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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원화(KRW)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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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원화(KRW)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할까

이재명 대통령, 4일부터 임기 시작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 확대
여러 규제기관과 얽혀 있어 진통 예고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명시한데다 원화 스테이블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명시한데다 원화 스테이블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선 후보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디지털자산 기본법, 그리고 원화(KRW) 기반 스테이블코인 정책이 새 정부의 경제·금융 혁신 아젠다로 부상했다. 지금까지는 정부 부처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이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 등에 상당히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단시일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청년 자산 형성을 위해 가상자산 현물 ETF와 통합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가상자산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주요 공약에도 △디지털자산 기본법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신설을 통한 통합 감시시스템 구축 △거래소 수수료 인하 △가상자산 현물 ETF·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STO) 법제화 등을 포함하며 가상자산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5월 8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달러기반, 미국 국채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의 핵심적인 정책 중 하나"라며 "우리는 가상자산에 대해서 아직 입장이 명확하지 않고 적대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후보는 "이 시장(스테이블코인)에 빨리 진출해야 한다"면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을 했던 이 후보는 이제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뿐만 아니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의석 수는 171석이다. 국회 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한 만큼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가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내용도 포함될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스테이블(Stable)은 '안정된, 안정적인'이란 뜻이다. 이 뜻으로 알 수 있듯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큰 다른 코인들과 달리 변동성을 최소화해 가격이 안정적인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여러 종류가 있으나 주로 미국 달러나 유럽의 유로 등 실물 법정화폐로 은행에 예치하고 1:1 비율로 발행하는 '법정화폐 담보형'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으로 테더(USDT), 써클의 USD코인(USDC), 미국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소유한 가상자산 플랫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 발행한 USD1 등이 있다.

4일 기준 USDT의 시가총액은 약 206조 원이며 USDC의 시가총액은 약 83조 원이다. 이 두 대표적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시총이 300조 원에 달한다. 가상자산의 거래가 더욱 늘어날수록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구상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정책의 핵심은 '민간 주도 발행, 정부 인가·감독' 체계다. 은행, 핀테크, 블록체인 기업 등 민간이 발행 주체가 되고, 금융위원의 인가를 받아 한국은행의 감독, 100% 준비금 보유, 실시간 공시 등 엄격한 안전장치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정부가 직접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는 구별되며 민간 혁신과 금융안정의 균형을 추구하는 정책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은 일면 요원해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대선 직전인 2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개최된 '2025년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와의 대담에서 "원화 표시 스테이블 코인을 비은행권에도 허용할 것인지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 논의는 다를 수 있다"면서 "자본통제 문제 등으로 한국은 미국보다 더 신중한 입장"이라는 등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또 줄곧 발행 인가 단계부터 중앙은행(한은)이 실질적인 법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결제수단으로도, 혹은 금융상품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발행 주체, 준비자산 요건, 소비자 보호 방식 등 핵심 쟁점이 산재해 있다. 여기에 외국환거래법, 은행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기존 금융법과의 충돌하며 발행·유통·보관·상장 등 단계별로 복수의 규제기관이 얽혀 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행정부 안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가능성이 더욱 커졌지만 다수의 부처의 견해 차가 크고 여러 규제와도 충돌되는 부분이 많아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