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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F "2차전지·바이오·양자컴퓨터 다음 돈 될 기술 10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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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F "2차전지·바이오·양자컴퓨터 다음 돈 될 기술 10개 나왔다"

에너지·mRNA 암 백신·격자 암호화…5년 내 산업 판도 뒤집을 기술
소프트웨어 시대 저문다…전력망·병원·공장이 새 투자 전장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에너지·바이오 등 물리적 세계를 혁신할 10대 부상 기술을 전문가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검토하는 모습.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에너지·바이오 등 물리적 세계를 혁신할 10대 부상 기술을 전문가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검토하는 모습.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이 주도해온 기술 혁신의 축이 전력망·병원·공장 등 실물 물리 시스템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과 학술출판사 프런티어스(Frontiers)는 23일(현지시각) '2026년 10대 부상 기술' 보고서를 공동 발표했다.

1200개 이상의 후보 기술을 인공지능 기반 심사 체계로 걸러낸 끝에 선정된 10개 기술 가운데 8개가 소프트웨어가 아닌 에너지·의약품·식품·소재 등 물리 인프라에 직접 작용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의 무게중심이 코드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산업 기반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소재 혁명…지리의 장벽을 허물다


이번 보고서가 가장 주목한 분야는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 재편이다. '모든 것의 양방향 그리드(Everything-to-Grid)' 기술은 전기차·건물·데이터센터를 단순한 전력 소비처가 아닌 공급원으로 전환한다.

전기차 배터리가 심야 시간에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피크 시간대에 전력망으로 되돌려 보내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정의 자체를 다시 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공급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직접 리튬 추출(DLE·Direct Lithium Extraction)'은 소금 사막에서 증발지를 수개월씩 운용하는 기존 방식 대신, 전용 소재를 이용해 염수에서 배터리 등급 리튬을 수 시간 만에 뽑아낸다.

물 사용량을 대폭 줄이면서도 지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기후나 지형 때문에 생산이 불가능했던 지역에서도 핵심 광물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냉방 분야에선 전력을 전혀 소비하지 않는 '수동형 복사 냉각 소재(Passive Radiative Cooling Materials)'가 이름을 올렸다. 태양광을 대기 바깥 우주 공간으로 직접 반사해 건물 온도를 낮추는 원리로, 도시 에너지 수요 절감에 직결된다.

여기에 반도체·방수 코팅제에 쓰이며 자연분해가 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을 무해한 물질로 분해하는 기술도 포함됐다. 깨끗한 식수 확보가 어려운 지역의 수질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의료·식품·보안…기술이 인체와 사회를 파고들다

의학 분야에서는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두 가지 기술이 동시에 선정됐다. '맞춤형 mRNA 암 백신'은 환자 개인의 종양 유전자 변이를 분석해 면역 세포가 암세포만을 정조준하도록 훈련시키는 방식이다.

기존 항암화학요법이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을 안고 있는 것과 달리, 부작용을 크게 줄이면서 치료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올해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 사업을 공모하는 등 관련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엑소좀(Exosome) 약물 전달' 기술은 인체 세포가 자연적으로 분비하는 나노 크기의 소포(小胞)를 약물 운반체로 활용한다. 병든 세포에만 치료제를 정밀하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약물이 건강한 조직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양자 시뮬레이션 신약 발굴'도 선정됐다. 후보 물질이 체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임상 단계 이전에 가능성 없는 물질을 솎아냄으로써,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는 기술이다.

식품 생산 영역에선 '정밀 발효(Precision Fermentation)'가 포함됐다. 유전자 프로그래밍을 거친 미생물에 전기와 당(糖)을 공급해 탱크 안에서 식품 성분이나 의약품을 직접 생산하는 방식으로, 동물 사육이나 농경지 없이도 단백질·지방·향미 성분 등을 만들 수 있다.

디지털 안보 분야에서는 '격자 기반 암호화(Lattice-based Cryptography)'가 선정됐다. 양자컴퓨터가 현재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이른바 'Q-데이(Q-Day)' 우려에 대응하는 차세대 수학 암호 기술이다. 금융·의료·정부 데이터 등 민감 정보를 양자컴퓨터 공격에서 지키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 모델(World Models)'이 유일한 AI 관련 기술로 이름을 올렸다. 물리 세계의 작동 방식을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로 학습해 슈퍼태풍 피해나 산업 사고 같은 시나리오의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는 AI 시스템이다.

"소프트웨어에서 물리 인프라로"…전문가 진단


WEF 스테판 메르겐탈러(Stephan Mergenthaler) 전무이사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각각의 기술이 혼자서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함께 보면 에너지·의료·제조 전반에 걸쳐 기술이 나아가는 방향을 보여주는 더 큰 그림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식량 불안·기후변화·난치병 같은 가장 시급한 과제들을 기술로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오래된 통념에 도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런티어스 수석 편집장 프레더릭 펜터(Frederick Fenter)는 "AI 우선 연구출판사로서, 올해 처음으로 AI 기반 탐색 도구를 써서 후보 기술을 발굴하고 분류했다"며 "1200여 개 기술을 학술 논문과 산업 자료에서 체계적으로 심사한 뒤 복수 모델 교차 검증을 거쳐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10대 기술의 현황과 미래 파급력을 추적할 수 있는 '전환 지도(Transformation Maps)'도 함께 공개했다. WEF 전략정보 플랫폼(Strategic Intelligence Platform)에서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목록이 물리 인프라와 바이오헬스 분야 투자 우선순위를 다시 짜는 근거로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