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 공장 128단 청산 후 최첨단 낸드 전환, 낸드 가격 하락기 마진 방어 위한 구조적 선택
리수안 'LX 7G100' 완판의 본질, 선택 기준이 '성능'에서 '확보 가능성'으로 이동한 결과
시스템 칩 내재화가 서버 스택·메모리 국산화로 연결… "메모리는 안전하다"는 가설 파괴
리수안 'LX 7G100' 완판의 본질, 선택 기준이 '성능'에서 '확보 가능성'으로 이동한 결과
시스템 칩 내재화가 서버 스택·메모리 국산화로 연결… "메모리는 안전하다"는 가설 파괴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환경 속에서도 중국 시안 공장을 286단 낸드플래시 양산 거점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확정했다. 러시아 기술 매체 3D뉴스(3DNews)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와 시사저널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시안 공장의 구형 128단 생산 라인을 정리하고 새해부터 286단 3D 낸드 대량 생산에 돌입한다고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 신생 GPU 설계 기업 리수안(Lisuan Tech)이 출시한 게이밍 GPU가 성능 논란에도 예약 판매 48시간 만에 3만 대를 전량 소진하며 자국산 제품 선호 현상을 입증했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는 리수안이 이번 초기 물량 완판으로 1455만 달러(약 21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같은 날 전했다.
삼성전자의 공정 고도화는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의 효율성을 유지하려는 계산이지만, 중국 반도체 생태계의 비시장적 자립은 한국산 제품의 장기 수요 부진을 야기하는 구조적 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가 구조 개선, 시안 286단 전환… 낸드 하락기 마진 방어용 배수진
보도를 종합하면 현지 생산 라인은 지난 3월부터 236단 낸드 양산에 들어갔으며, 서둘러 구형 공정을 걷어내고 286단으로의 완전한 전환을 준비하는 단계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를 담당하는 핵심 기지다.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에 장비 유출 방지를 보장하면서까지 현지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글로벌 낸드 수요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 내 점유율 방어와 원가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286단 전환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다. 단수 증가를 통해 웨이퍼당 비트(Bit) 생산량을 극대화함으로써 원가 구조를 개선, 향후 글로벌 낸드 가격 하락 국면이 도래하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낮추고 마진을 방어하려는 구조적 선택이다.
반면 중국 현지 기업들의 추격도 매섭다. 글로벌 점유율 5~10% 선을 유지하고 있는 양쯔메모리기술(YMTC)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이미 270단 낸드 양산 역량을 확보했다. 화웨이는 최근 3D 낸드의 적층 수를 늘리지 않고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저장 용량을 대폭 키우는 독자 기술을 선보였다. 국내 반도체 학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공정 고도화가 중국 현지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조달 가능성 최우선, 성능 열세 뒤집은 완판… 정책·제재 회피 목적 수요
중국 내수 시장의 흐름은 단순한 소비 심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의 완전한 자립과 공급망 리스크 회피로 향하고 있다.
리수안이 선보인 게이밍 GPU 'LX 7G100'의 출고가는 485달러(약 73만 원)이다. 이 칩의 실제 성능은 엔비디아의 이전 세대 모델인 '지포스 RTX 3060' 수준에 그친 것으로 기술 검증 결과 나타났다. 가격은 엔비디아의 최신 중상급 칩셋과 비슷하지만, 성능은 두 세대나 뒤처진 셈이다. 그럼에도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닷컴(JD.com)에서 에이수스(ASUS), 기가바이트 등 글로벌 기업의 뒤를 이어 매출 6위에 진입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실리콘밸리 출신 엔지니어들이 2021년 창업한 지 5년 만에 거둔 상업적 성과다.
정보기술 시장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미국 제재에 대응해 중국 기업들의 선택 기준이 '성능'에서 '조달 가능성'과 '플랫폼 락인(Lock-in)'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한다.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 제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내수 시장 자체가 비시장적·정책적 수요로 재편되는 구조다. 리수안은 오는 6월 18일 클라우드 컴퓨팅용 'LX 울트라'와 공학용 'LX 프로' 등 후속 제품군을 연달아 출시하며 기업용 시장까지 영토를 넓힐 계획이다.
'메모리 안전지대' 가설 파괴… 서버 스택 국산화의 부메랑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의 286단 전환은 대중국 수출 불확실성을 낮추고 메모리 사업부의 실적 호전을 이끌 동력이다. 공정 미세화로 칩당 생산 원가가 절감되면 가격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메모리는 범용 제품이라 안전하다"는 기존의 시장 가정이 깨지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발생한다. 중국이 GPU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의 내재화에 성공하면, 이는 곧 해당 칩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서버 스택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체의 국산화로 연결된다. 시스템 생태계를 장악한 중국 기업들이 향후 DRAM과 낸드플래시까지 자국산 YMTC 제품 등으로 세트 채택할 확률이 지극히 높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자립은 한국산 메모리 수요의 영구적 상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향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려는 투자자들은 다음 세 가지 핵심 지표를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첫째, 미 상무부의 대중 반도체 장비 반입 유예 조치 연장 여부다. 유예가 취소되거나 독소조항이 추가되면 시안 공장의 운용 효율성이 급격히 저하된다.
둘째, 리수안이 오는 6월 공개할 인공지능(AI) 전용 GPU의 배치 속도다. 기업용 시장에서 자국산 칩 채택이 늘면 한국산 메모리의 연쇄 차단으로 이어진다.
셋째, 중국 대형 데이터센터들의 YMTC산 고성능 낸드 채택 비율 추이다. 내수 공급망의 결속력이 강해질수록 한국 기업의 현지 점유율 방어는 불가능해진다.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독자 생태계 구축은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거대한 내수 소비 심리를 발판 삼아 한국 메모리 산업의 영토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문제는 기술 격차가 아니라, 수요가 더 이상 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반도체의 위기는 기술이 아니라 수요의 이탈에서 시작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