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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46조 인수 거절한 세레브라스… '엔비디아 천하' 균열낼 진정한 대항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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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46조 인수 거절한 세레브라스… '엔비디아 천하' 균열낼 진정한 대항마인가

시총 340억 달러 몸값 자신감, 소프트뱅크 구애 뿌리치고 IPO 강행
WSE 기술로 'GPU 병목' 해결… 삼성·SK, HBM 공급망 재편 '기회와 위기' 공존
세레브라스는 독자 노선을 선택하며 오는 2026년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등판, 단순한 칩 제조사를 넘어 '포스트 엔비디아' 시대를 여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레브라스는 독자 노선을 선택하며 오는 2026년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등판, 단순한 칩 제조사를 넘어 '포스트 엔비디아' 시대를 여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절대 권력'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낼 가장 강력한 변수가 등장했다. 영국 Arm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340억 달러(506400억 원) 규모 인수 제안을 거절한 미국 스타트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가 그 주인공이다. 세레브라스는 독자 노선을 선택하며 오는 2026년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등판, 단순한 칩 제조사를 넘어 '포스트 엔비디아' 시대를 여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4(현지시각)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Arm과 대주주 소프트뱅크가 세레브라스 상장을 몇 주 앞두고 시도한 막판 인수 협상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세레브라스는 이번 IPO에서 3000만 주를 주당 150~160달러에 발행해 최대 48억 달러(71400억 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PSR 20배의 자신감… '반도체 제국' 꿈꾸는 Arm의 패배


세레브라스의 상장 후 예상 기업가치 340억 달러는 AI 팹리스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이는 작년 Arm 상장 당시 적용된 주가매출비율(PSR)과 비교해도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은 수치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AI 기업 G42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며 안정적인 지분 구조와 대규모 수주 물량을 확보한 점이 밸류에이션의 핵심 근거로 꼽힌다.
소프트뱅크가 세레브라스 인수에 공을 들인 배경은 Arm의 전략 변화와 맞닿아 있다. Arm은 기존의 설계 자산(IP) 사용권 판매 방식에서 탈피해, '니오버스(Neoverse)'를 필두로 한 자체 완제품 칩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엔비디아 '그레이스 호퍼'처럼 CPUAI 가속기를 통합하려는 Arm 입장에서 세레브라스의 기술은 독점 구도를 깨뜨릴 결정적 승부수였던 셈이다.

GPU의 한계 넘은 '웨이퍼 스케일'"범용성보다 특화된 파괴력"


세레브라스의 핵심 경쟁력은 '웨이퍼 스케일 엔진(WSE)'에 있다. 수천 개의 GPU'NV링크' 같은 인터커넥트 기술로 이어 붙이는 엔비디아 방식은 칩 간 데이터 전송 시 필연적으로 '병목 현상(Latency)'이 발생한다. 반면 세레브라스는 웨이퍼 한 장을 통째로 하나의 칩으로 만들어 온-웨이퍼(On-wafer) 통합을 이뤄냈다.

이 구조는 메모리 대역폭을 수 TB/s급으로 끌어올려 초대형 모델 학습 속도를 GPU 대비 수십 배 단축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세레브라스가 모든 영역에서 엔비디아를 대체하기보다는 초대형 언어 모델(LLM) 학습 및 추론이라는 특정 워크로드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니치 챔피언'으로서 균열을 낼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오픈AI가 차세대 모델 학습에 세레브라스 칩을 테스트 중이라는 소식통의 전언은 이러한 분석에 무게를 더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구조 변화'라는 새로운 기회와 숙제


세레브라스의 부상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양날의 검'이다. 현재 엔비디아 주도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는 견고하지만, 세레브라스의 온칩(On-chip) SRAM 중심 구조가 확산될 경우 HBM 수요의 형태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세레브라스와 같은 거대 칩은 고도화된 패키징 기술(I-Cube, X-Cube)이 필수적이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보유한 삼성은 HBM과 로직 칩을 통합 공급하는 '원스톱 솔루션'으로 TSMC에 대응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반면, HBM 시장의 절대 강자인 SK하이닉스는 세레브라스식 구조에서 HBM이 어떻게 최적화될지, 혹은 차세대 '웨이퍼 레벨 메모리'로의 전환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투자자가 챙겨야 할 '4대 핵심 지표'


전문가들은 세레브라스 IPO 이후 AI 반도체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다음 네 가지를 주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첫째, 공모가 희석 영향 및 락업 물량이다. G42 등 대형 투자자의 지분 매각 제한 해제 시점이 주가 변동성의 핵심이다.

첫째, 공모에 따른 지분 희석 영향과 보호예수 물량이다. G42 등 대형 투자자의 의무 보유 확약이 해제되는 시점이 주가 변동성의 핵심이다. 보후예수란 상장 후 일정 기간 대주주나 초기 투자자가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이는 상장 직후 매물이 쏟아져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막아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다. 세레브라스의 경우 지분 상당수를 보유한 아랍에미리트(UAE) AI 기업 G42 등의 물량이 시장에 풀리는 시점이 주가의 장기적 향방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둘째, 고객 다변화 성공 여부다. G42 외에 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3' 클라우드 사업자의 채택 여부가 실제 주가 수익률을 결정할 것이다.

셋째, HBM+로직 통합 수율이다. 거대 칩의 특성상 낮은 수율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양산 단가를 낮추느냐가 이익률의 관건이다.

넷째, 엔비디아의 '블랙웰 울트라'의 대응이다. 엔비디아가 차기 라인업에서 인터커넥트 병목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세레브라스의 비교 우위 기간이 정해질 것이다.

과거 AMD가 인텔의 독주를 막으며 PC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듯, 세레브라스의 IPOAI 반도체 시장이 '효율과 특화'의 시대로 접어드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엔비디아라는 거인을 상대로 독자 생존을 선언한 세레브라스의 도전은 곧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새로운 생존 전략과도 직결되어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