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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5.19% 돌파… 2007년 금융위기 전야 이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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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5.19% 돌파… 2007년 금융위기 전야 이후 최고

이란 전쟁 발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공포 키워… 전 세계 채권시장 동반 하락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 80% 넘어서… 주식·주택·신흥국 동시 타격 우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채권시장을 달궈온 인플레이션 공포가 마침내 역사적 경계선을 무너뜨렸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19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각),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최대 7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 오른 5.19%까지 치솟아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전쟁 발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됐고,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를 대거 내다 팔면서 수익률이 일제히 치솟았다. 유럽과 아시아 채권시장도 동반 하락했으며, 미국 주식시장으로도 충격이 번졌다.

'5% 마지노선' 무너진 채권시장… 월가도 당혹


이번 급등의 진원지는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충격이다.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재돌파했고,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까지 올라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장기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린 핵심 동력이다.

금리 파생상품(이자율 스와프) 시장에서는 현재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을 80%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란 전쟁 초기, 시장은 올해 최대 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불과 석 달 만에 판세가 정반대로 뒤집힌 셈이다.

밴저민 슈뢰더(Benjamin Schroeder) 아이엔지(ING) 금리 전략가는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 쪽으로 방향을 확실히 틀었다"며 "투자자들이 에너지 가격 충격이 일시적 인플레이션을 넘어 구조적인 물가 상승으로 굳어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5%가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 돌파로 그 의미가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자이 라자드야크샤(Ajay Rajadhyaksha) 바클레이즈(Barclays) 글로벌 리서치 총괄은 "부채가 경제 성장보다 빠르게 늘고, 인플레이션 전망은 악화되고 있으며, 재정 개혁의 정치적 의지도 없는 상황에서 장기 국채를 살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에드 알-후사이니(Ed Al-Hussainy) 콜롬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츠(Columbia Threadneedle Investments)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지금 이 상승세를 막고 나서는 매수자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재정 적자·글로벌 채권 연쇄 하락… 부담은 주택·기업으로


수익률 급등은 미국 정부 재정에 즉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달 중순 실시된 30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낙찰 금리가 5%를 웃돌았다.

투자자 수요는 이 수준에서도 눈에 띄게 강하지 않았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은 차입 비용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미국 국채 주요 딜러들의 중간값 추정에 따르면, 오는 9월 말 회계연도 기준 재정 적자는 1조 9500억 달러(약 2943조 원)에 달하고, 2027년에는 2조 달러(약 3018조 원)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0년 고정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달 14일 기준 6.36%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 상승이 기업 대출, 자동차 할부, 신용카드 금리에도 이미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로라 쿠퍼(Laura Cooper) 누빈(Nuveen) 글로벌 투자 전략가 겸 매크로 크레딧 총괄은 "채권 금리는 단순히 인플레이션 변동성만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재정 리스크 자체가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금 금리 수준에서 채권시장이 정부 지출을 추가 보상 요구 없이 흡수할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채권시장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영국 30년 만기 국채(길트) 금리는 6%에 근접했고, 독일 장기 금리는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주식시장도 흔들… 5.25% 돌파 땐 증시 조정 가능성


10년물 국채금리도 장중 4.687%까지 올라 올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수익률 상승이 위험자산 투자 매력을 갉아먹으면서 주식시장도 흔들렸다.

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장중 1% 하락하며 3거래일 기준 4% 넘는 낙폭을 나타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Nasdaq) 100 지수도 동반 내렸다.

이언 린젠(Ian Lyngen) BMO 캐피털 마켓(BMO Capital Markets) 미국 금리 전략 총괄은 "앞으로 몇 주 안에 30년물 금리가 5.25%에 도달한다면 주가 가치에 좀 더 뚜렷한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와 씨티그룹(Citigroup) 전략가들은 수익률이 5.5%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며 고객들에게 관련 위험을 사전 고지했다.

BNP파리바(BNP Paribas)의 구네트 딩그라(Guneet Dhingra) 미국 금리 전략 총괄은 "높은 인플레이션, 갈수록 늘어나는 재정 적자,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 압력 속에서 채권 금리 상승을 멈출 닻이 이제는 없다"고 말했다.

무위험 자산인 미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 위험자산인 신흥국 증시의 투자 매력은 낮아진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금융시장도 자금 이탈 압력을 피해가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