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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로봇, '귀여운 외형'이 생존 전략…배달·가사 로봇 시장 판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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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로봇, '귀여운 외형'이 생존 전략…배달·가사 로봇 시장 판도 바꾼다

DoorDash '닷', 둥근 몸체·큰 눈으로 보행자 신뢰 확보…CES 로봇 전시 업체만 600곳 돌파
전문가 "감성 설계가 AI 로봇 대중화 열쇠…취약 계층 감정 의존 부작용 경계해야"
미국 로봇 업계가 둥근 외형과 큰 눈, 동물을 닮은 소리 등 '귀여운 디자인'을 인간의 신뢰와 친밀감을 얻는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로봇 업계가 둥근 외형과 큰 눈, 동물을 닮은 소리 등 '귀여운 디자인'을 인간의 신뢰와 친밀감을 얻는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음식 배달과 가사 보조에 쓰이는 소비자용 AI(인공지능) 로봇이 일상 공간 깊숙이 파고들면서, 미국 로봇 업계가 둥근 외형과 큰 눈, 동물을 닮은 소리 등 '귀여운 디자인'을 인간의 신뢰와 친밀감을 얻는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NBC뉴스가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기술 완성도만큼이나 사람이 로봇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느냐가 시장 성패를 가르는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도어대시(DoorDash)·인터랙션 랩스(Interaction Labs)·선데이 로보틱스(Sunday Robotics) 등 주요 업체들이 잇달아 감성 설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둥근 몸체·큰 눈…'귀여운 로봇' 설계의 과학


미국 최대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 도어대시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 '닷(Dot)'은 이 같은 설계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지난해 가을 출시된 닷은 시속 25마일(약 40km)로 도심 도로를 달리는 실용적 기계이면서도, 외형은 철저히 친밀감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도어대시 자율주행 부문 부사장 아슈 레게(Ashu Rege)는 NBC뉴스에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왔다"며 "닷도 그런 가족의 일원이 되길 원한다.

분명히 자체적인 성격과 개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닷의 몸체를 둥글게 만든 것은 인간이 각진 형태보다 둥근 형태를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에 근거한다.

크고 동그란 두 눈은 방향을 틀기 전 그쪽을 '바라보며' 보행자에게 의도를 알리는 기능도 겸한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광역권에서 운영 중이며 서비스 지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스타트업 인터랙션 랩스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영화 '토이 스토리(Toy Story)' 작가 알렉 소콜로우(Alec Sokolow)를 영입해 AI 로봇 스탠드 조명 '온고(Ongo)'를 만들었다.

픽사(Pixar) 램프처럼 움직이고 만화 같은 목소리로 말하는 온고는 사용자를 파악해가며 대화 상대나 AI 비서 역할을 한다.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을 총괄하는 소콜로우는 "반려동물과 안내 직원 사이 어딘가에 있는 존재를 만들고 싶었다"며 "1960년대 만화 '젯슨 가족(The Jetsons)'에 등장하는 캐릭터처럼, 작은 개성을 불어넣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업체 선데이 로보틱스의 가사 로봇 '메모(Memo)'는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고 양말을 개는 등 집안일을 수행하며,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 6(Big Hero 6)'의 로봇 '베이맥스(Baymax)'를 연상케 하는 외형을 갖췄다.

마케팅 책임자 파비안 페르난데스-한(Fabian Fernandez-Han)은 "지나치게 실제 사람처럼 만들면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효과로 거부감을 준다"며 "장난감이 아닐 만큼 튼튼해 보이면서도 절대 해를 끼치지 않을 것 같은 귀여움, 그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베타 테스트를 앞두고 다양한 색상의 모자 같은 맞춤형 액세서리도 검토하고 있다.

'물리적 AI 시대' 개막…감성 설계가 시장 가른다


소비자 기술 협회(CTA) 혁신·트렌드 수석이사 브라이언 코미스키(Brian Comiskey)는 NBC뉴스에 "부드럽고 귀여운 외형, 특히 얼굴과 눈, 인간과 비슷한 몸짓을 갖추면 인간이 로봇에 훨씬 빠르게 애착을 갖게 된다"며 "인간은 몸짓과 표정을 읽도록 타고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TA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에는 600곳이 넘는 로봇 전시 업체가 참가했으며, 정서적 지원 동물 모양의 로봇 래브라도 레트리버 '제니(Jennie)'도 선보였다.

코미스키는 "2020년대는 지능의 10년"이라며 "이 10년 후반부는 AI 소프트웨어를 넘어 로봇이라는 물리적 AI(physical AI)로 정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로봇 상호작용 전문가인 엘리 사누바리(Ellie Sanoubari) 박사는 "로봇 개발자라면 제품이 위협적으로 보이길 원하지 않는다"며 "더 큰 머리, 큰 눈, 귀여운 소리 같은 요소들이 인간 내면에 깊이 자리한 생물학적 반응을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로봇이 공장 안에서만 쓰였던 것과 달리 앞으로 일상 공간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누바리 박사는 챗봇에서 나타나는 감정 의존 문제가 로봇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어린이나 노인 같은 취약 계층이 대상일 때는 해당 기술이 기계임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로봇 청소기 룸바(Roomba)에 이름을 붙이고 꾸미는 사례에서 보듯, 인간은 어떤 사물에도 스스로 의미와 애착을 부여한다"며 "인간이 원래 그렇게 귀엽다"고 덧붙였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