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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산 석유 수출 60일 허용…제재 일부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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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산 석유 수출 60일 허용…제재 일부 유예

이란 핵 국제 사찰·호르무즈·레바논은 여전히 난제
JD 밴스 미국 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JD 밴스 미국 부통령. 사진=로이터
미국이 이란산 석유의 해외 판매를 60일간 허용하는 제재 유예 조치를 내놨다.

미국과 이란이 영구 평화합의를 위한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경제난에 몰린 이란에 단기적 숨통을 틔워주는 조치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이란의 국제 석유 판매를 허용하는 60일짜리 라이선스를 발급했다고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양측이 지난주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른 것으로 장기 합의 도출을 위한 협상 기간에 이란이 즉각적인 경제적 혜택을 얻도록 하는 성격이 강하다.

미국과 이란은 스위스에서 평화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첫 협상 결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란이 핵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란 측은 이 주장에 반박했다. 이란 당국자들은 핵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접촉은 기존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 사찰을 둘러싼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면서 최종 합의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 제재 유예로 이란에 경제 숨통


이번 제재 유예는 이란에 상당한 경제적 의미를 갖는다. 이란은 오랫동안 미국의 제재로 원유와 석유제품 수출에 제약을 받아왔다. 국제 금융거래와 해상 운송, 보험 서비스가 막히면서 석유 판매 수익을 정상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웠다.

미국이 60일간 석유 판매를 허용하면서 이란은 단기적으로 원유 수출과 관련 대금을 받을 길을 확보하게 됐다. 블룸버그는 이 조치가 “평화협상 과정에서 이란에 경제적 생명줄을 제공하는 효과를 낸다”고 분석했다.

이란도 제재 유예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은 지난주 합의 이후 이란이 금융상 혜택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재무부의 일부 이란산 석유·석유제품 제재 유예가 양해각서의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석유 판매 수익을 군사력 재건에 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이 해당 자금을 국민을 위한 식량 구매에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동결 해제 자금으로 미국산 대두와 밀, 옥수수를 구매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이란 측이 실제로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수용했다는 명확한 신호는 아직 없다. 양해각서에는 동결 해제 자금의 최종 수혜자를 이란 중앙은행이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유가 하락 압력 커져


시장도 이번 조치에 즉각 반응했다. 이란산 원유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하락 압력을 받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22일 배럴당 77달러(약 11만8000원) 안팎에서 거래됐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 가능성과 이란산 원유 공급 확대 전망이 맞물리며 단기 공급과잉 우려가 커졌다.

이란은 최근 미국의 해상 봉쇄 완화 이후 원유 수출을 늘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완화되고 이란산 원유가 다시 시장에 나오면 에너지 공급 불안이 줄어들 수 있다. 이는 미국 내 물가 부담을 낮추고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에너지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임시 합의가 미국 소비자에게 낮은 에너지 가격이라는 형태의 혜택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은 세계 인플레이션을 자극했고, 미국 공화당의 지지율에도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 호르무즈·레바논 문제는 남은 변수


협상에는 핵 문제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과 레바논 전선도 얽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란이 해협 통항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국제 에너지 시장은 다시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밴스 부통령은 협상단이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열어두기 위한 메커니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카타르와 파키스탄 등 중재국들도 미국과 이란이 해상 통행 관련 사고를 피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란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충돌이 계속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압박 수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레바논 문제도 협상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니 다논 유엔대사는 레바논군만으로 헤즈볼라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싸울 능력이 있지만 레바논에 머무르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협상 과정에서 레바논 군사작전 종료를 돕기 위한 충돌 방지 조직도 마련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직접 합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제 현장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 공화당 내부서도 비판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내 강경파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란에 석유 판매와 동결자금 활용이라는 경제적 혜택을 먼저 제공하면서 핵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개발, 역내 무장세력 지원 문제에 대한 확실한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미국 내 인사들은 양해각서가 테헤란에 너무 많은 금융 혜택을 제공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란이 석유 판매 수익을 군사력 강화나 대리세력 지원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반박한다. 행정부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감시 장치를 확보할 것이며 협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역내 긴장 완화도 함께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란의 핵 사찰 동의 여부부터 양측 설명이 엇갈리는 만큼 협상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주말 사이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위협 발언으로 이란 대표단이 퇴장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협상 분위기도 쉽게 흔들리고 있다.

◇ 스위스서 기술 협상 계속


미국과 이란은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밴스 부통령과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현장을 떠나지만 실무 대표단은 남아 핵 문제와 제재, 해상 통행, 레바논 충돌 방지 등 기술적 사안을 논의한다.

협상에는 밴스 부통령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참여했다. 중재국인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협상 감독을 위한 고위급 위원회와 핵·제재 관련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의 임시 합의는 에너지 시장에는 단기 안도감을 주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위험한 균형 위에 놓여 있다. 이란은 석유 판매 허용으로 경제적 숨통을 얻었고 미국은 유가 안정과 평화협상 동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핵 사찰과 호르무즈 해협, 레바논 전선이라는 핵심 쟁점이 정리되지 않는 한 최종 평화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