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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전쟁"…美 콘스텔레이션, 세계 최대 전력사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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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전쟁"…美 콘스텔레이션, 세계 최대 전력사 등극

마이크로소프트·메타와 20년 장기계약…266억 달러 캘파인 인수로 원전 21기·천연가스 61곳 확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배경으로 미국 볼티모어 소재 콘스텔레이션 에너지(Constellation Energy)가 세계 최대 전력 생산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배경으로 미국 볼티모어 소재 콘스텔레이션 에너지(Constellation Energy)가 세계 최대 전력 생산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미지=GPT4o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배경으로 미국 볼티모어 소재 콘스텔레이션 에너지(Constellation Energy)가 세계 최대 전력 생산 기업으로 떠올랐다.

배런스는 지난 17(현지시각) 조 도밍게즈(Joe Dominguez) 최고경영자(CEO)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런 성장 배경과 앞으로 전략을 상세히 보도했다.

AI 붐에 주가 750% 급등, 시총 1250억 달러 돌파


콘스텔레이션은 2022년 전력 회사 엑셀론(Exelon)에서 분사한 뒤 주가가 750% 이상 뛰며 시가총액 1250억 달러(178조 원) 규모로 커졌다.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메타 플랫폼즈(Meta Platforms)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이고 탄소배출이 없는 전력 공급을 위해 웃돈을 지불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4월 펴낸 보고서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4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945TWh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일본 전체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골드만삭스는 같은 기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165%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일부 추정에서는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10배 늘어 원자로 45기를 추가로 지은 것과 맞먹는 규모가 될 것으로 봤다.

266억 달러 캘파인 인수로 발전용량 80% 늘려


콘스텔레이션은 올해 1월 휴스턴 소재 천연가스 발전 기업 캘파인(Calpine)266억 달러(3786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콘스텔레이션 주식 5000만 주와 현금 45억 달러(64000억 원), 그리고 칼파인의 순부채 127억 달러(18조 원) 인수를 담았다.

콘스텔레이션은 지난 7월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승인을 받았으며, 앞서 뉴욕주 공공서비스위원회와 텍사스주 공익사업위원회의 승인도 얻었다. 현재 법무부의 마지막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며, 올해 4분기 안에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가 끝나면 콘스텔레이션의 발전용량은 약 80% 늘어난다. 캘파인은 전국에 걸쳐 천연가스 발전소 61, 대규모 배터리 저장 시설, 그리고 북부 캘리포니아의 가이저스(Geysers) 지열 발전소를 갖췄다. 가이저스는 미국 최대 지열 자원으로 샌프란시스코 전체에 전력을 공급할 만한 규모다.

원자력 21기 운영, 미국 원전 발전량 25% 차지


콘스텔레이션은 현재 여러 주에 걸쳐 원자로 21기를 돌리며 미국 전체 원자력 발전량의 약 25%를 담당한다. 또한, 풍력 발전소와 수력 발전소도 갖췄다.

캘파인 인수가 끝나면 콘스텔레이션은 원자력, 천연가스, 지열, 수력, 풍력, 태양광, 열병합 발전, 배터리 저장 시설을 아우르는 총 60기가와트(GW) 규모의 무탄소 및 저탄소 발전 자산을 확보한다. 이는 4000만 가구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만한 규모다.

배런스에 따르면, 콘스텔레이션과 캘파인의 합친 기업가치는 약 1500억 달러(2135200억 원), 킬로와트당 약 2500달러(356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새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비용이 킬로와트당 2500달러, 원자로는 1만 달러(1423만 원) 이상인 점을 따져보면, 지금 가치는 자산 대체 비용에 견줘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보수적으로 천연가스 발전소를 킬로와트당 2500달러, 원자력을 8500달러(1209만 원)로 평가할 경우, 두 회사의 자산 대체 비용은 킬로와트당 4000달러(569만 원) 이상으로 지금 기업가치보다 60% 높다고 평가했다.

