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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기지 3곳, 그린란드 남부에 박힌다… 덴마크는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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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기지 3곳, 그린란드 남부에 박힌다… 덴마크는 막을 수 없다

미·덴 비밀 협상 5차례 진행, 나르사수아크 등 남부 3곳 유력 후보지로 부상
미국, 기지를 '미국 주권 영토'로 지정 요구… 북극 패권 전쟁의 서막
그린란드에 있는 미 공군 우주기지.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그린란드에 있는 미 공군 우주기지. 사진=연합뉴스
북극해 지배권을 둘러싼 미국의 '조용한 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그린란드 무력 병합까지 공공연히 거론하며 덴마크를 압박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미국과 덴마크·그린란드 사이에서 그린란드 남부에 미군 기지 3곳을 신설하는 내용의 비밀 협상이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BBC 방송과 스위스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이 13일(현지시각) 보도한 이 협상의 파장은 단순한 기지 건설을 넘어 북대서양 안보 질서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활주로 폭파 준비하던 덴마크, 협상 테이블에 앉다


올해 초 덴마크와 미국의 관계는 사실상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군사적 옵션까지 배제하지 않겠다고 압박하자, 덴마크는 만일의 미군 침공에 대비해 그린란드 내 군 병력과 폭발물을 추가로 보내 활주로를 폭파할 준비까지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끼리 군사적 충돌 시나리오가 실제로 검토되는 초유의 사태였다.

그러나 상황은 빠르게 반전됐다. BBC에 따르면, 미국과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내 미군 주둔 확대를 위해 정기적인 협상을 이어왔으며, 지난 1월 중순 이후 최소 다섯 차례 이상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미국 측에서는 마이클 니덤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협상을 이끌고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이 배석했으며, 덴마크 측은 외무차관과 주미 대사, 워싱턴 주재 그린란드 외교 수석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협상 내용은 충격적이다. 협상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미국 측이 신규 군사기지 3곳을 온전한 미국 주권 영토로 인정해달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단순한 기지 사용 협정을 넘어, 그린란드 땅의 일부를 법적으로 미국 영토로 떼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그린란드에는 북서부에 위치한 피투피크 우주기지가 유일한 미군 시설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섬 전역 17곳에 미군 기지가 운영된 바 있다.

'불침항모' 그린란드를 향한 미국의 욕망… 러·중 봉쇄가 핵심


새 기지는 그린란드 남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며, 이 중 한 곳은 과거 미군이 소규모 공항과 기지를 운영했던 나르사수아크 지역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현지에서는 남서부 캉게를루수악도 후보지로 언급된다.

두 곳 모두 냉전 시대 미군 기지로 활용됐던 곳으로 활주로와 항만 시설이 일부 남아 있어 재개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이 땅에 집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들 기지의 핵심 임무는 이른바 'GIUK 갭'(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을 잇는 북대서양 해역)을 오가는 러시아와 중국 선박의 해상 활동을 밀착 감시하는 것이다.

GIUK 갭은 러시아 북방함대의 핵잠수함이 대서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목이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이 치열하게 다퉜던 이 해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북극 진출로 다시 지정학적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하는 다층 미사일 방어 체계인 '골든 돔' 완성을 위해서도 북극권 감시 자산 확충은 필수 요소로 거론된다. 지구 구형 구조상 모스크바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최단 경로가 그린란드 상공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군사 전문 매체 프라우다 키프로스는 미국이 나르사수아크의 2차 세계대전 당시 인프라를 현대화해 대잠수함 항공기와 추적 시스템을 배치하려 하며, 그린란드를 '불침항모'로 만들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린란드 빙하 아래에는 희토류와 석유, 천연가스가 대량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며, 중희토류 매장량은 약 3850만t으로 세계 매장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한 상황에서 그린란드는 미국에 대체 공급 거점이자 전략 광물 보고(寶庫)로도 여겨진다.

"협상 진전" vs "주권은 협상 대상 아냐"… 덴마크의 딜레마


백악관은 그린란드 및 덴마크 당국과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세부 사항 공개는 피했으며, 한 백악관 관계자는 BBC에 "협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매우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코펜하겐에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그동안 이 지역에서 우리가 안보와 감시 활동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다"며 "안보 문제와 미군 주둔 확대가 협상의 일부로 논의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1951년 체결된 방위 협정을 근거로 미국이 추가 기지를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린란드의 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님을 재확인했다.

덴마크 외무부 역시 미국과의 대화 사실은 공식 인정했지만, "현시점에서 더 상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식통들도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르지 않았으며 기지 숫자도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덴마크의 처지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자국 병합에 반대한 유럽 8개국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반복했다.

이 상황에서 완전한 거부는 미국과의 전면 충돌을 의미한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의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그린란드 매입"이라고 밝힌 바 있어, 기지 신설 협상이 더 큰 병합 구도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북유럽 외교가 안팎에서 나온다.

냉전 당시 그린란드에는 약 1만 5000명의 미군이 주둔했다. 현재 약 150명 수준으로 줄어든 미군 병력이 다시 대규모로 북극권에 집결하는 흐름은, 21세기 강대국 경쟁이 북극이라는 새로운 전선에서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