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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한국 엔지니어 200명, 중국 CXMT로 갔다…삼성·SK하이닉스 '인재 누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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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엔지니어 200명, 중국 CXMT로 갔다…삼성·SK하이닉스 '인재 누수' 비상

연봉 3배에 핵심 설계인력 표적 영입…기술격차 좁히는 변수가 '사람'으로
HBM은 인증 한 번 놓치면 1세대 탈락…코스피 상승분 70% 떠받친 두 회사가 흔들린다
반도체가 세계 경제안보를 뒤흔드는 가운데, 정작 승부를 가르는 것은 돈도 HBM도 아닌 '사람'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가 세계 경제안보를 뒤흔드는 가운데, 정작 승부를 가르는 것은 돈도 HBM도 아닌 '사람'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지=제미나이3

반도체가 세계 경제안보를 뒤흔드는 가운데, 정작 승부를 가르는 것은 돈도 HBM도 아닌 '사람'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세계 반도체를 양분한 한국(메모리)과 대만(파운드리)이 같은 벽에 막혔다.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한국은 2031년 최대 81000, 대만은 올해 534000명이 모자란다.

빼앗기는 데는 하루, 길러내는 데는 몇 년. 인재 누수가 HBM 주도권과 코스피까지 겨눈다.

빼가는 손, 빠져나가는 손

영입 전쟁은 국경을 넘었다. 중국 최대 D램 기업 CXMT에는 한국 엔지니어가 업계 추정 최소 200명 이상 일하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타임스는 지난 5일 중국 기업들이 광범위한 접촉에서 핵심 연구개발 인력 표적 영입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CXMT는 인재 영입을 위해 현재 총보상의 3배를 제시하며 개별 접촉한다. 미국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지난 24CXMT가 독일 키몬다 특허라는 한계 자산을 넘어 한국·대만 출신 인력으로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인재 유출은 합법 영입에 그치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22SK하이닉스 전 직원이 화웨이 이직을 노리고 HBM·CIS 기술 자료 77장을 찍었다 적발됐다.

지난 521일 검찰은 202512월 전직 삼성 직원 10명을 CXMT10나노급 D램 공정기술을 넘긴 혐의로 기소했다. 추정 피해액은 5조 원에 이른다. 다만 이 사건은 기소 단계이며, 유무죄는 재판에서 가려진다.
대만도 처지가 같다. 디지타임스는 지난 325일 테슬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2나노 'Terafab' 프로젝트를 띄우며 대만 엔지니어를 겨냥한 글로벌 영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추격 속도'를 바꾸는 변수


인재 누수가 무서운 이유는 중국의 추격 속도를 바꾸기 때문이다.

CXMT는 지금 당장 삼성·SK하이닉스를 앞서는 회사가 아니다. 그러나 따라붙는 속도가 인력 수혈로 빨라진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지난 24CXMT2025년 초 16나노급 공정으로 DDR5·LPDDR5X 양산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같은 분석에서 CXMTDDR5 비트당 원가는 선두 3사보다 30% 넘게 높다. 제품 경쟁력이 아니라 가격 급등이 마진을 떠받친다는 뜻이다.

기술격차는 좁혀졌다. 비제티는 20251228일 양산 공정과 제품 세대를 기준으로 CXMT의 격차가 2023년 두 세대에서 18~24개월로 줄었다고 전했다. 트렌드포스도 비슷한 흐름을 짚었다. CXMT202511월 중국 반도체 전시회에서 선두 3사 최신 규격에 근접한 고속 DDR5를 선보였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캐파다.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 생산능력이 2026년 말 월 35만 장에 이르러 마이크론(385000)에 근접하면서, 웨이퍼 기준으로 세계 4위 메모리 업체에 올라설 것으로 봤다.

캐파는 곧 가격 변수다. 지금은 인공지능 수요로 메모리가 모자라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업황이 꺾이는 국면에서는 이 정도 캐파가 범용 D램 가격을 교란하는 변수로 돌변할 수 있다. 과거 메모리 다운사이클마다 중국발 공급이 가격을 끌어내린 전례가 있다.

