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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핵잠수함 도크 건설에 해외 도움 검토…"1960년대 이후 자국 건조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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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핵잠수함 도크 건설에 해외 도움 검토…"1960년대 이후 자국 건조 전무"

파슬레인 부유식 도크 사업에 스페인 나반티아 참여 유력…유나이트 노조 반발
드레드노트급·SSN-AUKUS 12척 시대 앞두고 정비 인프라 비상…58조 재정 구멍도 변수
영국 스코틀랜드 HMNB 클라이드 파슬레인 기지의 핵잠수함 정비 시설 모습. 영국은 드레드노트급과 SSN-AUKUS 잠수함 시대를 앞두고 부유식 핵잠수함 도크 추가 건설이 시급하지만, 1960년대 이후 자국 내 건조 실적이 전무해 해외 도움을 검토하는 상황에 몰렸다. 사진=영국 해군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스코틀랜드 HMNB 클라이드 파슬레인 기지의 핵잠수함 정비 시설 모습. 영국은 드레드노트급과 SSN-AUKUS 잠수함 시대를 앞두고 부유식 핵잠수함 도크 추가 건설이 시급하지만, 1960년대 이후 자국 내 건조 실적이 전무해 해외 도움을 검토하는 상황에 몰렸다. 사진=영국 해군


영국이 차세대 핵잠수함 전력 확충을 앞두고 핵심 군항의 정비 시설 확장에 나섰지만, 정작 자국 내 대형 부유식 도크 건조 능력이 수십 년째 단절돼 해외 도움을 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냉전 이후 위축된 영국 조선업 기반의 후유증이 핵잠수함 유지 체계까지 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영국 해군 전문 매체 UK 디펜스 저널 보도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MoD)는 스코틀랜드 HMNB 클라이드(HM Naval Base Clyde) 파슬레인(Faslane) 기지에 대형 부유식 드라이도크를 신규 배치하는 '프로그램 유스턴(Programme EUSTON)'을 추진 중이다. 공식 명칭은 '추가 함대 정비 도크 능력(AFTDC·Additional Fleet Time Docking Capability)'이다. 영국 국방부는 2023년 말부터 잠재 사업자 사전 조사에 착수했으며, 올해 1월 상세 설계 작업 개시를 공식 확인했다.

동시 2척 정비 목표…현재 파슬레인은 단일 리프트 시설 의존


프로그램 유스턴의 핵심 목표는 파슬레인에서 최소 2척 이상의 핵잠수함을 동시에 수면 밖에서 정비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기지 정비 능력을 잠재적으로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구상이다. 현재 파슬레인은 단일 선박 리프트(shiplift) 시설에만 의존해 수면 밖 정비 능력이 극도로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다른 핵잠수함 정비 거점인 데번포트(Devonport) 조선소 역시 도크 일정이 이미 빡빡하게 채워진 상태다.

문제는 영국이 1960년대 이후 자국 내에서 대형 부유식 도크를 건조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선데이 타임스(The Sunday Times)는 영국 조선소들이 이 같은 대형 부유식 도크를 국내에서 건조할 전문성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나반티아 메실 조선소 유력…"핵 규제 적합성·납기가 결정 변수"


이 공백을 파고드는 것이 스페인 국영 조선그룹 나반티아(Navantia)다. 나반티아는 지난해 파산 관리 절차에서 영국 하랜드앤울프(Harland & Wolff) 자산을 인수한 이후 스코틀랜드 메실(Methil) 조선소를 이 사업의 적합한 건조 거점으로 적극 홍보해왔다. UK 디펜스 저널은 메실 조선소가 이런 유형의 사업에 적합한 시설이며, 영국 산업과 일자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계약 결정의 결정적 기준은 핵 규제 안전 기준 충족과 잠수함 가용성 향상을 위한 적기 납품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반티아의 자회사 나반티아 UK가 건조한 바지선 '씨호스(Seahorse)'는 지난 5월 5일 메실 조선소에서 정식 명명됐으며, 이 선박은 함대 고체 지원함의 선체 구간을 앱플도어(Appledore)와 카디스(Cadiz)에서 벨파스트(Belfast)로 운반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영국 국방부는 "파슬레인 기지 경계 내에서 이뤄지는 인프라 공사는 영국 기업이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부유식 도크 자체의 건조 작업이 이 원칙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는지는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이 모호함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영국 최대 노조 중 하나인 유나이트(Unite)는 정부에 도크를 영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겠다는 공식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핵 규제 문제도 변수다. 부유식 핵잠수함 도크는 핵 규제 기준에 따라 특히 엄격한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다만 육상 핵시설에 적용되는 기준에서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드레드노트급·AUKUS 12척 시대 앞두고 정비 병목 예고…55조 재정 구멍도 변수


이번 사업의 시급성을 높이는 것은 영국 핵잠수함 전력의 급격한 확대 계획이다. 영국 해군은 드레드노트(Dreadnought)급 탄도미사일 핵잠수함(SSBN)이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으며, 오커스(AUKUS) 프레임워크 아래 최대 12척 규모의 차세대 핵추진 공격잠수함(SSN-AUKUS) 운용 계획도 추진 중이다. 핵 인허가를 받은 조선 시설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업 재원은 방위 핵전력 특별 예산(ringfenced defence nuclear enterprise budget)에서 충당할 예정으로, 광범위한 예산 삭감으로부터 일정 정도 보호받는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당초 지난해 말 발표 예정이었던 방위 투자 계획을 아직 공표하지 못한 상태이며, 영국 국방 예산 전반에 걸쳐 약 280억 파운드(약 55조 9000억 원) 규모의 재정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제 사업 추진 속도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이 미국·호주와 함께 오커스를 내세우며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을 자처하는 상황에서, 정작 핵잠수함 유지 시설 건조조차 해외 지원 없이는 어렵다는 현실은 냉전 이후 영국 방위 산업 기반 약화의 상징적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