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미국의 조명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러시아 하원의원을 지내고 인권변호사로 활동 중인 마르크 페이긴의 발언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에서 푸틴 대통령의 전면적 패배로 인해 권력 탈환을 두고 피비린내 나는 내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페이긴 전 의원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이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에 크게 달려있다"며 "우크라이나 군대가 헤르손, 자포리자, 루한스크, 도네츠크주를 완전히 해방한다면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탈환하지 않고도 푸틴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연방보안국(FSB) 관계자가 망명한 반체제 인사 블라디미르 오세치킨에게 정기적으로 보낸 이메일이 유출되면서 푸틴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리는 FSB 내부에서 내전에 대한 논의가 벌어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인사는 오세치킨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FSB 내부의 좌절과 불만을 전달하고 러시아 정부의 혼란과 갈등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내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사령관 출신인 이바노비치 스트렐코프는 러시아군이 계속 우크라이나전을 진행할 경우 국내에서 내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사상자 수백만 명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트렐코프는 돈바스 러시아 점령지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국방장관 출신으로 지금은 군사 전문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안톤 게라시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보좌관의 트위터에 스트렐코프의 발언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에서 스트렐코프는 “(발생 가능한) 온갖 종류의 내전이 있다”면서 “내전이 발생하면 (러시아를) 완전히 붕괴시키고 산산조각 낼 것이며, 사상자 수백만 명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문제에 정통한 군사 및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끌고 갈 경우 내부에서 반란이나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서방 제재로 경제가 파탄 나고 군수 물자가 부족한데다, 작년 30만 동원령으로 민심이 흉흉해져 있다. 특히 30만 명 예비군 동원령 때는 군 입대 연령인 젊은이 수만 명이 인근 카자흐스탄이나 조지아 등으로 긴급히 피신하기도 했다.
다음 러시아 대선은 내년 3월 17일이다. 푸틴은 올해 말쯤부터 ‘통합’을 모토로 삼아 선거운동에 돌입할 전망이다.
알렉산더 모틸 미국 럿거스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포린폴리시(FP)에 기고한 '지금이 러시아의 붕괴를 준비할 적기'란 제목의 글에서 나폴레옹의 패전과 프랑스 제국의 붕괴 등의 사례를 열거하면서 "전쟁이나 혁명, 경제 위기 등의 사건이 발생한 뒤에 국가가 붕괴한 사례가 역사에 많이 있다"고 상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패배하는 것이 점점 분명해진 뒤에 러시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면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내놓은 뒤에 극우 국가주의자와 권위주의적인 보수주의자, 반(半)민주운동 그룹 간의 지독한 권력 투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러시아가 이런 내부 혼란에서도 생존한다면 중국에 종속된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만약 러시아가 생존하지 못한다면, 유라시아의 지도는 매우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헨리 키신저 전 장관은 러시아 내의 핵무기로 인한 위험도 같이 경고했다. 모틸 교수는 "라뤼엘과 키신저의 예언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면서 "제국의 역사를 보면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나 폭력적인 다툼 모두 가능하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트해부터 중앙아시아까지 러시아 국경을 따라 있는 국가들은 러시아 내에서 일어나는 불안정(확산)을 차단하고 러시아 연방에서 새롭게 독립한 국가들이 안정되고 온건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