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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러시아 '범죄 삼각동맹', 암호화폐로 460조 원 자금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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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러시아 '범죄 삼각동맹', 암호화폐로 460조 원 자금세탁

중국 지하은행, 멕시코 카르텔 펜타닐 수익 227조 원 세탁…'미러 교환'으로 추적 차단
북한 해커, 2024년 13억 달러 탈취·2025년 15억 달러 해킹…국내 거래소도 타깃
중국 지하은행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 북한 국가 지원 해커, 러시아 범죄 조직과 손잡고 암호화폐를 매개로 수백조원 규모 글로벌 자금세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지하은행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 북한 국가 지원 해커, 러시아 범죄 조직과 손잡고 암호화폐를 매개로 수백조원 규모 글로벌 자금세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국 지하은행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 북한 국가 지원 해커, 러시아 범죄 조직과 손잡고 암호화폐를 매개로 수백조원 규모 글로벌 자금세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도 일간 한스인디아는 7(현지시간) "당나라 시대부터 이어진 중국 지하은행 시스템이 현대 암호화폐 기술과 결합해 국제 범죄 자금망으로 진화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2020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금융기관이 보고한 137153건 의심 거래를 분석한 결과, 중국계 자금세탁 조직이 약 3120억 달러(460조 원) 규모 불법 자금 거래와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펜타닐 거래 수익으로,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미국 내 불법 마약 판매 수익이 연간 약 1540억 달러(227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미러 교환' 시스템…현금 없이 국경 넘는 자금세탁


중국 지하은행들이 활용하는 핵심 수법은 '미러 교환(mirror exchange)' 시스템이다. 이 방식은 실제 자금 이동 없이 양쪽 국가에서 동시에 가치를 교환하는 구조다.

구체적으로 멕시코 카르텔이 미국 내 마약 판매로 확보한 수백만 달러 현금을 중국 지하은행 브로커에게 할인가로 넘기면, 브로커는 멕시코에 보유한 자금으로 카르텔에 페소화를 지급한다. 동시에 이 브로커는 미국 내 달러를 중국의 외환규제 회피를 원하는 부유층에게 높은 가격에 되팔고, 중국 내에서 위안화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카르텔의 달러는 미국을 떠나지 않고, 중국인의 위안화도 중국을 벗어나지 않지만 양측 모두 원하는 통화를 확보하게 된다.

암호화폐는 이 시스템에 현대적 기술을 더했다. 과거 신뢰할 수 있는 중개인에 의존했던 시스템이 암호화폐를 통해 익명성과 신속성을 확보하면서 훨씬 느슨한 연합 형태로 작동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마약단속국 관계자는 "중국계 돈세탁 조직은 경쟁 세력보다 낮은 수수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실상 멕시코 마약 조직의 자금세탁을 독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해커, 암호화폐 탈취로 제재 우회…한 해 13억 달러 규모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암호화폐 탈취를 통해 국제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전 세계 암호화폐 탈취 피해액의 61%에 해당하는 134000만 달러(19700억 원)를 훔쳤다. 이는 2023(66050만 달러)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올해 2월에는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비트에서 15억 달러(22100억 원) 상당 이더리움을 탈취하는 역대 최대 규모 해킹 사건을 일으켰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를 배후로 지목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TRM 랩스의 아리 레드보드 글로벌 정책 책임자는 "북한 해커들은 국가 지원을 받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 그 자체"라며 "지난 5년간 암호화폐 수십억 달러를 탈취해 무기 개발과 핵 확산 자금을 조달했다"고 분석했다. 북한 해킹 조직의 공격 규모는 다른 해커들보다 평균 5배 이상 크며, 탈취한 자금은 중국 지하은행 네트워크를 통해 세탁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도 타깃…거래소 규제 강화에도 국제 공조 여전히 미흡


한국도 이 같은 국제 범죄 자금망의 주요 타깃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위반으로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사 두나무에 352억 원 과징금을 부과하고 3개월간 신규 고객 가입을 중단시켰다.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4개 거래소도 유사한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100만 원 이상 거래에만 적용되던 트래블룰 규제를 100만 원 이하 거래까지 확대하고, 자금세탁 위험이 큰 해외 거래소와 가상자산 거래를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 범죄 조직의 자금세탁 네트워크는 중국·미국·멕시코·러시아·북한 등 여러 국가에 걸쳐 작동하는 만큼 한 국가의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기반 자금세탁은 국경 없는 범죄"라며 "한국 정부는 미국, 일본 등과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고, 북한 해커 추적을 위한 블록체인 분석 역량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6월 펜타닐 거래 관련 자금세탁 혐의로 멕시코 금융기관 3곳을 제재했으며, ··3국은 지난 1월 북한 암호화폐 범죄에 공동 대응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금융 당국 안팎에서는 이러한 국제 공조를 더욱 강화하면서 국내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