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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빅테크 AI '빚 잔치'에 월가 '경고음'...오라클 채권 8% 폭락, 신용 위험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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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빅테크 AI '빚 잔치'에 월가 '경고음'...오라클 채권 8% 폭락, 신용 위험 최고치

BofA "AI 투자 경쟁, 현금 부족 우려 반영"...'AI 대장주' 무분별 투자 대신 재무 건전성 선별 평가 움직임 확산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차입이 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과도한 부채와 불투명한 투자 수익률(ROI)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차입이 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과도한 부채와 불투명한 투자 수익률(ROI)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지=GPT4o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차입이 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과도한 부채와 불투명한 투자 수익률(ROI)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는 채권 시장의 신용 위험 지표 확대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악시오스가 지난 17(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보면, 소프트웨어 대기업 오라클(Oracle)의 채권 시장이 최근 급격한 매도세를 보였다. 2053년 만기인 35억 달러(51200억 원) 규모의 30년 채권 가격은 10월 최고치 대비 약 8% 하락해 현재 달러당 65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오라클 채권의 신용 위험을 보여주는 지표도 악화되었다. 회사 부채 불이행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보험 성격의 계약인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는 약 80 베이시스포인트(bp)까지 확대되어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CDS 프리미엄은 기초자산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상승하기 때문에, 이는 발행 주체인 오라클의 신용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특정 빅테크 기업의 신용 위험이 크게 확대되는 것은, 월가 투자자들이 AI 경쟁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월가, AI 투자 '빚 잔치'에 냉정한 재평가 착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 분석가들은 오라클의 신용 위험 확대 속도가 전체 투자 등급 시장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해당 추세가 기술 기업들이 "AI 자본 지출 경쟁"에 자금을 조달할 현금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오라클은 재무 건전성 면에서 경쟁사들과 차이를 보인다.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올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오라클은, 이미 1040억 달러(152조 원)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음에도, AI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380억 달러(55조 원) 규모의 사모 대출을 추가로 받으려 계획했다.

이는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에 지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오라클은 부채 대비 이자, 세금, 감가상각 전 이익(Debt-to-EBITDA) 비율이 4배를 초과하며 잉여 현금 흐름(FCF)이 부정적인 상황으로, 이는 높은 신용 등급을 유지하며 충분한 FCF를 창출하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신용 시장의 심리 변화는 최근의 투자 열기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불과 2주 전, 메타 플랫폼스가 300억 달러(4398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 기관 투자자들의 주문은 4배 이상 초과 모집되었다. 메타의 발행 성공과 오라클 채권의 급락 사이의 시간차는, 투자자들이 더 이상 'AI 대장주'라는 범주에 묶이지 않고, 막대한 자본 지출(CapEx) 경쟁을 자체적인 FCF로 감당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선별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천문학적 CapEx와 현금 부족의 구조적 압박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 지출 규모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이다. AI 가속기 및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강해지면서, 2025AI 관련 CapEx 예상치는 당초 2500억 달러(366조 원)에서 4050억 달러(593조 원)를 웃도는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총 규모가 7조 달러(125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올해 연간 영업 현금 흐름으로 7000억 달러(1025조 원)를 창출하고 그중 약 5000억 달러(732조 원)AI 데이터센터 투자에 할애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CapEx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부채 조달이 필수가 되었다.

골드만 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주요 AI 관련 빅테크 기업들이 2025년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1410억 달러(206조 원), 이는 2024년 총발행액을 초과하는 공격적인 차입 증가를 나타낸다. 이러한 대규모 차입은 과거 청정하다고 여겨지던 빅테크 기업들의 대차대조표 유동성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오라클처럼 재무적인 여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공개 회사채 시장 대신 덜 '격변이 심한' 사모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기업의 재무 건전성 차이에 따라 신용 시장의 반응이 분화하는 현상은, AI 경쟁이 심화할수록 빅테크 내부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신용 위험을 통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과 신용 시장 평가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소프트웨어 대기업 오라클은 최근 380억 달러(556400억 원) 규모의 사모 대출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구축 자금을 마련했다. 이는 변동성이 큰 공개 회사채 시장을 피하고 덜 격변하는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오라클은 이미 1040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안고 있으며, 부채 대비 이자, 세금, 감가상각 전 이익(Debt-to-EBITDA) 비율이 4배를 초과하고 잉여 현금 흐름(FCF)이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취약한 재무 상태는 신용 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어, 오라클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약 80 베이시스포인트(bp)까지 확대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반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이달 초 공개 회사채 시장에서 250억 달러(366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 메타 플랫폼스 역시 지난달 3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특히 메타의 채권 발행에는 기관 투자자들의 주문이 4배 이상 초과 모집되는 등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주요 투자은행인 JP모건 체이스의 분석가들은 기업들의 잉여 현금 흐름(FCF) 전망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분석가들은 알파벳의 FCF2026년에는 2024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메타는 2026년에도 FCF2024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러한 재무 건전성과 현금 창출 능력의 차이는, AI 자본 지출 경쟁이 심화할수록 빅테크 기업 내부에서 신용 위험을 통한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불투명한 '수익 경로'와 위험 대비 비용 상승


투자자들이 AI 구축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하는 행위를 우려하는 핵심 이유는, 이 막대한 투자에 대한 명확한 수익 경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클라이너 퍼킨스의 일리야 푸시먼 파트너는 "모든 기술 사이클은 기본적으로 거품을 동반하며, 핵심은 지속 가능한 기업과 그 규모를 가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쿼이아 캐피털의 데이비드 칸 파트너는 2030년까지 예상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규모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인공 일반 지능(AGI)과 같은 근본적인 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투자 회의론에 힘을 실었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전반적인 금융 상황이 완화되었고, 신용 스프레드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오라클 등 기술 기업의 채권 스프레드와 CDS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것은, 시장이 거시경제적 완화 흐름 속에서도 AI 부채에서 비롯된 개별 기업 위험(Idiosyncratic Risk)을 선별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투자자들이 부채 불이행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는 비용이 증가함을 뜻한다.

수요 감소와 대형 기술주의 채권 매도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은, 투자자들이 AI 구축 비용이 과도한 수준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강력한 의문을 표출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AI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이 급증함에 따라 JP모건은 다음 해 미국 고등급 채권 시장 규모가 사상 최대인 18100억 달러(26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AI 경쟁으로 인한 신용 시장의 긴장 상태는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AI 산업의 구조적 성장에 대한 믿음과 개별 기업의 재무 위험 사이에서 투자자들이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을 반영한다고 월가는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