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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보이콧(Boycott) vs 정용진 스타벅스 탱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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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보이콧(Boycott) vs 정용진 스타벅스 탱크데이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악덕 기업의 물건을 사자 말자는 대중의 조직적 저항을 흔히 불매운동이라고 한다. 영어권에서는 ‘보이콧(Boycott)’이라고 표기한다. 보이콧의 영어 사전적 적의는 부도덕한 기업이나 조직에 대한 대중의 집단적 거부이다. 우리의 불매운동과 거의 유사하다.

보이콧은 원래 사람 이름에서 나왔다. 19세기 후반 영국 옆 아일랜드에 실존했던 악명 높은 인물 '찰스 커닝엄 보이콧(Charles Cunningham Boycott)'의 사례가 보이콧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다. 1880년, 아일랜드 서부 메이요주(County Mayo) 일대는 극심한 흉작으로 인해 소작농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었다. 영국의 부재지주(不在地主) 언 백작(Lord Erne)의 영지 관리인이었던 찰스 보이콧은 굶주리는 소작농들의 소작료 인하 요구를 매몰차게 묵살했다. 나아가 소작료를 낼 여력이 없는 농민들을 무자비하게 영지에서 쫓아내는 강제 퇴거 조치를 단행하려 했다.

여기에 분노한 아일랜드 토지 연맹(Irish Land League)은 폭력적인 무력 항쟁 대신 당시로서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투쟁을 제안했다. 그것은 바로 '찰스 보이콧'이라는 인물과 철저히 절연하는 '완벽한 사회적 배척 운동'이었다. 농민들은 그를 향해 돌을 던지거나 총을 겨누지도 않았다. 대신 지역 주민들 중 그 누구도 그의 농장에 일하러 가지 않았다. 마차꾼은 그의 짐을 싣지 않았다. 우체부는 그의 편지와 소포 배달을 거부했다. 상점 주인들은 그에게 빵과 우유 등 생필품조차 팔지 않았다. 심지어 이웃들은 길에서 그를 마주쳐도 마치 투명 인간을 대하듯 고개를 돌리고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물리적 폭력은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 철저한 사회적·경제적 고립은 찰스 보이콧의 오만한 삶을 완전히 파괴했다. 노동력이 끊긴 그의 농작물은 밭에서 썩어갔고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결국 그는 감자를 수확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외부에서 인부와 무장 경찰, 군대까지 동원해야만 했다. 끝내 극심한 고립감과 재정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쫓기듯 영국으로 낙향하고 말았다. 이 모습을 당시 영국의 유력지였던 『더 타임스(The Times)』가 보도하면서 그의 이름을 따 '보이콧(Boycotting)'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 탐욕스러운 관리인의 이름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민중 저항의 상징이 된 이 아이러니는 아무리 거대한 권력과 자본이라 할지라도 대중이 굳게 연대하여 외면할 때 얼마나 무력하게 붕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첫 페이지였다.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보이콧 정신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진화를 거듭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1970년대 신생아의 건강을 위협하는 분유 마케팅으로 지탄받았던 네슬레(Nestle) 불매운동이나, 1990년대 제3세계 아동 노동 착취 사실이 폭로되며 촉발된 나이키(Nike) 불매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불매운동이 단순히 소비자 권익 보호를 넘어, 기업의 노동 윤리와 공급망 관리(SCM) 전반의 혁신을 강제하는 '글로벌 감사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음을 뜻한다.우리나라 불매운동의 역사 역시 이러한 세계사적 궤를 같이하며 역동적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 소비자의 불매운동은 초기의 '생존권 수호' 단계에서 점차 '기업의 윤리성'을 묻는 차원으로 고도화되었다. 1991년 발생한 '두산전자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당시의 전 국민적 불매운동은 생존적 차원의 강력한 저항이었다. 시민들은 수돗물을 오염시킨 기업의 상표가 붙은 모든 제품을 매대에서 쫓아냈다. 이는 기업이 환경적 책임을 방기할 경우 시장에서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짐을 각인시킨 중대한 분수령이었다.

시간이 흘러 2013년 발생한 이른바 '남양유업 대리점 갑질 사태'는 한국 사회 불매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꾼 구조적 변곡점이었다. 소비자가 소비하는 제품의 질이나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주를 착취하고 폭언을 일삼는 '비윤리적 영업 방식' 자체가 대중의 극렬한 공분을 샀다. 남양유업은 사태 이후 10년이 넘는 기나긴 세월 동안 꼬리표처럼 불매의 표적이 되었고, 기업 로고를 숨기는 꼼수까지 동원했으나 끝내 매출 급감과 적자 누적을 견디지 못하고 경영권이 넘어가는 뼈아픈 대가를 치러야 했다. 2022년 한 대형 식품기업 계열사 제빵 공장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노동자 사망 사건 당시에도, "피 묻은 빵을 도저히 먹을 수 없다"는 시민들의 자발적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이는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이 희생되는 구조적 부조리를 소비자가 직접 응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일련의 역사적 사례들은 현대의 소비자들이 단편적인 상품의 가성비를 넘어서서, 노동 환경, 인권 존중, 공정 거래 등 다방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냉철한 심판관으로 거듭났음을 방증한다.

보이콧 불매운동의 방법도 진화한다. 그동안의 불매운동이 오프라인 마트 매대에서의 불매 스티커 부착이나 전단지 배포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디지털 시대의 불매운동은 그 연대의 방식과 폭발력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로 무장한 현대의 소비자들은 글과 구호를 넘어, 시각적이고 폭발적인 파급력을 지닌 밈(Meme)과 숏폼 콘텐츠를 통해 불매를 '문화적 현상'으로 승화시킨다. 불매운동 참여 사실을 인증하고 공유함으로써 동참을 유도하는 디지털 연대는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확산된다. 오늘날의 소비 주체들은 자신의 소비 행위를 통해 개인의 정치적, 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성향이 짙다. 이들에게 비윤리적이거나 공감 능력이 결여된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곧 그들의 악행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소비자는 지갑을 닫는 소극적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고객 센터에 항의 전화를 걸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단체로 삭제하며, 대체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공유하는 등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능동적이고 조직적인 행동을 취한다.

압도적인 거대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은 불매운동으로 인한 단기적인 매출 하락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 대중의 분노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휘발될 수도 있다. 불매운동의 진정한 위력과 효과는 당장의 재무제표 악화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불매운동은 기업의 평판에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를 깊게 새긴다. 한번 추락한 브랜드 신뢰도는 인재들의 입사 기피와 기존 핵심 인력의 이탈을 초래하며 기관 투자자들로 하여금 해당 기업의 리스크 관리 역량 자체에 심각한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찰스 보이콧이 거대한 농장과 부를 쥐고 있었음에도 결국 주민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파멸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스타벅스가 보이콧의 표족에 올랐다. 탱크데이 사태 후폭풍이다. 정용진 회장이 이 사태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주목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