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제조업 넘어야 K-방산 비상한다… 세계 방산 자금, AI·드론 스타트업에 123억 달러 폭주

글로벌이코노믹

제조업 넘어야 K-방산 비상한다… 세계 방산 자금, AI·드론 스타트업에 123억 달러 폭주

파이낸셜타임스 "올해 투자액 123억 달러로 지난해 총액 돌파… 전통 대기업서 기술 기업으로 무게추 이동"
하드웨어 제조 플랫폼 강점 기반, AI 소프트웨어 융합 투자 속도 올려야 패러다임 선점 가능
글로벌 방산 시장은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무기 제조 산업에서 전장의 주도권을 쥐는 전장 소프트웨어 플랫폼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방산 시장은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무기 제조 산업에서 전장의 주도권을 쥐는 전장 소프트웨어 플랫폼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글로벌 방산 시장은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무기 제조 산업에서 전장의 주도권을 쥐는 전장 소프트웨어 플랫폼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벤처캐피털 자금이 방위산업 신기술 스타트업으로 빠르게 몰린다. 무인 드론과 인공지능 전장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산테크 기업에 자금이 폭주하며 자산 과열 논란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방산 투자 지형이 전통 대기업에서 인공지능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를 맞았다고 22(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글로벌 투자 열풍은 하드웨어 제조에 강점을 지닌 국내 방산 기업들의 기술 확보 전략과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요구할 전망이다.

전쟁이 바꾼 전장 흐름… 1년 만에 투자액 두 배 급증

방산테크 시장은 최근 발발한 국지전을 계기로 급성장 궤도에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방산 스타트업이 조달한 자금은 123억 달러(1894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미 지난해 연간 총 투자액인 995000만 달러(153100억 원)를 가볍게 넘어섰다. 전체 글로벌 벤처 투자 시장이 고금리로 위축된 상황에서 방산테크가 차지하는 자금 비중이 독보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이 같은 자금 쏠림은 단순한 전쟁 특수가 아닌 전쟁 방식 자체의 패러다임 이동에서 비롯된다. 전장은 이제 저가·대량의 무인기와 지형지물 인식, 전자전이 결합한 네트워크화된 형태로 진화했다. 여기에 민간 상용 드론과 고성능 인공지능 모델의 군사적 전환이 용이해지면서 기술 성숙도가 가팔라졌다.

미국 국방부와 나토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정의 전장으로 전략을 빠르게 수정하고 국방 예산 내 소프트웨어·AI 비중을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흐름도 이러한 대전환을 뒷받침한다. 안두릴이나 팔란티어 같은 실리콘밸리 방산테크 기업들이 제도권 진입에 성공한 배경이다.

플랫폼 프리미엄인가 거품인가… 방산테크 밸류에이션의 명암


자본이 단기간에 집중되면서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우려와 장기 수요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시큐리티·회복력 이니셔티브 책임자는 인터뷰에서 시장의 장기 필요성을 인정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기업 몸값이 가파르게 올랐다고 진단했다.

사모펀드 그룹 어드벤트 인터내셔널 역시 밸류에이션 우려가 존재하지만, 차세대 방산 기술 수요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실질적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어드벤트는 차세대 방산 기술에 10억 달러(15300억 원)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관점에서 이들 기업은 정부 의존도가 절대적인 단일 고객 리스크, 엄격한 수출 통제, 실전 배치까지의 긴 리드타임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는 전장 데이터 축적에 따른 네트워크 효과와 소프트웨어 특유의 높은 마진 구조 덕분이다.

실제 개별 기업의 조달 규모도 천문학적 수준이다. 독일 드론 스타트업 헬싱은 기업가치 180억 달러(277100억 원)를 인정받으며 12억 달러(18400억 원) 조달에 나섰다. 자폭 드론을 만드는 독일 스타크도 기업가치 25억 유로(43900억 원)를 목표로 최소 3억 유로(5278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밸류에이션의 정당성은 막연한 기술력을 넘어 실전 배치 속도와 반복 수주 여부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단순 무기 납품 기업이 아니라 전장 운영체제를 장악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방산판 마이크로소프트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드웨어 신체에 소프트웨어 두뇌 융합할 적기


글로벌 자금의 이동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제조와 수출에 의존해 온 한국 방위산업에 커다란 과제와 기회를 동시에 던진다. 현재 국내 방산업계는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우수한 가격 대비 성능과 세계 최고 수준의 신속한 납기 역량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올린다.

글로벌 방산 공급망이 고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한국의 독보적인 대량 생산 역량과 적기 인도 능력은 전 세계 유력 구매국들이 K-방산을 선택하는 강력한 무기다. 차세대 소프트웨어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실현할 안정적인 하드웨어 제조 플랫폼이 없다면 전장에서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드론과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소프트웨어 전장 기술 영역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당면한 과제다. 국내 방산 업계에서는 지휘통제체제, 전투관리 시스템, 인공지능 표적화 소프트웨어 역량 등 핵심 기술 영역에서 글로벌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말한다.

향후 실전 데이터 축적 부족과 미흡한 민군 기술 이전 구조를 혁신하여, 기존의 강력한 제조업 기반 위에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식하는 융합 전략이 요구된다. 미래 방산 시장의 승자는 무기만 잘 만들거나 소프트웨어만 가진 기업이 아니라, 센서·데이터·의사결정·타격을 하드웨어 플랫폼과 하나의 체계로 결합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국내 방산 기업들은 내부 소프트웨어 인력 비중을 과감히 늘리고, 해외 유망 AI 방산 스타트업 지분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 또한 미국의 국방혁신단 모델을 벤치마킹해 민간 AI 기업의 국방 참여 허용 범위를 넓히고 신속 획득 트랙을 확대해야 한다. 군이 보유한 훈련 데이터를 민간에 과감히 개방해 국내 방산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대기업의 하드웨어 기술과 연계하는 정책적 결단도 시급하다.

하반기 방산 시장 투자자가 주목할 5대 지표


방산테크 시장의 지속 가능성과 국내 기업의 동반 성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투자자가 눈여겨봐야 할 기준선은 명확하다.

첫째, 미국 및 유럽 주요국의 국방 예산 중 신기술 배정 비율이다. 전통 화기 구매 외에 인공지능 무인 체계에 직접 투입되는 예산의 증감 추이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방산 스타트업의 실제 수주 실적이다. 정부 및 군과의 계약을 통해 기술 기대감이 반복적인 매출로 증명되는지 밸류에이션 검증이 필요하다.

셋째, 국내 대기업의 기술 스타트업 지분 투자 규모다.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이 인공지능·드론 벤처기업에 집행하는 투자액 규모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한다.

넷째, 센서부터 타격까지의 킬체인(Kill Chain) 통합 능력도 중요하다. 드론, AI, 통신, 타격을 하나의 유기적 소프트웨어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는지 평가해야 한다.

다섯째, 민군 겸용(Dual-use) 기술 확장성도 봐야한다. 방산 단일 시장을 넘어 자율주행이나 로보틱스 등 민간 상업 시장으로 확장이 가능해야 높은 밸류에이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은 이제 단순한 무기 제조를 넘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전쟁으로 진화한다. K-방산이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해 단순 제조 강국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전장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인지는 지금부터 3~5년 사이 내리는 전략적 선택에 달려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