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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군사충돌] 美 휘발유 가격 급등…美-이란 전쟁 여파에 인플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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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군사충돌] 美 휘발유 가격 급등…美-이란 전쟁 여파에 인플레 우려

지난 2022년 10월 19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플레인스의 주유소에서 손님이 휘발유를 주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2년 10월 19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플레인스의 주유소에서 손님이 휘발유를 주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여파로 미국 휘발유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협회(AAA) 집계 기준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 갤런당 3.109달러(약 4570원)로 일주일 전의 2.951달러(약 4340원)에서 크게 올랐다. 이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임기 말 수준보다 높은 가격이다.

이같은 가격 상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긴장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이 흔들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란의 보복 공격과 중동 해상 운송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됐다.

석유시장 분석가 톰 클로자는 “지난 72시간 동안 발생한 일은 매우 인플레이션적”이라며 “부활절 무렵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25~3.50달러(약 4780~5150원)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지역별 격차도 크다. AAA 자료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에서는 갤런당 2.624달러(약 3860원) 수준인 반면 캘리포니아에서는 4.674달러(약 6870원)에 이른다.

미국 가계에 휘발유 가격은 체감 물가를 좌우하는 대표적 지표로 꼽힌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생활비 부담을 키워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에너지 투자회사 하트리파트너스의 에드 모스 고문은 “미국 경제의 약 40%는 저축 없이 임금 등 수입에 의존해 살아가는 가구”라며 “휘발유 가격이 3.50달러나 4달러(약 5880원) 수준으로 오르면 상당수 가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미국 역사상 최대 수준의 석유 생산을 이끌었다”며 베네수엘라와의 신규 시장 협력도 공급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전망에 따르면 미국 원유 생산은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최근 소폭 증가했지만 올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을 백악관에서 만나 유가 상승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경제는 유럽보다 석유 가격 충격에 덜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EIA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17%로 약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중동 전쟁이 장기화해 휘발유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수익 증가가 소비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투자회사 칼라일 에너지 전략 책임자 제프 커리는 “미국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비슷한 수준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며 “텍사스에서 석유 기업들이 돈을 벌면 결국 다른 지역 경제로도 돈이 흘러간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다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한 에너지 가격 급등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에너지 기업의 초과 이익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국 상위 1% 부유층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매사추세츠대 교수 그레고르 세미에니욱은 “미국은 2022년 이후 화석연료 수출국이자 생산국으로 더 강해졌다”며 “하지만 부의 분배 구조는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중동 충돌이 길어질 경우 휘발유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PMG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는 “관세 영향과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추가 인플레이션이 더해지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