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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가 쏘아 올린 AI 특수"…대만 엔지니어링 '군단', 2026년 사상 최대 실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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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가 쏘아 올린 AI 특수"…대만 엔지니어링 '군단', 2026년 사상 최대 실적 예고

UIS·마크테크 등 수주 잔고 1000억 대만달러 돌파…팹 확장·패키징 수요 폭발
미국 애리조나부터 싱가포르까지 동반 진출…'TSMC 생태계'의 무서운 결속력
TSMC가 AI 반도체 수요 폭증에 대응해 대만 본토와 미국, 독일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인 확장에 나서면서 팹 건설과 클린룸 설비를 담당하는 대만의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사상 최대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UIS, 마크테크 등 주요 협력사들은 이미 1000억 대만달러(약 4조7000억 원)가 넘는 수주 잔고를 확보하며 2026년 역대급 실적 경신을 예고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TSMC가 AI 반도체 수요 폭증에 대응해 대만 본토와 미국, 독일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인 확장에 나서면서 팹 건설과 클린룸 설비를 담당하는 대만의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사상 최대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UIS, 마크테크 등 주요 협력사들은 이미 1000억 대만달러(약 4조7000억 원)가 넘는 수주 잔고를 확보하며 2026년 역대급 실적 경신을 예고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전 세계 인공지능(AI) 칩 주문을 쓸어 담고 있는 대만 TSMC의 독주가 대만 반도체 후방 생태계 전체를 '슈퍼사이클(Super Cycle)'로 밀어 넣고 있다. TSMC가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대만과 해외에서 공격적인 팹(Fab·반도체 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설비 구축과 클린룸 공사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협력사들이 2026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예약했다. 이는 TSMC라는 거인의 성장이 특정 기업의 호재를 넘어 대만 반도체 국가대표팀 전체의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8일(현지 시각) 대만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유나이티드 인테그레이티드 서비스(UIS), 마크테크 인터내셔널(MIC), L&K 엔지니어링 등 대만의 주요 건설·엔지니어링 업체들은 TSMC의 설비투자 확대에 힘입어 막대한 수주 잔고(Backlog)를 쌓고 있다.

TSMC 순익, 폭스콘·미디어텍 합친 것의 3배


이러한 낙수효과의 원천은 단연 TSMC의 압도적인 실적이다. TSMC는 2025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조2100억 대만달러(약 57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대만을 대표하는 폭스콘, 미디어텍, 에버그린 해운, 콴타 컴퓨터 등 4개 대기업의 순이익 합계(3591억 대만달러)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 막대한 수익은 고스란히 재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파운드리(수탁생산) 라인은 물론 첨단 패키징(CoWoS) 시설 확충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수주 잔고 4조 원 돌파…'즐거운 비명'


TSMC 설비투자의 최전선에 있는 UIS와 마크테크는 이미 실적 잭팟을 터뜨렸다. TSMC의 핵심 파트너로 꼽히는 두 회사는 2025년 3분기 만에 이미 2024년 연간 이익 수준을 넘어섰다. 두 회사 모두 현재 보유한 수주 잔고만 1000억 대만달러(약 4조7000억 원)를 웃돈다.

UIS의 성장세는 파죽지세다.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455억4000만 대만달러(약 2조14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0.93% 급증했고, 순이익은 64억2000만 대만달러(약 3025억 원)로 52.37%나 뛰었다. 특히 TSMC의 미국 애리조나 제2공장 건설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해외 프로젝트의 마진율이 대만 국내보다 낮았던 초기와 달리 점차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마크테크 역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작년 실적 부진을 딛고 올해 3분기 순이익 11억8300만 대만달러(약 557억 원)를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9.6%, 전분기 대비 198.4% 폭증한 수치다. 마크테크는 TSMC의 대만·미국·독일 팹 공사를 도맡고 있으며, 최근 TSMC의 2025년 우수 공급사 명단에 다시 이름을 올리며 신뢰를 재확인했다. 특히 첨단 패키징 장비 수요 증가에 맞춰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CoPoS(Chip on Panel on Substrate)' 장비 연구개발(R&D) 수주까지 따내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주목할 점은 대만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탈(脫)대만' 행보다. TSMC가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Onshoring) 흐름을 타고 미국과 동남아시아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L&K 엔지니어링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매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싱가포르에서 UMC와 뱅가드(VSMC), 마이크론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베트남에서도 수주를 따냈다. 특히 과거 화웨이 웨이퍼 팹 프로젝트와 연루되어 외신의 주목을 받았던 L&K는 중국 관련 사업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Low-profile) 전략을 유지하며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양키 엔지니어링(Yankey Engineering)은 미국 시장을 정조준했다. 최근 애리조나 피닉스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TSMC 및 현지 고객사 공략에 나섰다. 이 회사의 3분기 누적 매출은 54.5%, 순이익은 47.4% 증가하며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액터 그룹(Acter Group) 역시 미국 법인을 설립해 턴키(일괄 수주) 방식의 기계·전기·배관(MEP) 서비스를 제공하며 인도와 일본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TSMC 중심의 '클러스터' 전략


TSMC는 이러한 협력사들과의 결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핑둥과학단지 개발을 추진하며 소재, 부품, 시스템 설계, 인증 서비스 업체들을 한 곳에 모으는 클러스터링 전략을 가속하고 있다.

TSMC 경영진은 "팹 건설 프로젝트는 사이클을 타기 때문에 업무량이 변동하더라도 안정적인 운영을 유지할 수 있는 탄력적인 건설 생태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즉 TSMC의 성장이 협력사의 체력을 키우고, 강해진 협력사가 다시 TSMC의 안정적인 확장을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2026년은 이들 '대만 엔지니어링 군단'에 또 다른 도약의 해가 될 전망이다. AI와 HBM 수요가 꺾이지 않는 한 TSMC의 팹 확장은 계속될 것이며, 이는 곧 협력사들의 수주 곳간이 마르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