빅테크와 20년 장기 전력 공급 계약 맺어


콘스텔레이션은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와 역사적인 전력 판매 계약을 맺었다. 1979년 멜트다운 사고로 유명한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아일랜드(Three Mile Island) 원전 가운데 사고와 무관한 원자로를 2027년까지 다시 가동해 20년간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계약의 전력 단가가 해당 지역 시장 가격의 최소 2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콘스텔레이션은 이 원전의 이름을 크레인 청정에너지센터(Crane Clean Energy Center)로 바꿨다. 도밍게즈 CEO는 인터뷰에서 "스리마일 아일랜드는 끔찍한 사건이었지만, 그 뒤 개선된 모든 것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메타와도 일리노이주 원전에서 20년간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콘스텔레이션은 '업레이팅(uprating)'이라는 기술로 기존 설비를 업그레이드해 발전 용량을 추가할 계획이다. 도밍게즈 CEO는 이런 업그레이드를 통해 대형 원자로 5~6기에 해당하는 발전용량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쿠바 이민자 출신 CEO, 법률·정책 전문성으로 성장 이끌어


올해 63세인 도밍게즈 CEO는 에너지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쿠바 이민자 집안 출신으로 뉴저지주 유니언시티에서 자란 그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뒤 특허 변호사가 되려고 로스쿨에 들어갔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연방검사로 일하며 살인 청부와 자금세탁 사건을 다루는 것이 더 흥미롭다고 여겼다.

그의 법률 전문성은 2002년 엑셀론에 들어가는 발판이 됐다. 그는 발전소 건설 지연, 슈퍼펀드(Superfund) 부지 정화, 원자로 인근 지하수의 삼중수소 오염 소송 같은 복잡한 법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로 활약했다.

도밍게즈 CEO의 가장 큰 업적 가운데 하나는 원자력 발전 보조금 확보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에서 원자로 12기가 천연가스 및 재생에너지와의 단기 전력 경매 경쟁에서 밀려 문을 닫았다. 그러나 그가 이끈 일리노이주와 뉴욕주 원자력 보조금 법안이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원전 세액공제로 이어지면서, 이후 추가 폐쇄는 없었다. 오히려 두 회사가 문 닫은 원자로 다시 가동 계획을 내놓았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CEO는 배런스 인터뷰에서 "그는 매우 똑똑하고 복잡한 주제를 쉽게 설명할 수 있으며, 전체 에너지 시스템을 이해한다""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를 모두 갖춘 상태에서 이들 사이 균형을 아는 것이 특히 값지다"고 평가했다.

과잉투자 위험 관리에 온 힘


도밍게즈 CEOAI 붐이 가져올 과잉투자 위험을 경계한다. 2000년대 초반 전력 시장 규제 완화 뒤 독립 전력 생산업체들이 지나치게 몸집을 키우다가 캘파인과 NRG 에너지 같은 회사가 파산 보호 신청을 했던 역사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배런스 인터뷰에서 "나는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걱정한다""발전소 건설에 대한 나의 지식은 20년 전 뉴잉글랜드의 재앙 같던 건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전체 조직에 얼마나 큰 짐이 될 수 있는지 잘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콘스텔레이션은 새 발전소 건설보다는 기존 자산 확장과 업데이트에 힘을 쏟는다. 스리마일 아일랜드 다시 가동이 대표 사례다. 또한 '커테일먼트(curtailment)' 방식도 쓴다. 이는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이르는 며칠을 빼고는 발전소가 충분히 쓰이지 않는 점에 착안해, 24시간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피크시간대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기업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콘스텔레이션은 올해 12월까지 원자로 1기 규모의 커테일먼트 거래를 중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증권가에서는 콘스텔레이션의 내년 실적이 22%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S&P 500 지수의 예상 성장률 13.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금 주가는 2026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32.9배로, S&P 50020.8배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된다.

캘파인을 콘스텔레이션에 파는 에너지 캐피털 파트너스(Energy Capital Partners)의 더그 키멀만(Doug Kimmelman) 창업자는 "오늘날 메가와트를 가진 것은 엄청난 기득권 우위"라며 "우리는 도밍게즈와 그가 하는 일에 큰 확신을 갖는다. 그렇지 않았다면 주식으로 대금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캐피털 파트너스는 거래 대금 대부분을 콘스텔레이션 주식으로 받기로 했으며, 거래가 끝나면 콘스텔레이션의 최대 주주가 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