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국무장관 "중국 희토류 약속 어겨"...미·중 무역·전략 자원 갈등 심화

◇ 희토류 수출 통제, 미국의 강경 대응 촉발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중국 유학생 비자 대량 취소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조치가 중국 내 스파이 활동 차단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중국이 희토류를 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보복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우리와의 합의를 완전히 어겼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중국이 통제하는 희토류 7종은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으로, 컴퓨터와 통신 장비, F-35 전투기, 드론, 잠수함, 스마트폭탄 등 미국의 첨단 산업과 군수품 생산에 반드시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와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 채굴의 70퍼센트, 가공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2위 희토류 생산국이지만, 국내 생산량이 전체 수요의 15퍼센트에 그쳐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기업에 희토류 7종의 수출 허가를 의무화해 사실상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호주, 캐나다 등과 희토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수출입은행은 호주 희토류 개발 사업에 6억 달러(약 8300억 원)에서 8억5000만 달러(약 1조 17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 국방부와 에너지부, 민간 기업 등도 국내 희토류 생산 확대를 위해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 유학생 비자 취소, 무역 협상 지렛대 활용
미국 정부는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를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가안보와 무역, 경제 모두 협상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중국 공산당과 연계됐거나 첨단기술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대학들은 연구 인력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외교부는 "정치적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것은 중국의 전략 자원 통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국은 2015년부터 '중국제조 2025' 정책을 통해 희토류와 배터리용 리튬 등 핵심 광물의 채굴과 가공을 주도해왔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 갈등이 희토류를 둘러싼 전략 자원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