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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규제 철폐로 부동산 살리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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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규제 철폐로 부동산 살리기 '안간힘'

2021년 이후 집값 25% 급락...인지세 철폐로 거래 활성화 기대

2024년 2월27일 홍콩 주거지역 아파트 단지 앞을 자전거를 탄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2월27일 홍콩 주거지역 아파트 단지 앞을 자전거를 탄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과감한 규제 철폐를 통해 침체된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홍콩의 폴 찬 재무장관은 27일 입법회(국회) 예산안 연설에서 10여 년 동안 유지해 왔던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모든 안정화 조치를 즉각 폐기한다고 밝혔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비쌌던 홍콩의 집값은 10년 넘게 안정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현재 2021년 고점 대비 거의 25% 급락했다.

찬 장관은 고금리,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 최근의 재정적자 급증 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자본, 기업, 방문객을 도시로 다시 끌어들이고 재정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부동산과 관광 및 금융 서비스를 아우르는 다양한 조치를 발표했다.

찬 장관의 발표 이후 이날 홍콩 증시의 항셍 부동산 지수는 한때 2% 넘게 상승했다. 그러나 이날 항셍 지수는 1.51% 하락했다.

홍콩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 10여 년 동안 외국인이나 유주택자의 주택 매입 시 인지세를 부과해 왔다. 최근까지 홍콩은 비영주권자가 주택을 매입하거나 집을 소유한 영주권자가 추가 주택을 매입할 경우 7.5%의 인지세를 부과했다. 이는 그나마 지난해 10월까지 15% 부과에서 절반으로 인하된 것이다.

홍콩 정부는 또한 아파트 구매 후 2년 이내에 매각하는 경우에 추가로 특별 인지세를 부과해 왔다.

인지세 폐지와 병행해 홍콩 통화당국(HKMA)은 주택 구매자와 투자자가 빌릴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인상하는 등 대출 규제도 완화한다.
포트우드 캐피털의 매니징 디렉터인 피터 처치하우스는 "인지세의 인하로 인해 확실히 상당히 빠른 시장 회복과 거래량을 보게 될 것"이라며 “연말이 되면 부동산 가격이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관련주 일제히 '반색'...매물 압박 커질 우려도


홍콩의 부동산 규제 철폐 소식에 27일 부동산 관련주는 일제히 상승했다. 부동산 회사 미드랜드 홀딩스(Midland Holdings) 주가가 33% 급등했고, 레전드 업스타(Legend Upstar) 주가도 5% 넘게 올랐다.

나이트 프랭크의 중화권 리서치 및 컨설팅 책임자인 마틴 웡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거래량을 자극하고,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촉진하며,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포트우드 캐피털의 처치하우스는 주거용 부동산 시장과 홍콩 증시가 높은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홍콩 주식 시장에서도 이번 조치가 "약간의 긍정적인 반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콩 증시의 항셍 지수는 현재 2년 전 고점 대비 약 40% 하락했다.

그렇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넘쳐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주택을 소유한 지 2년 미만의 사람들이 더 이상 특별 인지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는 만큼 이미 신규 주택 매물이 넘쳐나는 시장에 매물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분석했다.

통신은 이어 홍콩의 평균 주택 가격이 2021년 말 고점 대비 약 25% 하락하는 등 하락 폭이 상당하지만,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의 침체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책이 당장 홍콩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홍콩 주택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연말 현재 홍콩의 미분양 아파트 건수는 거의 20년 만에 최고치인 9만1300채에 달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