액티비전의 대표작 '콜 오브 듀티'를 오래 이용해온 이들로 알려졌다.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사진=AP통신·뉴시스

미국·유럽 규제당국과 소니·구글 등은 이번 규제가 '독과점'을 낳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소니를 제외한 게임사들은 이러한 시선에 동조하진 않고 있다.
일례로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더불어 미국 3대 게임 개발사로 꼽히는 일렉트로닉 아츠(EA)와 테이크 투 인터랙티브(T2) 모두 이번 인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앤드루 윌슨 EA 대표는 "이번 인수는 콜 오브 듀티의 경쟁작인 우리의 '배틀필드' 시리즈에 있어 오히려 기회"라고 평했다.

슈트라우스 젤닉 T2 대표는 지난해 말 "게임업계에서 이번 인수를 반대하는 것은 사실 상 한 곳 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인들은 대부분 이 발언이 소니를 저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상당수 게이머들도 이번 인수에 긍정적이거나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랜 기간 '디아블로'를 즐겨왔다 밝힌 한 국내 게임사 직원은 "소비자들 입장에서야 몇만원짜리 패키지 게임들을 월 1만원짜리 게임 패스로 즐길 수 있게 되면 결코 나쁠게 없다"고 말했다.

해외 게임 시장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앞서 언급한 소비자들의 인수 반대 소송에 관해 "미국 안에서도 일부 이용자들이 목소리를 낸 사례에 불과할 수 있다"며 "플레이스테이션을 전문적으로 이용하는 '애호층' 입장에선 엑스박스의 성장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대표작들의 이미지. 사진=마이크로소프트이미지 확대보기
액티비전 블리자드 대표작들의 이미지.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지지부진하던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올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에 대해선 업계 의견은 엇갈리고 있으나 당초 MS가 계획한 '회계연도 2023년이 끝나는 시점'인 오는 6월 30일까지 인수가 마무리되진 못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양측의 계약에 따르면 이번 인수가 실패로 결론날 경우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25억달러(약 3조원)를 지불해야 한다. 만약 오는 4월 28일을 넘겨 인수전이 장기화된다면 이 금액은 30억달러(약 3조7094억원)로 늘어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약 20년간 근무했던 강우란 J캠퍼스 연구위원은 "MS는 IT업계에서 손꼽히는 법무팀을 보유한 만큼 승소 가능성이 높다"며 "MS가 중국의 텐센트, 일본의 소니 등과의 경쟁을 위해 더 큰 덩치를 갖게 되길 원하는 이들은 정치권에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인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텐센트·소니의 공시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2021년 각각 2101억위안(약 38조원)·2조 7398억엔(약 26조원)의 연 매출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뉴주가 추산한 MS의 2021년 연 매출은 130억달러(약 16조원)로, 여기에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88억달러(약 11조원)를 더해도 소니는 소폭 앞지르며 텐센트에 비하면 10조원 이상 부족한 연 매출이 나온다.

반면 젤닉 T2 대표는 "1월에 MS가 인수를 발표한 당시만 해도 내심 90% 이상 확률로 인수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면서도 "세계 규제 당국과 기업들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인수가 마무리될 가능성은 대폭 낮춰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