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형·오디오형 '투 트랙' 전략…삼성·워비파커 협력
'구글 글래스' 실패 딛고 메타·애플에 도전장…'폰 기반 처리'로 경량화
'구글 글래스' 실패 딛고 메타·애플에 도전장…'폰 기반 처리'로 경량화
이미지 확대보기알파벳 산하의 구글이 내년(2026년)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 Inc.)의 기존 모델들과 경쟁하기 위해 두 가지 범주의 AI 기반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하나는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형태이며, 다른 하나는 오디오 기능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 WCCF테크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협력 중인 첫 번째 AI 안경이 2026년에 출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워비파커(Warby Parker),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등이 초기 하드웨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최종 디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구글은 또한 삼성의 갤럭시 XR 헤드셋에 추가될 몇 가지 소프트웨어 개선 사항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자동차나 비행기에서 혼합 현실 장치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트래블 모드(Travel Mode)와 모든 윈도우 PC를 헤드셋에 연결할 수 있는 PC 커넥트(PC Connect) 앱 등이 포함된다.
AI 및 AR(증강현실) 안경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메타는 레이밴 및 오클리 브랜드와 협력하여 비교적 저렴한 안경을 판매하며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와 준수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메타는 최근 디스플레이가 통합된 고가 모델까지 선보였다. 스냅(Snap Inc.)의 첫 소비자용 AR 안경도 내년 출시 예정이며, 애플(Apple Inc.) 역시 비슷한 시기에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AI 안경, '디스플레이 vs 오디오' 두 갈래
구글에게 있어 이 새로운 제품들과 안드로이드 XR(Android XR) 운영체제는 10년 전 기괴한 디자인과 배터리 문제,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던 '구글 글래스' 때와는 비교되는, 훨씬 정제되고 계산된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구글 뉴욕 시티 사무실에서 진행된 시연에서, 기자는 구글이 Xreal과 협력하여 코드명 '프로젝트 아우라(Project Aura)'로 개발 중인 초기 안경 샘플과 여러 종류의 시제품 AI 안경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었다.
AI 처리, 스마트폰에 맡겨 '슬림 디자인'
메타의 인기 모델인 레이밴 스마트 안경과 마찬가지로, 구글의 시제품 대부분은 스마트폰에 무선으로 연결되며 프로세싱 요청 처리를 핸드폰에 의존한다. 이는 제미나이 AI 비서에게 유튜브 뮤직으로 노래를 재생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눈앞의 재료를 분석해 레시피를 만드는 작업 등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스마트폰이 '무거운 작업(heavy lifting)'의 대부분을 처리하게 함으로써, 안경은 일반 안경처럼 가볍고 얇은 디자인을 유지할 수 있었다.
출시를 앞두고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두 가지 시제품 스마트 안경이 선보였다. 하나는 오른쪽 렌즈에 단일 스크린이 내장된 단안식(monocular)이었고, 다른 하나는 양쪽 눈에 각각 디스플레이가 있는 양안식(binocular)이었다. 두 유형 모두 구글 지도나 구글 미트와 같은 앱에 대한 증강 현실 오버레이를 지원하지만, 양안식 디자인이 더 큰 가상 디스플레이를 제공했다.
AR 오버레이, 모노·바이노큘러로 차별화
구글은 블로그 게시물에서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무게, 스타일, 몰입도의 적절한 균형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소프트웨어 경험이 두 가지 형식 모두에서 잘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시연에서는 실시간 대화 번역 기능이 화면 캡션으로 대화를 보여주는데, 디스플레이를 끄고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번역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
특히 스크린은 그 장점이 명확하다. 구글 지도를 사용할 경우, 증강 현실 길 찾기 안내를 넘어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고개를 숙여 현재 위치의 확대 지도를 볼 수 있고, 정면을 향하는 나침반까지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을 찍고 제미나이에게 구글의 '나노 바나나 프로(Nano Banana Pro)' 생성형 AI 모델을 사용해 사진을 보정해 달라고 요청하면, 휴대폰을 꺼내지 않고도 최종 결과물을 미리 볼 수 있다.
