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블랙록 환매 요청 분기 한도 임박... 5% 초과 수수료·고레버리지 구조 도마
"2008년 재현 아니다"... 전문가 "GDP 대비 비중 2% 미만, 시스템 위기 가능성 낮아"
"2008년 재현 아니다"... 전문가 "GDP 대비 비중 2% 미만, 시스템 위기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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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BDC 주가 10% 급락·순자산 대비 25% 할인... 숫자로 드러난 불신
배런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1조 달러(약 1506조 원) 규모의 사모 대출 시장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 혼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상장 비즈니스 개발 회사(BDC) 주가는 올해 평균 10% 하락했고, 실제 포트폴리오 순자산가치(NAV)보다 25%나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5%라는 할인율은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다. 운용사가 제시하는 자산 가치를 시장이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업계에서는 NAV 산정 방식의 투명성 문제는 오래된 불만이었지만, 이번처럼 할인 폭이 커진 것은 처음이며 포트폴리오 재점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먼저 나가지 않으면 갇힌다"... 유동성 불일치의 구조적 함정
사모 대출 위기의 핵심은 '유동성 불일치'다. 운용사들은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방식으로 인수된 비상장 중소기업에 연 10% 안팎의 고금리로 자금을 공급한다. 이 대출 채권은 시장에서 즉시 팔 수 없는 비유동성 자산이다. 그런데도 운용사들은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분기별 환매' 조건을 내걸었다.
그레샴 파트너스의 테드 닐드(Ted Nield)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군에 하이브리드 투자 상품을 이용해 억지로 유동성을 만들어낸 구조 자체가 본질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며 "투자자들은 자금이 묶이기 전에 먼저 빠져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이미 블랙스톤 프라이빗 크레딧(BCRED)과 블랙록의 HPS 기업대출 펀드에는 환매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출 제한 한도인 분기별 5%가 향후 수 분기 연속으로 꽉 채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불투명한 자산 평가에 연 5% 초과 수수료... 신뢰 이탈의 두 축
투자자들이 사모 펀드에서 공모 BDC로 옮겨가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둘째, 수수료 부담이다. 배런스에 따르면 블루 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 아레스 캐피털(Ares Capital), FS KKR 캐피털 등 주요 펀드의 연간 수수료율은 순자산의 5%를 웃돌고 있다. 운용사 측은 정밀한 대출 심사 비용을 근거로 내세우지만, 수익률이 꺾이는 국면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캐나다 금융 서비스 기업 액셀러레이트의 줄리안 클리모치코(Julian Klymochko) 최고경영자(CEO)는 "수수료 구조를 대폭 낮춰야만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레버리지 줄이고 자사주 매입 나서야... 전문가들의 처방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꼽는 처방은 레버리지 축소다. 현재 많은 펀드가 연 10% 수준의 배당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자본 1달러당 1달러 이상의 차입금을 끌어다 쓰고 있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는 국면에서 이 전략은 수익을 갉아먹는 독소로 작용한다.
클리모치코 CEO는 "자사주 배당 수익률이 13%에 달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8∼9% 금리의 신규 대출을 승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는 것이 투자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경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블루 아울 캐피털, 모건스탠리 다이렉트 렌딩 등 상장 BDC들은 약 12%의 배당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 위험 감수 여력이 있는 투자자라면 정가에 사는 사모 펀드보다는 25% 할인된 공모 BDC나 관련 ETF를 대안으로 검토할 만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2008년 공포 재현?" 수치가 답한다... 시스템 위기 가능성 '제한적'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붕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 사태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긋는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 세계 사모 신용 시장 규모는 현재 3조 달러(약 4519조 원) 미만으로, 글로벌 GDP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모 대출이 가장 활성화된 미국 시장만 기준으로 해도 미국 GDP의 6.5% 수준에 그친다.
반면 2008년 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은 당시 미국 GDP의 약 10~14%에 육박했으며, 전통 은행권과 파생상품 사슬로 촘촘하게 연결돼 붕괴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시켰다. 현재 사모 신용 시장은 전통 은행권과의 직접 연계 고리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도 시스템 위험을 낮추는 핵심 요인이다.
금융시장 분석가들에 따르면, 미국 은행권 연체율과 민간 부문 부채 지표는 경기 과열 붕괴 직전의 패턴보다 완만한 조정 국면에 가깝다. 일부 펀드의 환매 중단이나 자산 가치 하락이 현실화되더라도, 이는 해당 펀드 투자자의 손실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경착륙'보다는 '연착륙'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한국 투자자에게 남은 숙제... 환매 조건과 레버리지 비율 재점검 시급
국내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도 최근 수년간 해외 사모 대출 펀드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왔다.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기관들이 투자한 일부 펀드의 NAV가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투자한 펀드의 환매 조건, 레버리지 비율, 수수료 구조를 지금 당장 꼼꼼히 재점검해야 한다.
이번 사모 대출 시장의 혼란은 자산 질의 붕괴라기보다 애초에 잘못 설계된 상품 구조가 부른 예고된 위기에 가깝다. 유동성이 없는 자산을 유동성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금융 공학의 마법은, 언제나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바닥나는 순간 끝을 맺는다. 운용사들이 설계 실패를 인정하고 구조 자체를 다시 짜지 않는 한, 이 시장의 신뢰 회복은 요원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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