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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종전 합의 9일 만에 충돌…호르무즈 긴장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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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종전 합의 9일 만에 충돌…호르무즈 긴장 재점화

미 중부사령부, 상선 드론 공격에 보복 공습…이란 역시 미군 기지 타격
이슬라마바드 합의서 서명 후 첫 화력 교환…양측 "상대가 약속 위반" 비난
호르무즈 해협 지나는 선박. 사진=연합뉴스(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지나는 선박. 사진=연합뉴스(로이터)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26일(현지시각) 군사적으로 다시 무력 충돌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26일(현지시각) 엑스(X·옛트위터)에 성명을 내며 “중부사령부 소속 부대는 전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상선에 감행된 드론 습격에 대한 강력한 대응 조치로서 이란을 상대로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미군 항공기들은 이번 공습에서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타격했다. 미국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 러블리’가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판단하고 대응에 나섰다.

중부사령부는 “상선 공격은 휴전 합의를 위반한 행위”라며 “이란의 행동은 국제 무역 통로를 지나는 상업 물동량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항행의 자유를 훼손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에 대해 안전한 통항 조정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미군은 이란과의 합의사항이 모든 측면에서 준수, 이행되도록 현지에 주둔하며 경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수뇌부 역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해상 도발을 두고 "명백히 어리석은 휴전 합의 위반"이라 지적하며 단호한 군사 조치를 시사했다.

제이디(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자신의 엑스(X) 계정에 글을 올렸다. 그는 "이란은 휴전 합의에 서명했고 우리는 그 합의를 준수해 왔다"라며 "만약 그들(이란)에게 MOU의 이행 방식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그들은 전화로 연락하면 된다. 하지만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정권의 군사 조직인 이슬람혁명수비대도 미국의 공습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고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27일 성명을 내며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남부 레바논 휴전 위반에 이어 미국 정권 역시 늘 그랬듯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혁명수비대 해군이 침략에 대한 대응으로 역내 미국 테러리스트 군 기지 여러 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비인가 경로를 지나던 위반 선박의 통행 문제를 구실로 이란 해안을 공격했다고 반발했다.

앞서 이란 국영방송은 26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남부 항구도시 시리크의 통신탑이 발사체 2발에 맞았으며 케슘섬에도 발사체 2발이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란 의회의 에브라힘 아지지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은 엑스를 통해 "미국이 또 협상 도중 이란을 공격했다”며 “실패한 미국 대통령이 협상이나 휴전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그는 지난 14일 합의 후 17일 발효된 이슬라마바드 합의서(종전 MOU) 5조에 명시된 호르무즈 해협 통제 권한이 이란에 귀속되어 있음을 짚으며 미국이 이를 위반하고 있으며 향후 위반이 반복되면 더 광범위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양국은 종전 합의 이후 이란 핵 프로그램과 대이란 제재 해제 문제를 놓고 후속 협상을 이어왔으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산발적 교전이 지속되면서 협상이 연기되는 등 위기를 겪어왔다.

미국의 공습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질서를 흔드는 행위에는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 합의를 통해 이루려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가 해협 통항 정상화였던 만큼, 상선 공격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낸 셈이다.

이란의 반격은 자신들이 열세의 입장에서 종전에 합의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전개될 비핵화 협상 구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란 모두 종전 합의를 완전히 깨는 데는 부담이 크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재개에 따른 정치적 비용을 의식해야 하고, 이란도 이번 합의를 외교적 성과로 내세워온 만큼 종전 합의를 파기하는 데는 신중할 가능성이 크다.

양측의 군사 대응이 반복될 경우 군인 인명 피해 등 돌발 변수는 커질 수밖에 없다. 상호 신뢰가 약한 상황에서 강대강의 군사대응이 지속되면서 종전 합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지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unda9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