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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대한항공 전세기 애틀랜타 도착…미국, 구금 한국인 300명 송환 돌연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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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대한항공 전세기 애틀랜타 도착…미국, 구금 한국인 300명 송환 돌연 지연

한미정상회담 열흘 만의 '쇠사슬 연행'…동맹국 향한 모욕 비판 거세
'묵인'하던 단기 비자 노동에 칼 뺀 미국…한국 기업, 인력 운용 '비상'
미국 조지아주 이민 단속으로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들을 귀국시키기 위해 투입된 대한항공 전세기가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노동자들의 송환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조지아주 이민 단속으로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들을 귀국시키기 위해 투입된 대한항공 전세기가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노동자들의 송환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이민 단속에 붙잡힌 한국인 기술자 300여 명을 태우려 대한항공 전세기가 애틀랜타에 도착했지만, 이들의 귀국길은 열리지 않고 있다. 한미 양국이 고위급 협상에 나섰는데도 구체적인 귀국 절차가 늦어지자, 대규모 대미 투자의 기대에 부풀었던 한국 사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대한항공 보잉 747-8i 특별 전세기는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에 내렸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는 "미국 쪽의 불분명한 이유"를 들며 당초 기대했던 빠른 귀국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인 노동자들은 애틀랜타에서 460㎞(285마일) 떨어진 포크스턴 이민 구치소에 붙잡혀 있고, 이들을 태울 버스 3대가 구치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동맹이 이럴 수 있나' 분노 확산…해묵은 비자 문제 터졌다


이번 일은 지난 4일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짓던 배터리 공장을 미국 국토안보부가 덮치면서 시작됐다. 이 단속으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멕시코, 중남미 국적자 등 모두 475명이 연행됐다. 일부 노동자들은 수갑과 발목 족쇄는 물론 허리 사슬까지 채워졌다. 이 영상이 퍼지자 한국에서는 "동맹국을 모욕했다"는 분노가 들끓었다. 서울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가면을 쓴 시위대가 "즉각 풀어주고 사과하라"고 외쳤다.
불과 열흘 전인 8월 25일 한미 정상이 워싱턴에서 만났고, 한국이 관세 문제 해결을 도우려 수천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바로 뒤에 터진 일이라 충격은 더 컸다. 정부는 노동자들이 앞으로 10년간 미국에 다시 들어오지 못할 수 있는 '강제 추방' 대신 '자진 출국' 형식으로 풀려나도록 협상하고 있다. 문제의 뿌리는 비자 제도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한국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공장 설립에 꼭 필요한 숙련 기술자를 위한 별도 비자 할당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이 터지자 LG에너지솔루션은 현지 직원들에게 "일을 멈추고 바로 돌아오라"고 알렸다.

엇갈리는 한미 주장…기업들 '불똥' 맞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워싱턴에서 현지 기업인들을 만나 "한국 전문 인력을 위한 별도 비자 할당을 미국 쪽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동자들은 불법으로 미국에 왔다"며 "전문 기술은 미국인이 배워야 한다"고 말해 서로 생각이 다름을 보였다. 찰스 쿡 변호사는 구금된 노동자들을 변호하며 "현장 기계 설치와 정비는 미국 사람을 훈련시키는 데 3년에서 5년은 걸릴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야권에서는 "정부가 손 놓고 있어 벌어진 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우선 노동자들은 자진 출국 형식으로 며칠 안에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일은 한미 동맹의 신뢰에 금이 가고 경제 협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양국 간 산업 인력 비자 신설 협상이 속도를 내고,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인력 운용 방식을 전면 다시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