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비이성적 과열' 진단… 경제지표 무시한 지수 폭주
인덱스 펀드 등 수동적 투자 위험성 지적, 가치주·원자재로 '피신' 권고
인덱스 펀드 등 수동적 투자 위험성 지적, 가치주·원자재로 '피신' 권고
이미지 확대보기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마이클 버리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 대표가 현재 금융시장을 향해 강력한 대폭락 경고장을 던졌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8일(현지시각) 버리 대표의 말을 빌려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인공지능(AI) 열풍이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의 광기와 흡사한 양상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는 시장이 펀더멘털을 무시한 채 'AI'라는 두 글자에만 매몰되어 위험 수위를 넘어선 과열 구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지수 65% 폭주… "이성 잃은 시장, 닷컴버블 재판"
버리 대표는 최근 자신의 유료 구독 플랫폼인 서브스택(Substack)을 통해 "현재 시장은 1999년에서 2000년 사이 버블이 터지기 직전 몇 달간의 모습과 똑같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의 궤적을 2000년 3월 기술주 붕괴 전 상황과 직접 비교하며 시장의 극심한 취약성을 정조준했다.
"지수 편중이 낳은 착시"… 수동적 투자의 위험성
시장의 구조적 결함에 대한 매서운 지적도 이어졌다. 버리 대표는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로 대표되는 수동적 투자(Passive Investing)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운용되는 지수 투자 특성상, 몇몇 대형 기술주에 자금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지수 전체의 내재 가치를 왜곡하고 있다는 논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유사한 우려가 제기된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폴 튜더 존스 역시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AI 랠리는 1999년과 매우 비슷하다"며 "강세장이 1~2년 더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거품이 터질 때의 조정 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존스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300%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시장이 팽창할 경우, 역사상 유례없는 '숨 막히는 조정'이 닥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거품론과 코스피 8000 시대의 충돌… 한국 증시 '체질 개선' 시험대
코스피 지수가 7000을 넘어 8000 고지를 바라보는 유례없는 성장세 속에서 마이클 버리의 경고는 한국 시장에 양날의 검과 같은 엄중한 메시지를 던진다. 세계 1위 수준의 상승률은 한국 증시가 AI와 반도체라는 확실한 글로벌 주도주를 확보했다는 증거이나, 특정 섹터에 대한 과도한 편중은 지수의 변동성 리스크를 극대화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이 분명하다.
가치주와 원자재로 대피… 투자자가 챙겨야 할 '3대 지표'
버리 대표는 현재의 광풍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내재 가치를 지닌 '가치주'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원자재'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강력히 권고했다. 거품이 걷히는 시기에는 결국 실적이 뒷받침되는 전통 산업과 실물 자산이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향후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반드시 주시해야 할 핵심 지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수익성이다.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수조 원 규모의 자금이 실제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연결되는지 숫자로 확인해야 한다.
둘째, 반도체 재고 및 가동률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의 가동률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시점이 버블 붕괴의 명확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셋째, 미국 소비자 심리 지수와 증시의 괴리다. 경제 주체들의 체감 경기는 바닥을 기는데 증시만 홀로 오르는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할수록 급격한 하락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시장은 혁신이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 숨은 탐욕이 위험 수위에 도달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눈앞의 고수익에 취하기보다, 언제든 '안전벨트'를 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닷컴버블이 남긴 뼈아픈 교훈은 기술의 위대함이 곧 주가의 영원한 우상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엄중한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