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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관세 전쟁 맞서 제조업 점유율 45% 목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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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관세 전쟁 맞서 제조업 점유율 45% 목표 추진

2030년까지 글로벌 제조업 주도권 확보...미국은 25%→11%로 하락 전망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오른쪽)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2025년 5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중국과의 무역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오른쪽)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2025년 5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중국과의 무역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과 미국 간 제조업을 둘러싼 경제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이 장기간의 반격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중국이 겉으로는 무역 협상을 통한 평화로운 해결을 추진하면서도 안으로는 제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하늘 높이 치솟은 관세를 부과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를 양국 경제 관계의 미래를 둘러싼 정치 의지의 대결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관영 언론은 이달 스위스에서 열린 무역 회담을 즉시 재협상이 아닌 결정적 승리로 평가하며 보복 결정을 정당화했다고 전했다.

◇ 중국의 글로벌 제조업 점유율 확대 전략


유엔 자료에 따르면 중국 공장들은 현재 전 세계에서 구매되는 모든 제품의 약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다. 유엔은 중국이 2000년 6%에 불과했던 전 세계 제조업 점유율을 2030년까지 45%로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에 같은 기간 미국의 세계 산업 생산 점유율은 25%에서 1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급격한 변화는 미국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하는 트럼프 행정부 전략의 배경이 되고 있다.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 류펑위는 뉴스위크에 "중국의 제조업은 계속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라면서 "협력은 모두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함께 번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맞서 여러모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동남아시아 이웃 나라들을 방문했고, 5월에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도자들을 초청함으로써 미국의 전면 관세에 반대하는 동맹국들을 모았다. 중국 관리들은 또한 미국의 조약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설득해 트럼프 행정부에 등을 돌리게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급소를 겨냥한 대응책도 구사하고 있다. 지난달 긴장이 고조되는 동안 중국 정부는 20개가 넘는 미국 기업을 제재하고 희토류 금속 수출을 제한했다. 희토류 금속의 채굴과 정제는 여전히 중국에 집중돼 있어 미국 산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카드로 작용한다. 중국은 백악관과의 타협으로 이 제한 조치를 90일간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 제조업체들은 관세 부과를 우회하기 위해 제3국에 등록된 중국 소유 공장을 포함한 글로벌 생산망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이 환적(換積)을 단속하려 해도 한 곳을 막으면 다른 곳으로 우회하는 식으로 끝없는 추격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관세 전쟁의 경제 파장


미국이 대중국 무역에서 기록한 3000억 달러(4087000억원) 적자 규모는 현재 미국 구매자들이 제조업 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제3국을 통한 다른 수출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관세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10가지 새로운 조치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준비금 감소와 전반 금리 인하가 포함됐다. 중앙은행 총재 판궁성은 기업 대출을 위해 1300억 달러(약 177조1200억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 제조업 수요는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중앙정부 통계학자 자오칭허는 이러한 하락세가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제조업연합(AAM)의 스콧 폴 회장은 무역 회담 후 언론에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임시방편식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기업의 압박을 견뎌내고 의회를 설득해 중국에 대한 영구 관세를 단계별로 도입하고 전략산업 부문에 대한 중국의 장악력을 줄이는 데 동맹국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 미·중 경제 관계의 구조 변화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경제학자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는 최근 뉴스위크와 한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비슷하다. 중국에서 갑자기 물건을 들여올 수 없게 되면 각국이 자체 생산에 나서게 된다"면서 "처음에는 생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효율성이 높아져 비용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그는 "새로운 시장에 있는 사람들은 수요가 엄청나서 가장 큰 수익을 올릴 것"이라면서 "수익이 너무 높아 모두가 그것을 따라 하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매우 빠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 회장은 "미국은 2020년 미·중 1단계 무역 협상과 같은 원자재 구매 협정에 안주할 수 없다"면서 "중국 경제는 4000억 달러(약 545조800억원)가 넘는 대미 상품 수출로 이익을 얻고 있으며, 불공정 관행과 시장 왜곡 정책으로 떠받쳐져 왔다"고 지적했다.

류 대변인은 "근본으로 중국을 '과잉 생산'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경제 개념을 정치 목적을 위한 무기로 바꾸고 있다"면서 "여기서 과도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불안이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제네바 회담에서 나온 90일간 유예 기간은 일시 긴장 완화에 불과하며, 미·중 간 제조업을 둘러싼 구조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