Xreal의 안경은 '프로젝트 아우라'가 삼성의 벌키한 헤드셋처럼 안드로이드 XR을 실행하지만 더 매끄러운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갤럭시 XR과 마찬가지로, 프로젝트 아우라는 작동을 위해 항상 외부 배터리 팩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 안경은 70도의 시야각(FOV)을 제공하는데, 이는 Xreal의 기존 제품군보다 훨씬 몰입도가 높은 수준이다.
갤럭시 XR, '트래블 모드' 등 소프트웨어 개선
구글과 삼성은 1800달러(약 260만원)짜리 갤럭시 XR 헤드셋에 대한 초기 사용자 피드백에 대응하며 여러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곧 출시될 트래블 모드로, 이동 중에도 XR을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전에는 자동차나 비행기에서 창문이 사용자를 지나쳐 날아가 버려, 비행 중 영화 감상 등이 불필요하게 어려웠다.
구글은 또한 PC 커넥트 앱을 출시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모든 윈도우 PC를 갤럭시 XR에 연결하고 노트북 화면을 가상 환경에 미러링할 수 있다. 현재 베타 버전인 이 앱은 게이밍에도 적용되어 헤드셋의 매력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출시 초기에는 삼성의 갤럭시 북 노트북 사용자만이 가상 데스크톱 모드를 사용할 수 있었던 상황이 개선된 것이다. 구글은 macOS 버전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가상 아바타 'Likeness', 사실성 높인다
이와 더불어, 구글은 삼성의 만화 같은 디자인보다 훨씬 사실적인 'Likeness' 아바타 스타일을 출시한다. 스마트폰 앱의 도움을 받아, 갤럭시 XR 사용자는 자신의 얼굴을 스캔하여 영상 통화 시 자신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Likeness' 아바타는 얼굴 움직임과 손동작까지 모방한다. PC 커넥트 앱과 마찬가지로, 이 기능은 이번 주부터 베타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메타·애플·스냅 참전…AI 웨어러블 대전
알파벳 소유의 구글은 AI 기기 시장에서 메타와 경쟁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은 하드웨어 디자인을 위해 삼성, 젠틀몬스터, 워비파커와 협력 중이며, 워비파커에는 지난 5월 1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구글은 사용자에게 내비게이션 길 안내나 언어 번역 같은 정보를 보여주는 인-렌즈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안경과 제미나이 AI 비서와 대화할 수 있는 오디오 전용 안경을 출시할 계획이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지난 5월 구글 글래스 실패의 원인이었던 '덜 진보된 AI'와 '공급망 지식 부족'을 언급하며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제 AI 세상에서, 이 안경들이 지속적으로 방해하지 않고 당신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은 훨씬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메타는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레이밴 메타 안경을 출시하며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 제품은 예상외의 성공을 거두었다. 스냅과 알리바바 등 다른 기업들도 경쟁적인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AI 웨어러블 시장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Editor’s Note]
구글의 AI 안경 출격 선언은 AI 시대의 플랫폼 주도권이 '스마트폰'에서 '웨어러블(안경)'로 이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과거의 구글 글래스가 '기술 과잉'으로 실패했다면, 이번 제미나이 글래스는 스마트폰 기반의 '경량화(Thin & Light)'를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거부감 없이 일상에 AI를 통합하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입니다. 2026년은 메타, 애플, 구글이 모두 참여하는 AI 안경의 원년이 될 것이며, 누가 먼저 사용자 경험(UX)과 콘텐츠 생태계를 확보하느냐가 향후 10년의 테크 패권을 결정지을 것입니다. 한국의 삼성전자가 이 경쟁에서 구글의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산업에도 중요한 의미를 던집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