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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쩐의 전쟁, “한국, 대만에 2배 격차”... 'K-소부장', 100조 시장서 기회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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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쩐의 전쟁, “한국, 대만에 2배 격차”... 'K-소부장', 100조 시장서 기회 찾아야

글로벌 소재 시장 732억 달러 역대 최고… 한국 성장률 2.4% 그쳐 ‘경고등’
범용에 갇힌 한국 vs 첨단 독점한 대만… 투자자가 봐야 할 ‘생존 지표’ 3선
AI 반도체 시대의 승부처가 ‘칩 설계’에서 ‘소재’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100조 원 규모의 역대급 시장이 열린 지금, 한국 반도체 소재 산업은 성장률 2.4%라는 성적표를 보였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AI 반도체 시대의 승부처가 ‘칩 설계’에서 ‘소재’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100조 원 규모의 역대급 시장이 열린 지금, 한국 반도체 소재 산업은 성장률 2.4%라는 성적표를 보였다. 이미지=제미나이3

AI 반도체 시대의 승부처가 칩 설계에서 소재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100조 원 규모의 역대급 시장이 열린 지금, 한국 반도체 소재 산업은 성장률 2.4%라는 성적표를 보였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수혜가 완성품 제조사에만 쏠리며 생태계의 허리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으로까지 온기가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 같은 위기론 이면에는 강력한 반전의 기회도 공존한다. 세계 최정상급 메모리 제조사를 보유한 한국 특유의 '현장 밀착형 생태계'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패키징 시장을 선점할 독보적인 자산이다. 결국 지금의 정체는 범용 소재에서 첨단 소재로 넘어가는 뼈아픈 탈피 과정이며, 이 거대한 전환점에서 'K-소부장'이 기술 주권을 확보하느냐가 향후 10년의 반도체 패권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3(현지시간)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발표한 재료 시장 데이터 구독(MMDS)’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6.8% 증가한 732억 달러(109조 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5년 주요국 반도체 소재 시장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주요국 반도체 소재 시장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

한국만 왜 2.4%인가… 메모리·일본·고립3중고


글로벌 평균(6.8%)에 한참 못 미치는 한국의 저성장은 단순한 수요 문제가 아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소부장의 위기를 세 가지 구조적 결함으로 진단한다.

첫째, 제품 포트폴리오의 편중이다. 한국은 메모리용 소재에 치우쳐 있어 부가가치가 높고 수요가 폭발하는 로직(비메모리) EUV(극자외선) 첨단 소재 비중이 현저히 낮다. 둘째, 핵심 기술의 대외 의존이다. 동진쎄미켐과 솔브레인 등이 국산화에 사력을 다하고 있으나, EUV용 포토레지스트와 블랭크마스크 등 초미세 공정 필수 소재는 여전히 일본의 JSR, TOK 등 글로벌 강자들에 가로막혀 있다. 셋째, 생태계의 고립이다. 파운드리 중심의 대만과 달리, 소재 기업이 칩 설계 단계부터 제조사와 긴밀히 협력하는 동시 진화 구조가 부재한 탓에 신시장 진입 속도가 더디다.

대만 수직 통합’ vs 중국 범용 물량… 샌드위치 된 K-소재


대만은 217억 달러(32조 원)16년 연속 1위를 지켰다. 대만의 힘은 TSMC의 공정 리더십에서 나온다. TSMC는 패키징(CoWoS)까지 수직 통합하며 소재 업체를 초기 설계 단계부터 참여시키는 ‘Lock-in(잠금)’ 구조를 구축했다. 엔비디아, AMD 같은 거대 고객사의 요구가 즉각 소재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반면 중국은 12.5%라는 놀라운 성장률로 156억 달러(23조 원)를 기록하며 한국을 따돌렸다. 다만 중국의 성장은 첨단 EUV 소재보다는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한 범용 소재의 내재화와 물량 공세에 기반한 측면이 크다.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규모의 경제 면에서 한국 소부장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전년 대비 2.4% 성장한 112억 달러(166800억 원)에 그치며 대만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중국에 2위 자리를 내주었다. 이는 메모리 업황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EUV 및 비메모리 소재 비중이 낮고 일본 등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구조적 한계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 소부장의 강력한 무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세계 최정상급 메모리 제조사를 보유한 '현장 밀착형 생태계'에 있다. HBM과 차세대 패키징 공정에서 발생하는 난제들을 제조사와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초격차 기술을 공동 개발(Co-development)할 수 있는 독보적인 테스트베드 환경을 갖췄다.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집적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중 갈등 속에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안정적인 공급망 파트너로 한국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시스템 반도체 소재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 요인이다.

초격차 기술 자립과 글로벌 영토 확장… 투자자가 주목할 3대 지표


다만, 지속 성장을 위해서 반도체 소재 투자의 문법은 막연한 국산화 기대감을 넘어 실질적인 채택 데이터글로벌 공급망 점유율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소부장이 범용 소재의 늪을 탈출해 AI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으로 도약하기 위한 세 가지 생존 지표를 주시할 것을 권고한다.

첫째, EUV 노광 성능을 극대화할 고감도·저결함 소재의 안정적인 데이터 확보가 관건이다. 단순히 소재를 개발하는 단계를 넘어, 칩 제조사와 설계 초기부터 공동 연구(Co-development)를 강화해 양산 검증 시차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특히 용인 클러스터 내 테스트베드를 적극 활용해 실제 양산 수율 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일본산 소재 대비 신뢰성과 공정 최적화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투자 판단의 첫 번째 기준이다.

둘째, 이종 집적 공정에서 발생하는 열팽창 계수 차이를 극복할 초정밀 절연 및 접합 소재의 물성을 확보해야 한다. 2026년 이후 HBM4/5 양산의 핵심인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환경에서 SKC(앱솔릭스)나 한솔케미칼 등의 첨단 소재가 글로벌 표준 공정 설계에 반영되는지가 핵심이다. TSMC·삼성전자 등 '키 플레이어'와의 R&D 협력을 심화하고 차세대 기판 기술과의 정합성을 사전 검증해 표준 생태계에 안착해야 한다.

셋째, 단순 수출 모델을 탈피해 타깃 국가의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팹(Fab)별 맞춤형 기술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ISC나 솔브레인 등 주요 기업이 국내 메모리 시황에만 의존하던 '천수답' 구조를 벗어나, 북미와 대만 등 글로벌 팹으로 고객사를 확장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AI 가속기 및 전력 반도체용 고부가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공격적 글로벌 영업망 확충을 통해 로직 및 HPC 시장으로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기업이 진정한 수혜주가 될 전망이다.

용인 클러스터가 반전의 키될까


향후 2~3년은 한국 소부장 운명을 결정지을 골든타임이다. 낙관적 시나리오로는 HBM 특수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이 맞물리며 국내 소재사들이 시스템 반도체용 고부가 시장 진입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관적 시나리오로는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에서의 대만 독주가 고착화되어 한국 소재 산업이 메모리 사이클에만 매몰된 채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상황이다.

소재 경쟁력이 없으면 AI 주권도 없다. 칩 설계가 머리라면 소재는 그 칩을 구동하게 하는 세포. 한국 반도체가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남기 위해서는 칩 설계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소부장이라는 기초 체력을 얼마나 빨리 첨단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