격차를 좁히는 핵심 동력이 사람이다.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를 움직이는 힘이 키몬다 특허가 아니라 한국·대만에서 온 인력이 만든 자체 연구개발 역량이라고 짚었다.

HBM'메모리 회사 혼자 만드는 제품'이 아니다


인재 누수는 메모리 주도권의 급소를 찌른다.

HBM4부터 판이 바뀌었다. EE타임스는 2026126HBM4가 처음으로 로직 베이스 다이를 '두뇌'로 얹어, 고객 맞춤형 메모리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위에 로직 설계 능력이 경쟁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조다.

여기서 한국 두 회사의 길이 갈린다. 트렌드포스는 2026320SK하이닉스가 HBM4 로직 다이를 대만 TSMC12나노 공정에 맡기고, 삼성전자는 자체 4나노 공정으로 만든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결과는 'TSMC 협업' 쪽이 앞섰다. 세미콘일렉트로닉스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차세대 '베라 루빈' 플랫폼용 HBM4 물량의 약 70%를 따냈다고 전했다. 야후파이낸스는 202665일 공급망 분석가들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60~70%, 삼성이 25~30%를 가져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삼성은 20262월 양산을 시작했지만, 자체 로직 다이 수율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시 말해 'TSMC 의존'은 약점이 아니라, HBM4 초기 주도권 싸움에서 SK하이닉스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지렛대가 됐다는 평가다.

HBM 경쟁이 잔인한 이유는 '인증 구조'에 있다. 엔비디아와 AMD12~18개월마다 신형 가속기를 내놓는다. 인증을 한 번 놓치면 그 세대는 사실상 '패자 확정'이다.

로직 설계 인력이 빠져나가면 다음 세대 인증 경쟁의 시계가 어긋난다. HBM4E부터는 로직 다이를 고객 회로에 맞춰 짜는 커스텀 시장이 본격화한다. 설계 인력의 가치는 더 오른다.

코스피도 같은 끈에 묶였다. 2026년 들어 코스피 상승분의 약 7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들었다. 두 종목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인적 경쟁력 훼손은 곧 지수 변동성을 키우는 집중도 리스크로 이어진다.

'당장 쓸 사람''길러낼 사람'은 다르다


반도체 인력은 둘로 갈린다. 생산 현장을 지키는 숙련 기술자(테크니션), 공정·소자·설계를 다루는 연구개발 인력이다. 둘 다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미국 사례가 시간의 무게를 보여준다. 반도체산업협회(SIA)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2023725일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미국에 일자리 115000개가 생기지만 67000개가 빈다고 추산했다.

부족분은 테크니션 39%, 학사급 엔지니어 35%, ·박사급 26%로 나뉜다. 미국 채용정보업체 AMTEC2026429일 가장 모자란 공정 엔지니어와 설비 기술자가 전용 학위와 벤더 교육에 더해 18~36개월의 현장 경험을 요구한다고 분석했다.

연구 인력은 더 길다.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은 2025117일 경기도 팹리스 아카데미 개소식에서 국내 반도체 설계 인력 부족과 재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며, 석사 학위 소지자조차 현장 투입까지 최소 2~3년의 추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차가 문제의 핵심이다. 빼앗기는 데는 하루면 되지만, 한 사람을 길러 현장에 세우는 데는 몇 년이 걸린다.

한국의 공급은 수요를 못 따라간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인력 수요는 2021177000명에서 2031304000명으로 늘어난다. 반면 대학·직업계고가 배출하는 인력은 해마다 약 5000명에 그친다.

각국의 인재 양성 전쟁


세 나라의 처방이 갈린다.

대만은 인력을 수입한다. 윈도스뉴스는 2026625일 대만 공업개발서(IDA)2026년 동남아 학생·엔지니어를 겨냥한 인공지능 결합 반도체 교육과정을 도입한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하노이국립대, 태국 출라롱콘대와 복수학위·집중교육을 운영하고, 마지막 학년을 대만 공장 인턴으로 채운다. 3년 이상 잔류를 조건으로 장학금과 취업비자를 넓힌다.

