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분석가 “AI 모델사, 산업 노하우 부족해 기존 SaaS 기업 잠식 불가능”
킹디(Kingdee), AI 매출 목표 180% 상향… “레거시 기업이 AI 수익화의 진짜 주인공”
킹디(Kingdee), AI 매출 목표 180% 상향… “레거시 기업이 AI 수익화의 진짜 주인공”
이미지 확대보기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기업들이 AI 모델을 자사 제품에 신속하게 통합하며 전례 없는 ‘견고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HSBC 첸하이 증권의 이란 리우(Yiran Liu) IT 소프트웨어 연구 책임자는 중국의 SaaS 기업들이 AI를 위협이 아닌 ‘가속기’로 활용하며 시장 주도권을 지켜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 시장의 공포와 현실의 간극… “노하우 없는 AI는 껍데기일 뿐”
올해 초 오픈AI의 코덱스(Codex)나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 같은 AI 제품이 등장하자, 투자자들은 세일즈포스나 어도비 같은 전통적 소프트웨어 기업의 종말을 예견하며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주요 소프트웨어 지수는 고점 대비 약 20~30% 급락했다.
리우 책임자는 이러한 시장 심리가 현장 상황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딥시크(DeepSeek)나 바이트댄스 같은 AI 모델 기업들은 인프라를 제공할 뿐, 특정 산업 분야에서 수십 년간 축적된 수직적 데이터와 운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모델 기업과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이 협력하는 형태가 가장 유력한 결과가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산업 노하우를 가진 레거시 소프트웨어 기업이 AI 수익화의 결실을 먼저 따먹고 있다.
◇ 킹디(Kingdee)의 반전… AI 기반 제품으로 흑자 전환 성공
중국 최대 SaaS 제공업체 중 하나인 킹디 인터내셔널 소프트웨어 그룹은 이러한 흐름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킹디는 지난달 올해 AI 제품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180% 증가한 10억 위안(약 1900억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킹디는 남중국 최대 철강사인 류저우 철강 등 전통 제조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며 AI 스타트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오프라인 공급망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 AI 스타트업의 역설… “그들도 기존 SaaS 없이는 못 살아”
주목할 점은 미니맥스(MiniMax)나 지푸(Zhipu) AI 같은 잘나가는 AI 스타트업들조차 내부 운영을 위해 기존 SaaS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미니맥스는 상장 전 킹디의 연구개발 비용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회계 효율성을 30% 향상시켰다.
AI 스타트업이 제조업 등 특정 산업에 진출하려 해도 해당 분야의 공급업체 생태계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의 플랫폼을 타고 들어가야만 한다.
리우 책임자는 "중국의 AI 응용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연산 자원도 부족하다"며, 독자적인 엔터프라이즈 앱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존 소프트웨어 위에 AI를 얹는 방식이 주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에 주는 시사점
AI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담을 ‘산업별 전문성(Domain Knowledge)’이다. 국내 ERP나 그룹웨어 기업들은 자사가 가진 방대한 기업 데이터를 AI 학습에 최적화하여 독자적인 ‘특화 AI 서비스’를 서둘러 출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 번진 '뒤처질지 모른다는 공포(FOMO)'는 IT 예산 증액의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한국 기업들도 디지털 전환(DX)을 넘어선 ‘AX(AI 전환)’의 당위성을 시장에 강력히 전파해야 할 것이다.
AI 스타트업은 혁신 기술을 제공하고, 기존 중견 소프트웨어 기업은 탄탄한 고객 기반과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형 협력’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길이 될 전망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