TSMC는 현장 도제도 돌린다. TSMC 공식 채용 자료를 보면 미국 애리조나에서 리오살라도 커뮤니티칼리지·노던애리조나대와 12~18개월 견습 과정을 운영한다.

미국은 돈으로 푼다. 일렉트로페이지는 2024710일 미국이 칩스법으로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에 배정한 50억 달러(76790억원) 가운데 일부를 인력 양성에 쓴다고 보도했다. 학사 학위가 필요 없는 테크니션 양성 사업에 과제당 최대 200만 달러(307100만원)를 댄다.

한국은 교육 지형이 바뀌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202665일 경북 한국반도체마이스터고의 2026학년도 신입생 경쟁률이 1.67 1, 전환 직전인 2025학년도 0.88 1에서 1년 만에 약 2배로 뛰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20251018SK하이닉스 계약학과(고려대·서강대·한양대)2026학년도 수시 합산 경쟁률이 30.98 1, 의대 경쟁률 25.28 1을 앞질렀다.

2026622일 종로학원 자료를 보면, 서울 주요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의 2026학년도 정시 합격선 평균이 96.2점으로 서울대 자연과학대학(95.8)을 웃돌았다. 평균연봉 1억 원에 성과급 1억 원이라는 SK하이닉스의 파격적인 보상이 만성화된 '이공계 기피 현상'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도 여전한 한국의 우위


위기 서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양산·수율·고객 신뢰에서 여전히 앞선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6년 글로벌 HBM4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54%, 삼성이 28%, 마이크론이 18%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세미콘일렉트로닉스 인용).

CXMT의 추격에 회의적인 시각도 또렷하다. SK하이닉스 부사장 출신 심대용 동아대 교수는 최근 한 매체 인터뷰에서 우리 반도체 기업과의 격차가 2~3년이 아니라 5년 이상이며, 좁혀지기보다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근거는 셋이다. CXMT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못 쓰고, DDR5 수율이 약 50%로 상업화 기준(80~90%)에 못 미치며, 고객 신뢰 이력이 없다는 점이다.

톰스하드웨어도 2026121HBM 양산의 진짜 난관이 큰 D램을 쌓고 연결하는 조립·수율이며, CXMT가 자국 시장을 채우는 데도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수출통제와 장비 국산화율 한계도 변수다.

남은 과제


다만 양을 늘린다고 끝나지 않는다.

202571일 감사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도체 인력 수요 전망을 문제 삼았다. 산업부는 퇴직 대체 수요를 0명으로 잡았다. 감사원이 한국재정학회에 맡겨 다시 계산하자 대체 수요만 89000명이었다.

감사원은 필요 인력을 181000명으로 재산출했다. 기존 전망(127000)보다 54000명 많다. 단순 인력 부족이 아니라 공식 통계 자체가 보수적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인력 산정 방식의 기준 차이일 뿐 의도적인 누락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재 육성의 관건은 얼마나 많이 뽑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제대로 성장시키느냐에 있다.

지금 지켜볼 것


한국 반도체의 인재 방어선이 버티는지 보려면 세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첫째,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설계 인력 이탈률과 보상 정책. 둘째, 국가핵심기술 유출 적발·기소 건수와 재판 결과. 셋째, 계약학과·마이스터고 졸업생의 실제 현장 안착 비율이다.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파격 보상과 계약학과 붐이 맞물려 인재 유입이 유출을 앞선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양성 속도가 누수를 겨우 따라잡으며 격차가 현 수준에서 멈춘다.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설계 인력 이탈이 이어져 HBM 다음 세대 인증 경쟁에서 시계가 어긋난다.

변수는 설비투자(CAPEX)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장기적인 변수는 설계 인력 유지율이다. HBM 경쟁은 장비 싸움에서 사람 싸움으로 벌써 옮겨가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